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쟁반인륜범죄 국제민간법정 부산경남재판 방청기

“피고인들에게 징역30년에 처한다”

장내에선 박수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청중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고,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2월7일 오후4시, ‘미국 범죄•반인륜범죄 국제민간법정 부산경남시민재판’이 열린 민주공원 소극장은 개정 전부터 열기가 가득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상임대표는 재판에 앞선 인사말을 통해 “독일 일본의 패망이후 지난 80여년은 미 제국의 침략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 시간동안 많은 민간인들이 살상당하고, 피해를 입었다”며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이제 미국이 몰락하는 시점에 반미, 반제세력이 연대하고 합심해 미국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 전쟁ㆍ반인륜범죄 국제민간법정’은 미국이 한반도와 인근에서 자행한 전쟁과 반인륜 범죄에 대해 도덕적, 역사적 심판을 내리고, 향후 미국법정과 국제사법재판소, 유엔에 미국 정부를 제소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반전평화운동의 국제 연대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민간차원에서 마련됐다. 2021월 9월 8일 서울에서 첫 기소법정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해당 사건지역에서 진행하는 심리법정을 바탕으로 내년 UN총회가 즈음에 뉴욕에서 최종선고를 할 계획이다.

이 날 열린 부산경남시민재판은 첫 심리법정의 성격으로 ’미국의 한국전쟁 세균전혐의와 현재의 주한미군 세균전부대 운용혐의‘에 대해 참가시민들이 직접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와 형량을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판장은 부산민변 변영철변호사가 맡았으며, 하원오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와 손이헌 부산항미군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 상임대표가 판사로 나서 간단한 인사말을 진행하며 재판은 시작됐다.

하 대표는 “이 땅에 미군이 진주하고 있는 동안 각종 범죄가 묻혀 진 것이 많은데 세균전부대가 그 중 하나”라며, 최근 진해지역에서 한 달에 2회 이상 반대투쟁을 벌이는 등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번 재판에서 이런 노력들이 판결을 통해 증명되기를 희망했으며, 손 대표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 하지 못하고, 국민이 스스로 안전과 권리를 보호 해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며, “미국이 6.25전쟁 때부터 시작한 세균전이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부산시는 오히려 시민들을 고발하고 있으니 우리 스스로 단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영철 재판관은 재판순서를 간단히 발표했으며, “이번 재판은 법정에 참석한 전체 배심원들의 투표를 통해 유무죄와 형량이 결정된다는 것”을 알렸다.

당사자 출석을 확인하는 순서에서는 피고인들이 출석요구에도 불응함에 따라, 법정에 모형허수아비를 세웠음을 알렸으며, 이들의 혐의에 따른 적용 법조항과 형량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공소사실 발표에 나선 이현우 수석검사(부산민변 변호사)는 미리 마련한 PPT를 통해 피고인들의 인적사항, 범죄사실, 적용법조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이 수석검사는 미국이 2015년에 소위 탄저균 밀반입 사건을 저질렀고, 이후에도 여전히 주한미군이 독소를 반입하고 있었음을 자료를 통해 증명했으며, 이들이 독소를 반입하고도 이에 대해 거짓은폐를 시도했음도 밝혀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범죄행위들은 국제협약인 ’생물무기금지협약‘과, ’화학무기금지협약‘, 국내법인 ’생화학무기법‘과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했음을 지적했는데, 생화학무기법 상 무기의 이전을 위반했을 시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생화학무기사용으로 공공안녕을 침해 했을 시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것 등을 배심원에게 공지했다.

이어 재판장은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측이 인정하는지를 물었고, 변호인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혀, 증거를 확인하는 절차로 넘어갔다.

이 수석검사는 ▲6.25전쟁에서부터 시작된 주한미군의 세균전 문제에 대해 영상자료증거 ▲생물무기, 독소 관련 전문가 우희종 교수 증언 ▲주한미군 세균전 부대 인근의 지역 주민들의 증언 증거조사 순서로 증거조사가 진행됨을 알렸으며, 먼저 정연진 검사(AOK대표)로부터 지난 9.8 국제민간법정 기소법정에서 다뤄진 미국의 전쟁, 반인륜범죄에 대한 사실을 청취했다.

