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활하는 21세기 사회주의 분홍색 물결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 세력균형의 변동은 좌파의 부활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적극적인 정치적 관점에서 대중권력의 이러한 유동적인 구조적 판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빈곤과 끔찍한 불평등이 남아 있는 제3세계 국가에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강력한 반동세력의 도전에 맞서 피억압계급이 사회적 압박을 극복하도록 하려면 긴 태동기간이 필요합니다.

 

저자: 야니스 이크발. 인도 알리가르에 거주하는 독립 연구원이자 프리랜서 작가

 

역자: 이승규(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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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gnificance of Latin America’s Pink Tide

핑크 타이드(Pink tide)
'분홍색 물결'이라는 뜻으로 중남미의 우파~극우 독재정권이 무너져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 90년대 말부터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등지에서부터 시작하여 중남미 전반에 걸쳐 좌파 정부가 연쇄적으로 탄생한 현상을 의미한다.
남미 좌파들은 우파와 미국에 적대적이며 초국가적이고 연대적인 성격도 있어 '남미 좌파 블록'과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한다.(나무위키)

라틴아메리카의 좌파가 재편성되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19일 페루 국가선거심사위원회는 2021년 대통령선거의 결선투표결과로 좌파정당 ‘페루 리브레’(자유페루당)의 후보인 페드로 카스티요가 당선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브라질의 중요한 투표 설문조사에서 루이즈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가 네오 파시스트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2022년 대통령 선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압도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콜롬비아는 사회경제적 혼란에 빠져있으며 좌파 정치인인 구스타보 페트로의 당선가능성이 있습니다. 칠레에서는 2021년 5월 15일부터 16일까지 치러진 155명을 뽑는 새 제헌의회 선거결과로 진보후보들이 국가정치의 최전면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역동성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쿠바, 멕시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에서 이미 집권한 좌파 정부를 지역적으로 강화할 것입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나침반에 나타난 반 신자유주의적 변화는 전 세계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남미 좌파 대통령들, 왼쪽부터 볼리비아 루이스 아르체Luis Arce, 페루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 멕시코 로페스 오브라도르López Obrador,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Ángel Fernández 대통령
남미 좌파 대통령들, 왼쪽부터 볼리비아 루이스 아르체Luis Arce, 페루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 멕시코 로페스 오브라도르López Obrador,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Ángel Fernández 대통령

제국주의

세계 시스템의 주변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류는 절대적인 빈궁화라는 치명적인 과정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제국주의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원료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부 지역의 경제성장을 광물과 농업분야로 제한해 왔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제3세계 경제는 1차상품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이러한 1차상품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는 북반구에 1차상품을 수출하지만 동일한 상대국가에서 제조된 제품을 다시 수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조에 앞서 수입하는 1차 원료로 구성된 이러한 제조상품에 추가되는 부가가치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를 영구적인 무역적자로 유지하면서 북반구 산업국가의 이익을 창출합니다.

주변부의 일부 국가는 수출주도 성장에서 축적된 잉여를 통해 어느 정도 산업화를 촉진했지만, 이들 경제의 분절화된 구조는 고착됩니다. 제국주의 국가의 기술, 재정, 천연자원, 통신 및 군사독점은 주변부 국가에서 중요한 토착 기술개발이 부족했음을 의미합니다. 산업성장이 일어난 범위에서도 자본과 기술의 수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산업성장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역동적 효과를 상당히 감소시켰습니다. 더욱이, 가치창출의 장소를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재배치한다는 것은 중심부가 자국 노동자의 무익한 착취에 점점 덜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대신 제국주의 종주국은 점점 더 세계를 남반구의 "생산경제"와 북반구의 "소비경제"로 분리분류합니다.

