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재개발·재건축 현장 인근 주민피해 심각… 대책위 결성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서 그릇을 받쳐놓고 살아요.”
“새벽마다 공사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어요. 대형차량 지나갈 때마다 집이 흔들려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공사 이후 문틀이 틀어져 문이 열리지 않아 갇힌 적도 있어요.”
“집에서 온라인 수업하는 아이들이 공사 소리에 시끄러워서 제대로 수업할 수가 없어요.”
서울 서대문 푸르지오 홍제1구역 재건축 건설현장, 대우건설 측의 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목소리다. 주민들은 28일 오전, 서대문구청 앞에서 ‘푸르지오 피해주민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지난 3년간 대우건설 푸르지오 건축 현장 인근의 주민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비만 오면 누수, 밤낮 가리지 않는 소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분진과 소음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다. 안산초등학교로 통학하는 자녀들이 대형차량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소음으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 건설사에 애원하고 사정하기도 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 간 주민도 있다. 지금도 그 피해는 계속되고 있지만 대우건설 측은 주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

대책위 결성 기자회견에 참가한 주민들의 피해와 억울함은 절절했다.
“어느 날 갑자기 평온했던 제 삶은 무지막지한 철거부터 무시무시한 발파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3년 전 갑자기 집 바로 앞에서 포크레인이 집을 부수고 깨고 난리가 났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공사, 커다란 암반을 깨는 발파작업으로 전쟁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규정된 소음이 초과 돼 대우건설은 네 번이나 행정처분을 받았는데도 아직도 수많은 트럭 소리, 수백 대의 레미콘 차량 소리, 펌프카 소리, 철근이 떨어지는 소리로 제 일상은 무너졌습니다.” (통일로 19길9 안산빌라 주민)
“저는 초등학생 아이 둘을 가진 엄마입니다. 저희 안방 앞이 바로 공사현장 입구라 새벽 4~5시면 ‘빵빵’ 소리에 깨어납니다. 생활 리듬이 깨지니 저와 아이들은 스트레스와 피부병으로 병원에 다닙니다. 먼지와 소음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 창문도 열 수 없습니다. 갑자기 눈앞에서 폭탄이 터지고, 지진이라도 난 마냥 집안이 흔들리고... 이런 고통으로 119에 두번이나 실려갔습니다.” (통일로 19길9 안산빌라 주민)
“화장실 벽면이 갈라져 바람이 심하게 들어옵니다. 얼마 전부터는 바닥까지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변기까지 갈라져 너무 무섭습니다. 혼자 있다가 집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밤에 잠이 안 옵니다. 제발 저희 좀 살려주세요!” (통일로 329 주민)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느낀 주민들의 반복되는 민원과 진정에도 건설현장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서대문구청은 형식적인 계도 조치로 일관하거나 “시멘트와 몰탈이 하수관으로 흘러가도 환경엔 큰 문제가 없다”, “건설현장에서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진보당 서대문구위원회 박희진 위원장은 “구청에 관내 건설과 관련한 인허가권의 책임을 주는 것은 그것이 주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주민의 주거생활안정을 위해 노후한 건물을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청은 공사현장 인근 주택에 사는 원주민들의 생활과 안전문제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청을 향해선 “3년간 지속된 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앞으로 1년 넘게 남은 공사기간 주민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행정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최근 홍제동 인근 재개발, 재건축이 연이어 추진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주민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주민들은 대책위 결성을 선언하며 ▲푸르지오 건설로 인해 발생한 주택피해에 대한 원상복구 ▲분진/소음으로 인한 가구별 피해보상 ▲공사기간 안전관리 철저 및 대책 등을 요구했다.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 홍제1구역 주택재건축 건설현장
피해주민대책위원회 결성 선언문
지난 3년간 우리 주민들은 홍제1구역 푸르지오 아파트 건설공사로 많은 피해를 안고 살아왔다. 멀쩡하던 집에 금이 가고 비만 오면 물이 새서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문틀이 틀어져 문이 닫히지 않고, 한여름에도 분진이 새하얗게 쌓여 창문한번 제대로 열지 못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등하교길 대형차량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고, 발파진동에 식탁밑으로 몸을 숨겼다. 누수로 인해 온 집안에는 곰팡이가 피어났다. 휴일과 새벽에는 공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휴지조각마냥 버려지고, 가족들과의 일상은 산산이 파괴되었다.
“시끄러워 못살겠다”“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 두 대가 고장났다”“멀쩡하던 집이 비만 오면 물이 샌다.” “제발 아이들 수업시간과 통학길 안전을 보장해달라”“터진 배관을 수리하다 내 마음이 다 터진다.”
몇 년동안 구청을 찾아가고 건설현장을 찾아가 민원을 넣고 항의를 하고, 부탁을 하고 애원을 했지만 건설소장은 비아냥과 무시로 일관했다. 건설현장 전체의 책임을 맡은 자가 노동자들을 자기들이 통제할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구청도 다르지 않았다. 생활이 무너지는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 민원을 넣어도 계도조치를 하겠다는 기계적인 답변이 돌아왔고, 건설현장에서는 하루이틀 눈치를 보다가 여봐란 듯 다시 약속을 어겼다. 몇날며칠 법조항을 찾아 공사차량 바퀴에 세륜시설이 필요하다고 요청해도 ‘법 어긴 것 없다’며 건설현장 편을 들고, 주민의 민원을 귀찮아하고 무시하였다.
이에 우리는 주민들이 뭉쳐 대책위를 결성하고, 서대문구 주민으로서 다음을 요구한다.
하나. 서대문구청은 푸르지오 피해주민들의 피해보상을 위해 대우건설측이 책임있게 나설수 있도록 적극 조치하라.
하나. 서대문구청은 이후 푸르지오 건설공사기간 동안의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진단 실시, 소음분진 피해 최소화, 공사차량 출입구 위치 변경, 등하교시간 공사차량 통행금지, 신호수 배치, 공사차량 통행시간 및 공사시간 준수, 공휴일 공사 자제에 대해 적극 조치하고, 철저히 관리하라.
하나. 서대문구청은 푸르지오건설공사기간의 주차안전 조치 및 건설 후 주민들의 주차면 확보를 위한 조치에 나서라.
하나. 서대문구청은 주민피해에 대해 대우건설측이 피해보상 및 원상복구 조치 후 잔여공사기간 중에 발생하는 추가적인 피해에 대한 책임적인 조치를 하도록 관리하라. 건설사가 말을 바꾸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로 나올 수 있도록 구청은 서대문 주민의 입장에서 적극 역할을 다하라.
하나. 재건축으로 피해입은 원주민들의 생존과 권리를 위해 대우건설은 협상에 나서라.
하나. 대우건설은 주민의 안전과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맺었던 약속을 지켜라.
지난 3년간 우리 주민들은 건설사와 구청의 수없는 말바꾸기, 약속 미이행, 무시에 지쳐왔다. 우리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며 무리한 떼쓰기가 아니다. 서대문에서 삶을 꾸리고 살아가는 구민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우리의 힘으로 똘똘 뭉쳐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2021년 6월 28일
홍제1구역 푸르지오 건설현장 피해주민 대책위원회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