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분단은 마치 공기와도 같이 친숙하고 자연스러워서 여기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단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심지어 요즘 상당수 사람들은 통일을 부담스러운 것, 비용이 많이 들어 꺼려야 할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분단은 북에 대한 무지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무지는 판단을 그르치고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민중들에게 돌아온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북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북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알아야 한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분단의 견고한 벽을 허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북은 온통 안 좋은 이미지로 분칠되어 있다. 삼대 세습의 봉건세습국가, 김씨 왕조와 그 주위 일부 엘리트 집권세력의 학정에 고통받고 있지만 지속적인 세뇌로 인해 저항의 의지마저 잃어버린 일반 인민들, 극단적인 가난, 짓밟히는 인권, 음산한 정치범 수용소, 그러나 깡다구는 있어서 미국에 홀로 맞서는 황당한 벼랑 끝 전술, 이런 등속의 것들이 대체로 북에 대해 우리가 갖는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소련, 동구 사회주의 나라들이 모조리 망하고 중국과 베트남이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헷갈릴 만큼 헤매는 와중에도 조선은 의연히 사회주의 체제를 견지하면서 명실상부 최강대국 미국에 맞장뜨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물 샐 틈 없는 제재를 받으면서도 붕괴되기는 커녕 경제는 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체 개발한 로케트로 위성을 쏘아 올리고 원자탄 수소탄 EMP탄까지 개발해 놓았다. 로케트는 기계공업이 최상의 경지로 발전해야 비로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과학기술이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뜻이다.
상당한 성과다. 우연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의 북이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도대체 북은 어떤 나라인가. 개성공단에서 오랫동안 이사장 일을 했던 김진향 위원장은 말했다.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을지 모른다.
한 나라를 안다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와 그 나라에서 사는 인민들을 아는 일이다. 그래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4.27시대연구원에서 북의 역사에 대한 책을 펴냈다. 현대사에 대한 것으로서 해방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그 의미에 대한 것들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면 해방 후 북에서 정권-당-군대가 건설되는 과정, 한국전쟁, 전후 건설, 1950년대 후반 소련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자주적 노선을 견지하면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했던 과정, 미국과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 고난의 행군, 고난의 행군의 극복, 핵 무력의 건설, 과학기술의 발전,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는 지도자의 승계 과정 등에 대한 내용들이 흥미진진하게 등장한다. (그외 항목은 아래 첨부 사진 참조)


이 과정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 것은 북 지도자들이 중국, 소련 등 사회주의 대국들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철저히 자국(自國)의 구체적인 현실에 근거한 자주적 방식으로 나라를 운영했다는 점, ‘사람과의 사업’을 중시하여 ‘현지지도’ 방식으로 늘 인민들 속에 들어가 인민들의 요구와 지향을 포착하고 인민들의 힘을 최대한 결집하는 방식으로 나라를 운영해 왔다는 점이다. 인민들의 열정적 참여와 자발적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겪어 온 여러 위기를 북이 돌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분단은 마치 공기와도 같이 친숙하고 자연스러워서 여기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단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심지어 요즘 상당수 사람들은 통일을 부담스러운 것, 비용이 많이 들어 꺼려야 할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의 우리 삶은 분단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 왔다. 오랜 세월 역사적 진실을 왜곡, 은폐하고 진보적 운동의 진출을 봉쇄해 온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군사 작전권을 미국에게 헌상한 것, 매년 1조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헌납하며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것, 막대한 규모의 돈을 쓸 데 없는 무기를 사들이는 데 탕진하는 것 등 이 모든 부당한 현실의 원인이 분단이다. 북 또한 고통을 감내해 왔으니 그들 또한 분단에서 기인하는 전쟁 공포에 70년 이상 긴 기간 시달리며 인민들 삶을 살찌울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을 전쟁 준비에 쏟아부어야 했던 것이다. 이처럼 전 민족 차원에서 볼 때 분단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자 무거운 멍에다.
분단은 북에 대한 무지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무지는 판단을 그르치고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민중들에게 돌아온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북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북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알아야 한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분단의 견고한 벽을 허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에 도움이 되는 책이 나왔다. 문장은 깔끔하고 화보자료도 풍부하다. 망라된 주제는 모두 북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것들이다. 실로 극진한 정성이 들어간 책,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