정 검사는 ▲여순항쟁 당시의 미군의 학살, ▲한국전쟁 당시의 미군의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황해도 신천지역 학살, ▲히로시마 나가사끼 원폭투하로 인한 학살에 대해 국제민간법정이 기소했음을 알렸으며, 이어 2000년 7월 2일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5회 ‘일급비밀! 미국의 세균전’의 내용과 증언을 요약한 영상자료증거가 제출됐다. 이 영상은 한국전쟁 당시 세균전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조지프 니덤교수를 비롯한 전문가의 보고서 내용과 인민군으로 참전했던 비전향장기수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이어진 증인심문 순서에서는 먼저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를 영상통화로 연결했다 이 수석검사는 ‘미국이 과거 한국에서 세균실험을 한 정황’에 대하여 알고 있는지‘를 물었는데, 우 교수는 답변에서 ‘과거 니덤보고서뿐만 아니라 최근 시효만료로 공개된 미국 CIA기밀문서에도 한국전쟁 당시에 세균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증언했다.

이어진 질문에서 ‘미군은 최근까지 반입한 보툴리늄 등 3가지 독소 3가지 독소를 모두 ‘무독화’한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판단하는 지‘를 물었고, 우 교수는 “미군이 제시한 것이 달랑 반입서 한 장밖에 없고, 무독화 됐다는 증빙서류와 실험자료가 없기 때문에 무독화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미군이 무독화한 독소를 탐지장치의 점검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이런 주장은 생물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성립이 안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세균무기로 개발된 바이러스 등은 일반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갖는 물질이기 때문에, 관련 장비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있는 독성이 유지되는 균이나 바이러스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에 반입한 독소들을 보면, 무독화 된 안전한 거라고 하면서도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극소량(2나노그램)으로 쪼개서 들여왔다”며, “이것은 본격적으로 생물학 실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역서 한 켠에 ’센토‘를 하기 위해 들여왔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미국의 세균무기개발의 최첨단실험의 시작부터 이 땅에서 했음을 알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우 교수가 증언을 마치자, 변영철 재판장은 본인이 궁금한 것이 있다며 “왜 미국이 이런 위험한 물질을 우리나라에서 실험하느냐”에 대해 추가질의를 했는데 우 교수는 “이 시설 설치 당시 미국 책임자가 ’미국 내에 생물무기시료를 반입하지 않고 밖에서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고, 한국이 우호적이고 최적의 장소라고 되어 설치됐다”고 스스로 밝혔으며, 얼마 전 미국의 세균실험실이 전 세계 25 개국에 존재하는 게 밝혀졌는데, 이것들은 다 해당국가와의 비밀협약에 의해 설치됐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주민증언에서는 이원규 검사(부산항미군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 정책교육팀장)가 증인으로 나선 김은진 부산항 미군세균부대 부산8부두 미군세균전부대 추방 남구대책위원회 공동상임대표를 심문하면서 시작됐다.

증인은 지난 3년여의 남구대책위의 투쟁에 대해 PPT로 간략히 소개했으며, 이 검사는 주한미군으로부터 나온 공문내용과 샘플반입 사실, 지난 해 마이삭 태풍때 8부두에서 울린 사이렌사건들을 끌어내어, 미국은 거짓말을 했고, 한국정부와 부산시는 미군이 들여온 샘플반입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이 검사는 미군은 2017년부터 3년간 매년 샘플반입을 해 왔다고 인정했는데, 2019년 3월27일자 국방부의 답변공문은 “2015년 주한미군 탄저균 배달사고 이후 사균샘플 국내 반입시 관련정보를 우리 정부에 통보토록 SOFA에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며, 유관기관 확인결과 현재까지 반입된 사균샘플이 없음”이라고 되어 있다며, 이는 미군이 사균샘플을 들여오더라도 우리 정부는 알 수 없다는 걸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는 경남의 송명희 검사(진해세균전부대 추방 진해운동본부 선전홍보국장)가 증인으로 나선 이종대 진해세균전부대추방 진해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심문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진해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과일주스를 팔아왔다는 증인은 진해미군기지에 세균전부대가 운용된다는 의혹을 접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마음에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맡았으며, 지금 장사가 안 되어 과일이 썩고 있지만 꼭 바로잡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진 증인의 PPT설명에서는 “지난해 6월11일, 미 해군 진해함대 지원부대장 마이클 바스 중령이 ‘세균실험을 하지 않았고, 할 계획도 없다. 다만, 합동포털보호물 조기경보 시스템을 운영할 뿐’이라고 대답한 것에 대해 우리는 세균전부대가 운용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며 이후 진상조사단 구성을 제기했으나 묵살됐으며, 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창원시민 2천여명의 결과를 창원시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3월부터 6월까지 진해미군세균전부대 추방 서명운동을 받았는데, 진해 최초로 6700여명의 서명을 받았고, 경남도 전체 3만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증언했다.

