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새벽 연행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생일이 8월 31일이었나보다. 평소 페이스북을 ‘너무’ 열심히 하는 ‘위원장님’ 덕분에 본의 아니게 생일까지 알게 되고.

며칠 전 충북 제천에서 자두 농사를 짓는 시누이가 판매를 부탁해서 페이스북에 자두 홍보 글을 올렸는데, “오~ 과일 좋아요. 내일 주문 들어갑니다”라는 댓글은 왜 올려가지고. 평소 누구 생일 같은 거 잘 못 챙기는 성격인 내가 민주노총에 (위원장 선물이랍시고) 2박스나 보냈던 거지. 건물 안에 갇혀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이 들까, 싶어 과일 보충이나 하시오, 하고.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그는 동이 트기도 전에 수사 인력 500명을 비롯해 41개 부대가 동원되어 7.3 노동자대회 방역법 등을 어긴 혐의로 강제연행되었다. 그 과정에 민주노총 건물(경향신문 건물이기도 하다)은 뜯겨지고 부서져 난장판이 되었다고 한다. 구인에 응하겠으니 변호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민주노총 측의 의견은 간단히 묵살되었고, 한국 사회 노동자를 가장 규모있게 대표하고 있는 지도자는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채로 강제연행되었다.

희대의 살인마 전두환도,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 이재용도 이렇게 폭력적, 비인간적으로 취급받지 않았다. 특히 그를 연행하기 불과 3~4시간 전 보건의료노조와 협상을 통해 ‘대타협을 통한 파업철회’를 큰 자랑으로 떠들어댄 터라, 이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조합원들은 이재용의 사면과 양경수 위원장의 연행을 비교하며, 문재인 정부가 재벌과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정확한 장면이라고 분노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은 달을 보라는데, 이 정부는 달을 가리킨 손가락을 자르려고 하고 있다”며 “10월 20일 총파업으로 갚아주겠다”는 입장을 내었다. 반면 위원장의 연행과 민주노총의 입장을 기사화한 언론의 댓글창에는 거의 테러수준의 댓글들이 달렸다.

“민주노총 너네는 전광훈과 똑같다”, “귀족노조, 기득권 노조 민주노총 물러가라”, “민주노총은 권력집단, 정치 그만해라”부터 “빨갱이들, 북으로 보내라”라는 예의 그 ‘빨갱이론’도 등장했다. 합리적 여론이라고 보기엔 논리도 이성도 없는 혐오의 말들이 민주노총으로 향했다. 실로 댓.망.진.창.

당국의 우려도, 대중들의 비난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면 딱 하나 방역문제이다. 위원장에게 씌워진 혐의는 방역법위반과 집시법위반이다. 하지만 방역법은 방역수칙을 지켜 집회를 진행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감염확산도 전무한 것을 당국조차 인정했다.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집회결사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 측면이 있다. 이는 스스로 이를 감수하며 참아준 국민들에게 정부가 감사해야 할 일이지, 일반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를 했다고 해서 이를 잡아가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코로나로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K자형 불평등 문제를 지금 노동계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하고 무책임한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왜 있는데. 하지만 노동혐오를 조장하고 학습된 이 사회는 여전히 조직된, 힘 있는, 정치적 힘을 가진, 또는 가지려 하는 노동조합 집단을 터부시한다. 어려서부터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자는 가난하고, 불쌍하며, 정치권력은 배우고 가진 자들의 것이라고 반복 학습 받아온 까닭이다.

이승만이 전평(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 1945~1947)을 깨면서 대대로 이어내려오는 “노조는 빨갱이다”라는 논리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야 한다. 민주노총 말고는 말할 집단이 없다. 오히려 민주노총이 더 큰 권력이 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고, 이재용 석방을 막지 못했고, 반성해야 한다면 그것이다.

지금 민주노총이 10월 20일 총파업을 조직하며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것들이다. 그것이 사회개혁이고, 불평등을 바로 잡는 시작이고, 아주 보통의 노동조합의 할 일이다. 민주노총의 구호가 뭐 그리 과격하다고.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자본가의 재산을 몰수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함께 살자”는 것인데.

각설하고, 내 자두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 새벽 난 눈을 뜨고 위원장의 연행 소식을 접하자마자, “아이고 위원장님”, 소리와 “이런 자두!”를 동시에 외쳤다. 이 와중에 젠장할 자두 걱정이라니. 울화와 짜증과 걱정에 휩싸여 위원장의 신변만큼이나 걱정되는 자두의 신변을 확보하여 급유턴시키고, 자두 구출. 연행되면서 그가 단식에 들어갔다고 하니, 이 자두는 킵해두는 것으로. 누가 뭐래도 노동자의 대표인 민주노총 위원장을 이제 구출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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