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규모를 2만2천 명 미만으로 감축하는데 미 국방부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29일 미국 하원에 발의되었다.

트럼프 시절 주한미군 규모를 2만8천500명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한 미 국방수권법(NDAA)을 개정해 하한선을 정한 것.

이를 두고 6천500명이 감축한다느니, 전력손실이 예상된다느니,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느니 하는 억측이 난무한다.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순환배치 인력 등을 고려하면 현재 2만8천500명~2만3천여 명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니 순환배치 기간에도 상주인원이 2만2천 명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한 이번 법안은 6천500명 감축안이 아니라 현행 유지에 단지 하한선만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언론의 보도가 아니더라도 이 문제가 전력손실이나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해방 이후 76년째 한국군의 군사주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론이 나오고 있으니 국내외에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좀 더 냉정하게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주한미군을 둘러싼 논란은 그다지 크게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주한미군이 처음 38선 이남을 점령(occupy*맥아더 포고령)했을 때부터 주한미군 철수론이 제기되었다. 친일파 재등용에 이은 제주4·3학살(제노사이드, genocide), 여기에 남북 총선거 약속을 어기고 이남만의 단독선거 강행으로 한반도를 영구 분단한 미군정에 대한 철수 여론은 하늘을 찔렀다. 특히 1948년 12월 소련군이 이북에서 완전히 철수하자, 모스크바3상회의 결정대로 신탁통치를 끝내고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문에도 3개월 이내 외국군대의 한반도 철수가 합의되었다. 휴전선 이북 중국군은 정전협정과 동시에 철수했지만, 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정전협정을 어기고 주한미군을 주둔시켰다.

1975년 유엔총회에서 불법적인 결성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주둔한 ‘유엔사 해체 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미군은 이를 따르지 않고 유엔사를 존속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주한미군의 용도가 대북 전쟁용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용으로 변경되자, 주한미군 철수와 군사작전통제권 환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투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렇게 지난 70여 년간 주한미군 철수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적으로 진행되었음을 고려한다면, 지금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나온다는 점이 그다지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거나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났다고 봐야 한다.

두 가지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첫째로 주한미군의 주둔 이유이다. 이번 국방수권법 개정안에서도 밝혔지만 주한미군은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역에 걸친 안보의 기반’이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대중국 포위압박에 한국군의 작통권을 가진 주한미군을 동원하기 위해 주둔한 것이다.

둘째로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에 더 절박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미국의 요청대로 인상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다. 만약 우리 정부가 ‘그렇다면 나가라’고 했다면 트럼프는 미군을 뺏을까? 오히려 주둔 비용을 낼 테니 있게만 해달라고 사정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주한미군이 주둔함으로써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얻어가는 이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엄청나기 때문이다.

문제의 기원과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국제 관계에서 주도권을 잃게 되고, 결국 우리의 국익을 지켜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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