검사측이 제시한 증거에 따라 이현우 수석검사는 피고인들에게 ‘징역 30년형’을 구형했으며, 이에 대해 변호인의 최후변론이 이어졌다.

아무도 이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체의 성격에 걸맞지 않는 변호를 하게 된 6.15공동위 부산본부 교육위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변호인은 약 10분정도의 변론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미합중국은 자신의 거수기인 유엔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는 등 미국에 불리한 결정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상태에 있고, 생물무기금지협약을 비롯한 국제적인 협정들에 규제받지 않는 특수한 지위에 있기에 UN등이 마련한 국제조약에 의거해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 ▲미합중국군대는 한국정부와 맺은 행정협정 그리고 그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대한민국에 대해 지배적인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미군이 한국에서 세균전훈련을 하는 것은 미합중국이 가진 권한에 따른 일이라는 점 등에 따라 원고 측이 주장하는 미합중국의 범죄사실이란 것은 모두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오히려 “원고들이 자가당착인 이 기소를 즉각 취소하고 피고인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은 원고측이 미합중국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니덤보고서와 국제민주법률가협회 보고서에서 제시한 세균전 관련 증거자료들은 부인하기 힘들지만 미합중국은 그것을 인정한바 없기에 그 증거들은 사실로 될 수 없으며, 이들은 공산세력에 조종을 받은 단체였다”고 주장했으며, “설령 미합중국이 한국전쟁에서 세균전을 좀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여도 전쟁은 본래 이것저것 다 하는 것이고, 역사유적파괴, 민간인학살 등은 미국이 세계최강의 힘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방법이며, 미국에 맞서면 그런 방식의 희생양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해 법정을 술렁이게 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인은 원고측이 미합중국과 미합중국의 주요인사들을 기소한 것이 착오라는 사실에 대해 지적했는데, “지난 18대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데 내가 더 적임자다.‘라고 하는 경쟁을 벌였고, 외교부장관 강경화는 2020년 국정감사 답변에서 주한미군측이 인정한 세균시료 반입사실까지 부정해가며 세균무기실험실이 무해하다고 강변하였다”며, 대한민국은 ‘얼마나 더 한미동맹에 충실한가’를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나라이고, 대한민국 정부와 유력 정당들은 자기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미군의 권한과 위신을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주장하면서 “법정에 꼭 누구를 세우려고 한다면 미합중국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조상보다 더 끔찍히 모시는 대한민국 정부 또는 대한민국 국민 자기자신을 세우는 것이 합당할 것”을 강조했다.

법정은 탄식과 비아냥,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맞는 말 아니냐’ 하는 술렁임이 계속됐다.

파문을 일으킨 변호인의 최후변론 직후 배심원단 투표가 진행됐다.

30명의 배심원단이 투표에 참가했으며, 투표용지에는 유/무죄를 표기하는 칸과 유죄일 경우 선택할 수 있는 형량이 3개 보기로 제시됐는데, 5년형, 15년형, 30년형으로 최고형량이 30년이었다.

투표결과 취합은 김종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 김재남 민주노총부산본부장, 박양자 진해운동본부 청만행웅 대표 등 배심원단 대표들이 맡았고, 그 결과는 곧바로 재판장에게 전달됐다.

이윽고 재판장은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30명의 배심원단 투표 결과, 유죄30명 무죄0명. 형량은 30년형이 22명이었으며, 기타의견으로 무기징역이 5명, 참수, 사형2명, 종신형1명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들을 각 징역 30년에 처한다”

박수가 터져나왔지만, 모두들 한켠에 아쉬움과 분노가 삼켜져 있었고, 참석자들의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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