이 과정의 주요 배후동인은 의심할 여지없이 남반부의 낮은 임금수준입니다. 이와 같은 외부지향적인 경제의 확고한 구축은 외국자본을 놓고 남반구 기업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환율하락, 초저세율, 낮은 임금 등의 치명적인 악순환으로 특징지어지는 밑바닥을 향한 전 세계적인 경쟁입니다. 자본주의의 중심부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은 이 비참함으로 끝없이 잔치를 벌이고 제3세계의 광범한 노동력을 극단적으로 착취하여 이윤을 살찌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경제의 구조는 국가착취의 차별적인 등급에 따라 산업부문에 노동을 배분함으로써 근본적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남반구에서 북반구로의 가치이전의 외형적 형태만 변하고, 가치가 다른 상품간의 부등가교환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대규모 저수지가 만들어지는데, 이들은 비공식 경제관계에 지속적으로 얽힌 채로 남아 있으며, 생산구조에 의해 외국 자본가들을 부유하게 하고 남반구 매판 부르주아의 기생적 본성을 키우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자본

국제 분업의 지속과 종속 산업화의 창출은 국제금융자본의 헤게모니에 의해 보장됩니다. 프라밧 파트나이크Prabhat Patnaik는 다음과 같이 씁니다. :

“제국주의의 현 국면에서 금융자본은 국제화되고 국가는 국민국가로 남는다. 따라서 국민국가는 금융자본의 요구 앞에 기꺼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국가에서 시작되고 외부에서 유입된 모든) 금융자본이 특정 국가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유동성을 감소시키고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의 세계화 과정은 국민국가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효과가 있다. 국가는 자본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원하는 일이나 선출된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금융과두정치의 이익을 위해 자본가에 대해 세금을 거두거나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국가지출을 늘리는데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세금과 차입은 국가가 총수요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자금조달 방법입니다. 자본의 이해관계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적자재정지출에 반대합니다. 첫째, 적자자금조달은 시스템의 유동성 과잉을 증가시켜 잠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으로 봅니다. 인플레이션은 금융자산의 가치를 잠식하기 때문에 금융자본에게는 저주입니다. 둘째, 금융시장은 이윤창출 이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 즉 부채를 조달해 재정지출을 하는 것은 금융이익을 결정하는 금리 차이를 더 예측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두려워합니다. 셋째, 적자지출로 인해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하면 국가는 금융시장에 개입하여 금융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건한 복지주의조차도 신자유주의 질서에 위협이 되었습니다. 전후 시대의 복지국가가 공산주의의 위협을 물리침으로써 지배계급에 복무했던 반면, 착취에 의한 축적이 자본주의 성장의 지배적인 양식이 된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가장 소박한 수요관리정책조차도 강력한 정치적 반대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국제적으로 양극화되고 국가적으로 숨 막히게 억압적인 글로벌 자본주의의 결과들을 고려해 볼 때, 라틴 아메리카 좌파의 느린 부활은 대안의제의 발전을 위한 길을 제공할 것입니다.

핑크 타이드의 경험

첫째, 대륙의 진보적인 정부는 핑크 타이드 기간에 권력을 잡은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항상 종속관계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광물자원과 플랜테이션 농업에 대한 자본의 통제에 반대하여 라틴 아메리카 좌파는 외국자본의 지배를 대체하는 공공부문을 합병정리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1차상품 부문에서 나오는 수입이 더 이상 부자들에 의해 착취당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전용되도록 했습니다. 재정자원에 대한 통제 주장과 사회 발전주의로의 방향전환은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 ‘남미 국가연합’ 및 ‘모든 남미인을 위한 볼리바르 동맹’과 같은 다양한 구상을 통해 국가주권적 형태의 산업화, 무역 및 금융의 불균등한 촉진과 결합되었습니다.

