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정치인 김종인, 여야를 넘나든 그의 갈지자 행보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를 배신자라고 매도하지 않는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에서 “우리는 지금 무능하고 부패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벼랑 끝에 선 민생경제를 되살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대장정의 출발점에 섰다”며 정권교체 의지를 밝혔다.
한편 2016년 더불어민주당 총선 선대위원장 시절 김종인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이렇게 경제 상태를 방치해도 되는가.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총선은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실패를 끝내고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정당만 바뀌었을 뿐 ‘정권교체’를 강조한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엔 변화가 없다.
김 위원장의 일관된 경제정책과 선거전략은 2016년 민주당에, 2012년엔 박근혜에 승리를 안겼다. 그런 그가 2022년 다시 정권교체를 역설한다.
그동안 정치인 김종인은 한번도 노선전환을 선언한 적 없다. 그는 민주당에 가나 국민의힘에 가나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그가 노선을 전환하지 않아도 언제든 자유롭게 두 당을 이끌 수 있을 만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차이가 없다는 뜻도 된다.
김종인 위원장이 정권교체를 역설하는 목적은 자신이 펼쳐 놓은 판 위에서 기득권 양당 간의 경쟁을 격화시켜 유권자들이 단순한 선수교체를 마치 권력의 대이동처럼 착각하게 만들려는 데 있다.
여야를 넘나들며 선수교체에 매진한 김종인의 작간으로 인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용인되고 정치 불신이 깊어지면서 한국 정치는 퇴행적 우경화로 접어들었다.
양당 구도가 고착된 대선판은 “윤석열, 쩍벌 다리 고쳤다”는 이슈가 되지만, 300일 넘게 농성하는 해고노동자를 방문하고 열흘 넘게 단식한 비정규직노동자를 찾아간 진보정당 후보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게 되었다.
돌아보면 정치인 김종인은 기득권 양당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첨병 역할을 담당해 왔다.
김종인은 2012년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자 박근혜를 띄웠고,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 쇠락해 균형이 깨지자 이들을 구원했다. 촛불항쟁으로 새누리당이 지리멸렬하자 이번엔 그들을 부활시켰다.
이렇게 양당구도가 고착하는 동안 불평등은 심화하고 차별은 한계를 넘었으며, 이에 저항하는 진보는 악마로 매도되어 국민에서 배제되었다.
요컨대 김종인 위원장이 말하는 정권교체의 본질은 불평등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교활한 정치 수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분명 이런 불평등 체제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즐기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촛불로 태워버려야 할 우리사회 근본적폐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