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도 통하지 않을 주장”
“잘 모를 땐 가만있으면 중간은 갑니다.”
“후보 자격 없다.”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 논란을 넘어 그의 노동관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를 “실패한 정책”이라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보정당과 노동자들은 크게 분노했고, “윤 전 총장의 ‘노동 관점’과 ‘시대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주 120시간 노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인터넷 오픈마켓 게시판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말해준다.

▲ 윤석열 전 총장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비판하며 한 인터넷 오픈마켓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 윤석열 전 총장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비판하며 한 인터넷 오픈마켓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진보당은 “19세기에도 통하지 않을 주장”이라고 혀를 찼다.

청년진보당은 20일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 스타트업 청년을 운운하며 청년을 끼워팔지 마라”고 논평했다.

윤 전 총장은 주 120시간을 언급 당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 52시간제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청년진보당은 “2016년 한 해에 한국에서 장시간노동,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610명에 이른다.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에 대한 통제권, 작업중지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과로사와 산재로 쓰러지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는 불평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사간 합의’를 통한 노동시간 연장할 수 있다는 말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면서 “어떤 직종이라고 할지라도, 어떤 합의가 있더라도 윤석열이 얘기한 ‘그런 노동’은 허용되어선 안 된다”고 지탄했다.

정의당도 같은 날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언행이 ‘갈수록 태산’이라고 탄식했다.

“과로사로 목숨을 잃은 6명의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언론 기사만 읽었더라면 감히 ‘주 120시간노동’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을 것”이며, “판교와 구로디지털단지 IT노동자들의 밤샘 야근 현실을 빗댄 ‘오징어 배’라는 단어가 무슨 말인지 알아보려 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라는 것.

정의당은 “잘 모를 땐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며 “윤 전 총장의 ‘노동 관점’과 ‘시대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꼬집은 데 이어, “‘주 120시간 노동’이라는 현실인식 수준으로는 ‘대선후보 윤석열’은 고사하고 ‘정치인 윤석열’로서도 자격없다”고 일갈했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과로노동의 대명사 택배노동자들도 “유력 대선주자의 입에서 나온 반노동 망언”이라고 개탄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논평에서 “주 120시간 근처에도 가지 못한, 주6일 하루 12~14시간, 주 70시간 이상의 노동이 작년부터 20명이 넘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낳았음을 보지 못했는지 우리는 묻고 싶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문재인 정부의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 연장(최장3개월→ 6개월) 개악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의 효과도 무력화”됐는데, ‘주 120시간 노동’은 “더욱 극악한 형태의 탄력근무제”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모는 것이며, 그런 생각을 하는 이는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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