(제국주의에 의해 핑크 타이드 국가들의) 공공부문과 지역집단이 국내 중공업 기반과 기술역량 개발에 충분히 적응되기도 전에 상품경기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이 외부 효과는 좌파가 재분배 전략을 통해 생산력을 강화시키려고 공동으로 시도함으로써 더욱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독립이라는 정치사상적 과제를 내세웠다는 사실은 핑크타이드가 담고 있는 풍요로운 가능성에 대한 증언입니다. '산업화', '사회복지' 및 '국가'는 국가주권의 개념으로 결합되었습니다. : 산업화는 단순히 제3세계 자본가들이 자본을 더 효과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개선하는 수단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더욱이, 라틴 아메리카 정부가 경제의 어느 부문을 안전하게 개방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인 연결해제 프로그램이 지원되었습니다. 그들은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현지자본을 보충하기 위해 외국자본이 필요한 부문을 차등적으로 개방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자결권의 이 청사진의 일환으로 금융부문을 자유화하라는 압력에 저항하기 위한 명료한 캠페인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정부는 금융세계화에 의해 부과된 제약에 단순히 순응하는 대신 자본 통제수준을 높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흐름의 재규제는 거시경제정책의 자율성을 더 확보하고 빈곤층의 이익에 관심을 기울이기 위한 조정된 노력의 일부였습니다.

자본통제의 존재로 인해 라틴 아메리카 좌파는 일시적으로 상품경기의 파탄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1차상품 가격의 붕괴로 인해 스스로 느껴지고 눈에 보이는 것 중 하나는 필요한 수입자금을 조달할 외환부족을 통해서입니다. 더욱이, 1차 상품수요의 침체로 인한 소득감소는 경기침체, 스태그플래이션 및 실업을 야기합니다. 생필품 수입을 위한 외환보전과 환율하락에 대비한 자산 보유자의 외환유출방지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라틴 아메리카 좌파국가의 은행 및 대외무역 규제관리는 변화하는 글로벌 상황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둘째, 라틴 아메리카 좌파정부는 경제성장의 수입과 증가하는 상품수출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조건부 현금이전(CCT)과 같은 계획 및 복지정책을 광범위하게 사용했습니다. 축적이라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구조 아래에서 국내총생산성장률이 증가하고 사회적 조건이 개선되어 신자유주의의 부정적인 후과를 역전시키고 핑크 타이드 행정부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고히 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1인당 GDP는 2003년과 2013년 사이에 31% 증가했고 빈곤율은 32%에서 17%로 떨어졌으며 라틴 아메리카의 1인당 가구소득 지니계수의 국가평균은 0.0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정부의 "신뢰성"을 회복하게 했고 민간투자가 주도하는 애매한 성장주기로 돌아가기 위한 과거의 가혹한 긴축정책 및 재정횡령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습니다.

복지정책의 시행은 현대자본주의의 특수한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금융자본의 패권과 고착화된 위계질서로 특징지어지는 세계적 상황에서 성공적인 빈곤퇴치계획의 발동, 최저임금 인상, 노동규제 강화, 적자재정목표의 완화와 같은 정책을 더 급진적인 변화의 전조로 보는 엘리트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복지지출조차도 금융과두정치의 이익과 반대되는 인플레이션이라고 두려워하는 금융자본의 시대에 라틴 아메리카 좌파의 재정팽창주의와 사회정책의 공고화는 신자유주의 이익에 대한 날카로운 공격이 됐습니다.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 세력균형의 변동은 좌파의 부활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적극적인 정치적 관점에서 대중권력의 이러한 유동적인 구조적 판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풍부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빈곤과 끔찍한 불평등이 남아 있는 제3세계 국가에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강력한 반동세력의 도전에 맞서 피억압계급이 사회적 압박을 극복하도록 하려면 긴 태동기간이 필요합니다. 요컨대, 역사무대에서 세계 남반구의 특정명제를 다루는 것은 경제건설의 직선적이거나 완벽한 과정과는 다른 풍부한 질감의 사회화된 자율성의 통로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인민문화의 폭과 노동계급의 힘의 깊이가 교차하여 다면적인 혁명의 궤적을 만들어냅니다. 블라디미르 레닌 자신이 말했듯이 "'순수한‘ 사회혁명을 기대하는 사람은 살면서 결코 그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혁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혁명을 떠벌인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우리는 제국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타격을 보증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부활하는 핑크 타이드와 연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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