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일 새벽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해 양경수 위원장을 연행했다.

예상대로 보수언론은 7.3전국노동자대회를 빌미로 코로나 대유행의 근원지 수장을 잡은 것마냥 떠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제1노총의 대표를 잡아 가두면서 민주노총이 10월 예고한 총파업도 막고, 코로나 확산을 미연에 대응하고 있다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한숨 돌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된 오판이다.

▲ 민주노총 임원들과 가맹산하 대표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경수 위원장 강제 구인을 규탄하고 민주노총 입장 및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 뉴시스]
▲ 민주노총 임원들과 가맹산하 대표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경수 위원장 강제 구인을 규탄하고 민주노총 입장 및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 뉴시스]

소득주도 성장,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 약속은 지키지 않았고, 최저임금 1만원 포기, 노조법·근로기준법 개악, 코로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등 반노동성을 하나둘 드러내더니, 결국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7.3노동자대회를 주도했다며 감염예방법 위반 등의 명목으로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잡아갔다.

‘촛불정부’라고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가 한상균 위원장을 구속한 박근혜 정부의 모습을 반복하며 돌아올 수 없는 배반의 강을 건너자,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10월20일 예정된 총파업을 성사해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한 신호탄으로 삼고 문재인 정권에 되갚아 주겠다는 분노를 담은 것이었다.

민주노총이 성명에서 예고한대로 위원장에 대한 강제구인의 결과는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를 더욱 격발시켰다.

위원장은 없지만, 연행 직전까지 조합원들에게 호소한 ‘총파업 성사’라는 위원장의 지침을 민주노총의 골간을 이루고 있는 가맹·산하 조직들이 앞장서 총파업 조직화를 결의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 최대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이전 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허비한 5년”이었다며 분노하고 위원장이 총파업 성사에 앞장서겠다는 결심을 세웠고, 공공운수노조는 “하반기 강력한 총파업과 총궐기 투쟁을 조직해 친재벌 반노동 반민주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며 결의를 높이고 있다. 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조, 전교조, 언론노조 등등 주요 산별노조들의 분노와 결심이 성명을 통해 잇따르고 있다. 110만 조합원이 양경수 위원장이 돼 총파업을 성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들이다.

코로나방역을 핑계로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만 차단당해 오던 시간을 지나,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설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공권력을 뚫고 1년 반 만에 7.3전국노동자대회를 대대적으로 성사시키는 힘이 됐다.

노동자들은 10월20일 총파업의 날을 손놓고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10월20일 총파업 핵심쟁취목표 중 하나로 설정된 ‘주택·의료·교육·돌봄·교통 영역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코로나 방역 영웅, 보건의료노조가 인력충원과 공공의료 확충을 호소하며 파업을 결심하는 등 곳곳에서 투쟁을 이어왔다. 그리고 성과도 냈다. 코로나 대재앙을 탈출하자고 하는 결심들이 도저히 10월 총파업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고, 현대재벌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투쟁 중이다. 건설노조가 하반기 ‘안전’을 위한 총파업에 시동을 걸었고, 철도노동자들도 철도 쪼개기 반대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쟁의에 돌입했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돌봄노동자들이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위원장을 대신해 가맹·산하 조직들을 이끌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단체 삭발로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들의 결심을 내외에 알렸다. 연행 즉시 부당한 탄압에 항의하며 단식을 결의한 양경수 위원장을 따라 청와대 앞 릴레이 동조단식도 진행된다. 삭발과 단식. 뼈와 살을 깎아 총파업을 성사하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뒤따라 3일엔 민주노총 전체 간부파업이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양경수 위원장이 수감된 서울 종로경찰서를 비롯해 각 지역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등에서 매일 저녁 항의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 민주노총 임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민주노총 임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들 노동자들의 투쟁을 각계시민단체, 진보정당들이 지지, 엄호하고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은 110만 조합원들만의 투쟁이 아니며 2500만 노동자를 위한 투쟁만도 아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내건 5대 핵심의제는 ▲재난시기 해고금지-고용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재난생계소득 지급 ▲비정규직 철폐-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노동법 전면개정 ▲국방예산 삭감,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 등 한국사회를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공세적인 요구들이며, 고통받는 민중들의 요구다.

한국사회 대전환에 앞장서는 노동자의 대표가 연행됐을 때 그들만큼 분노한 민중들.

양경수 위원장이 연행된 후 전국민중행동, 한국진보연대를 비롯해 농민, 빈민, 여성, 청년, 학생단체 등이 성명으로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3일 오전엔 각계단체 공동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강제 구인은 민주노총 총파업을 막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며, 민주노총 재갈 물리기”라고 규탄하고, 민주노총 총파업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86억원의 뇌물을 주고도 엄청난 특혜를 받아 2년 6개월 징역형밖에 받지 않는 이재용 부회장은 가석방하고, 100만 노동자의 대표인 양경수 위원장에게 집회 자유의 헌법적 권리를 행동으로 옮겼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강제연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 스스로 재벌 특혜 정권이고 노동자 탄압 정권임을 밝힌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곤 “코로나로 확대되는 여러 위기 상황의 노동자, 농민, 빈민, 자영업자 등 피해자의 절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총파업을 지지했다.

노동당·녹색당·사회변혁노동자당·정의당·진보당 등 진보정당들도 각 대표가 나서 공동성명을 냈다. “양경수 위원장 연행이라는 민주노총에 대한 폭거는 촛불의 배신,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씌워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정권 말기의 반동”으로 규정하곤, 이들도 “민주노총 총파업을 엄호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시민사회종교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강제연행 규탄, 집회 자유 보장, 시민사회종교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시민사회종교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강제연행 규탄, 집회 자유 보장, 시민사회종교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공교롭게도 양 위원장이 연행되기 하루 전(1일), 민주노총 1500여 명의 전·현직 대표자들은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이 연이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보수정치권에 투항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양경수 위원장은 4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한 경찰에 연행됐다.

정권에 대한 비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로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민주노총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정부라면 ‘위원장이 없어도 총파업을 성사하겠다는 110만 명의 양경수’가 보이지 않을 리 없다.

또,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총파업을 지지하고 엄호하는 농민, 빈민, 여성, 청년, 학생들, 그리고 진보정당들이 민중총궐기로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켰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다시 총파업, 총궐기에 나선다.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이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졌던 민주노총 죽이기와 노조 혐오,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해소는 노동자 민중의 ‘총파업’과 ‘저항’만이 가장 위력적인 방법이다.

대선판을 흔들겠다는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평등을 타파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에 촛불혁명의 주역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수장을 잃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다시 분노와 투쟁의 신발 끈을 조이고 현장 조직화에 나섰다.

민주노총의 말대로 “정권과 자본은 10월20일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민주노총 총파업”을 보게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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