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 인플레 억제를 위해 워싱턴은 다시 베이징을 찾았다

번역자 주
미국은 자국 내 심각한 인플레 억제를 위해 중국에 전략비축석유의 방출을 요청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민주당은 내년의 중간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된다. 다른 한편 미국의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은 중국 상품에 대한 수요 대체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대미 협상카드를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원제목: 인플레 억제를 위해 워싱턴은 다시 베이징을 찾았다.

출처: 환구시보 사설
2021-11-23 17:53 (현지시각)

2020년 4월 미국 디트로이트 정유사 석유 비축 탱크 [사진 : AP/뉴시스]
2020년 4월 미국 디트로이트 정유사 석유 비축 탱크 [사진 : AP/뉴시스]

백악관이 화요일(11/23) 발표한 전략비축석유 5000만 배럴 방출은 유가를 안정시키고 미국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백악관은 이번 방출이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영국과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원유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안팎에 이르러 고유가는 세계 각국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백악관 성명은 낯 간지럽게 미국의 경제회복 성과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바이든 캠프가 지금 가장 골치 아파 하는 것은 경제이며, 석유 비축분 방출과 관련하여 중국에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심각하다. 코로나19 전염병의 영향 외에도, 바이든 정부가 막대한 연방 재정지출 계획을 내놓으면서 물가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경기부양을 하지 않으면 월스트리트가 견딜 수 없고, 물가를 자극하면 서민들이 고통을 참을 수 없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중국은 최대 석유 수입국이자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이다. 워싱턴이 오펙(석유수출국기구)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자신과 함께 행동하길 희망하였다. 유가 하락은 중국에게도 호재인 만큼, 중국이 석유 비축분 방출에 있어 워싱턴과 딴 배를 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은 최근 석유 비축분 일부를 동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중국보다 훨씬 심각하며, 민주당의 내년 중간선거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여론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는 비판이 많다.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물가가 이렇듯 높으면 인플레이션은 민주당의 내년 중간 선거를 패배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다시 중국에 요청하러 왔다. 이것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긴 하지만, 여기서 중국은 훨씬 주동적 위치에 있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공유하며, 미국 측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시절의 난폭한 '디커플링' 전략을 이어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통하지 않는다.

사실 미국 인플레이션이 높은 것은 중국의 대미 수출상품에 대한 관세 남발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을 바이든 진영은 잘 알고 있다. 이처럼 많은 관세가 붙었는데도 미국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지 않는 것은, 미국 소비에 있어 중국 상품에 대한 수요 대체가 불가능함을 반영한다. 이는 누가 관세를 물것인지의 문제에 있어 중국 기업의 미국 수입업자에 대한 협상카드를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긴박해짐에 따라 중국 기업의 카드는 더욱 강해질 것이고, 그 같은 관세는 결국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게 된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 기업들을 증오하면서도 감히 스스로는 포기할 수 없다.

바이든 진영은 중국 측 양보를 좀 더 얻어내기를 희망하는데, 중국과의 경쟁을 좀 더 유리하게 가져가면서도 자국 내에서 "중국에게 약하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그동안 자기 일을 잘 처리하면서 쌓아 올린 결과이다. 우리는 늘 중미간의 이익이 서로 고도로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경제적으로 보면 둘이 함께 섞여 있는 것은 사실에 매우 부합된다. 미국이 이 같은 규칙을 어기면 자상(自傷)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섣불리 '디커플링'을 시도하여 중국을 괴롭히려 했지만, 결과는 어찌 되었나? 미국 측 공급망의 혼란은 중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중국은 아직 미국 측 공급사슬에 대한 보복 카드를 빼들지도 않은 상태다.

미국은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좀 더 성숙해 질 필요가 있으며, 지구화시대의 미합중국은 이제 함부로 날뛸만한 밑천이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중국의 제조업규모는 이미 미국보다 훨씬 커졌다. 2021년 우리의 소비재 소매판매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의 대종상품(大宗商品, 원료‧에너지 등)소비량도 미국을 차례로 앞지를 것이다. 미국은 이론상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 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이며, 협력과 상생만이 미국의 경제정책에 있어 유일한 선택이 될 것이다.

중국의 명목 GDP가 미국에 근접하고 결국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 측이 필요로 하는 것은 분노와 질투가 아닌 깨어 있는 정신이다. 미국은 중국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대국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국 역시 계속해서 자기 일에 매진하는 동시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잠시 탄알을 날려 보낼 필요가 있다(시간이 얼마 흐른 후에 여유를 갖고 결론을 내린다는 뜻-주). 우리의 실력은 많은 경우 전략적 도전자들이 스스로 정신이 들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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