CPTPP와 한덕수

“경제 통상 전문가로 오랜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CPTPP를 체결하겠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신감 있게 밝힌 말이다.
한덕수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에 가입하지 않으면 ‘우리만 손해’, ‘한국이 빠지면 일본만 이득’이라며 경제영토 확장을 강조해 나섰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자. CPTPP를 가입하지 않으면 일본이 정말 이득 볼까?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불리는 CPTPP는 회원국들의 평균 개방률(관세 철폐율)이 96.3%에 달한다. 현재 한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의 평균 개방률 73.1%에 비하면 전면 개방에 가깝다.
게다가 일본은 CPTPP 의장국으로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에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실례로 대만은 지난 2월 일본 후쿠시마를 포함한 사고지역 주변 5개 현 식품 수입을 허용키로 했다.
이 때문에 11개 가입국 중 칠레를 비롯한 5개국은 CPTPP의 국회 비준 절차를 밟지 않았다.
불 보듯 뻔한 CPTPP 가입 조건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1개 회원국 전부의 동의가 필요하고, 특히 일본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가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비추어 봤을 때, 일본이 후쿠시마산 농축수산물 수입과 일본 중심의 한일과거사 문제 해결 등을 가입조건으로 내세울 것이 뻔하지 않은가.
새로운 정부는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해결을 강조하며 CPTPP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일본에 과연 무엇을 내줄지 걱정이 앞선다.
식량주권과 국민 건강권은 안중에도 없는가
2020년 통계청 기준 곡물자급률은 19.3%밖에 되지 않는 참담한 수준이다. 한덕수 후보자는 우리 농업을 말살시켰던 2006년 한미FTA체결 당시 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미FTA 전도사’를 자처했던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는 노무현정부 임기 내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확대를 추진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전대 국무총리에서 이례적으로 주미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농업을 말살시켰던 한미FTA 체결 담당,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을 확대하려고 했던 한덕수 후보자. 이제는 CPTPP를 가입 안 하면 일본이 이득 본다며 반일 감정을 역이용하고 있다.
CPTPP와 일본의 노림수
CPTPP 이전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협상을 이끌었던 미국과 일본, TPP 협상체결 당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경제 질서는 중국이 아닌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며 중국 견제를 위한 TPP라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보호주의를 강조하며 TPP를 탈퇴했고, 일본은 미국을 제외한 CPTPP를 탄생시켰다.
미국에 이은 2인자가 되기 위한 일본의 술수. 경제대국, 군사대국을 꿈꾸는 일본에 날개를 달아주는 CPTPP.
이런 사실을 알면서 우리 민족의 반일 정서를 역이용하면서까지 CPTPP 가입에 안달하는 한덕수 후보자를 검은머리 외국인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 체결 당시 '광우병 촛불'로 인해 매국 정부로 낙인 찍힌 바 있다.
한덕수 후보자가 추진하는 CPTPP도 후쿠시마 방사능 식품 수입,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마찰,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등 차기 정부의 운명을 결정할 뇌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