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기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공정’ 프레임이 작동했다.
공정 프레임은 일명 ‘조국 사태’를 거치며 우리 사회 담론으로 자리 잡았고,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의 명분으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띄우며 초기 대선 프레임이 되었다.
‘공정’이 상위 프레임으로 작동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전 장관과 거리 두기를 시작했고, 이재명 후보가 직접 “내로남불로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잘못을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다 하위 프레임으로 ‘정의’가 수면 위로 떠올라 이재명 후보는 ‘형수 욕설 건’ 등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정 프레임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일명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비리가 불거지면서 전세는 역전하기 시작했다.
대선판에서 ‘공정’ 담론이 사라진 시점이 바로 이 때다.
조국 전 장관의 딸을 공격하며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자극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입에서 ‘공정’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경제민주화 대신 공정경제를 주창하던 김종인 총괄본부장도 더는 공정을 강조하지 않는다.

공정 대신 유능 프레임
이재명 캠프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대본(프롬프트) 없인 말도 못한’ 윤석열 후보의 무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1일 1실언’이란 말이 나올 만큼 정책적 준비가 덜 된 윤석열 후보는 유능 프레임에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여기에 이재명 후보가 줄곧 강조해 온 ‘유능한 이재명' 프레임이 힘을 받으며 대선판은 ‘유능 Vs 무능’ 구도로 짜졌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10%P나 앞서는 데는 ‘본부장’ 비리나 선대위 자중지란에도 원인이 있지만, 유능 프레임이 작동한 것이 더 주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캠프는 여기에 ‘통합 Vs 갈등’ 구도를 엎을 계산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정동영, 천정배, 정대철 등을 복당시켜 통합 이미지를 부각한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대표, 김종인 총괄본부장과 끊임없이 갈등하는 윤석열 후보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아직 2달여 남은 대선판에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지만, 현재 흐름은 이재명 후보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대전환기를 맞은 우리 사회의 핵심 담론은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대선판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자주, 평등 담론의 실종
대전환기 우리 사회는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G2 대결에 휘둘리지 않는 자주노선을 수립해 국익을 지켜야 하고, 미국식 신자유주의 몰락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마땅히 대선 국면은 ‘자주와 평등’을 전 사회적 담론으로 형성해 국가 발전 전망을 제시하고, 국민적 단합을 실현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익보다 선거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거대 양당의 선거 놀음에 ‘자주와 평등’은 길을 잃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