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자 북으로’의 저자 전덕용 작가

역사책에서나 찾아보는 옛날이야기가 돼버린 4.19혁명. 당시 20살 대학생이던 작가 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이 소설 ‘가자 북으로’를 집필했다.

전덕용 작가는 신간 ‘가자 북으로’ 출판을 기념해 “4월혁명 당시 스무살 대학생이었던 그날의 ‘젊은 사자’들은 어느덧 팔십 노년이 되었다”라고 세월을 더듬으면서, “만약 살아만 있다면 경무대(청와대) 앞에서 잡혀간 홍경일(전덕용 작가와 자취방 동거인)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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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을 다룬 소설인데 책 제목을 왜 ‘가자 북으로’라고 지었냐는 질문에 작가는 “‘가자 북으로’는 그 당시 ‘시대의 소리’였다”라고 답했다. 전덕용 작가는 “친일·친미·분단 독재자 이승만을 쫓아낸 4.19혁명 그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월의 ‘젊은 사자’들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를 부르짖었다”라며 책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덕용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의 절정은 주인공 강욱철이 용산 미군기지를 포위하고 미8군사령관에게 백기투항을 명령하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소설 ‘가자 북으로’는 미완의 혁명으로 불리는 4.19혁명을 주인공 강욱철을 통해 자주통일로 나아감으로써 혁명을 완성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전덕용 작가는 주인공 강욱철의 실존 인물로 제주 4.3항쟁 진압을 거부하고 현역 장교로서 휘하 장병들과 함께 분연히 무장봉기에 떨쳐나선 김지회 장군을 떠올렸다고 한다.

전덕용 작가는 “4.19세대의 우상이었던 시대의 선각자 함석헌 선생은 우리 역사를 ‘늙은 갈보의 역사’라 규정했다”며, “4월혁명이 있은 지 60년이 지났지만 미군의 주둔과 미국의 간섭 그리고 분단된 현실은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소설 ‘가자 북으로’를 읽어야 할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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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혁명을 다룬 소설을 쓰려고 결심한 이유는 뭔가요?

2020년은 4월혁명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4월혁명 당시 스무살의 대학생이었던 그날의 ‘젊은 사자’들은 어느덧 팔십노인이 되었습니다. 학생 신분이어서 정권을 인수 받고 권력을 장악, 사회제도를 개혁하고 혁신적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4월혁명’을 ‘미완의 혁명’이라고 합니다.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한 일이지요. 더구나 박정희 군사도당에게 철저하게 짓밟히고 혁명의 의미와 그 끼친 공이 폄하될 대로 폄하 되었으니까 말이죠.

아직 목에 숨이 붙어 있고, 모국어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한 4.19혁명정신을 소리 높이 외치고 싶었습니다.

또 주위의 가까운 동지들의 권유도 한 몫을 했구요.

- 4.19혁명을 다룬 소설인데 책 제목을 왜 ‘가자 북으로’라고 지었나요?

‘가자 북으로’는 그 당시 ‘시대의 소리’였습니다. 4.19혁명 초기에는 부정선거 규탄, 이승만 정권 타도였으나, 혁명성공 후 곧장 학생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소리가 ‘남북 교류’, ‘나라의 자주평화통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땅에 사는 모든 민중들의 잠재의식 속에 남북통일 분단극복에 대한 염원이 언제나 하시를 막론하고 내재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지구상 최빈국, 해마다 보릿고개 춘궁기(春窮期)를 맞아 아사자가 속출하는 시대상이었어요. 부정부패로 공직기강이 말이 아니었고, 일부 부유층에 대한 특혜, 폭리로 부정축재자들이 횡행하던 세상이었습니다.

사회질서는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어서 운영되는 사회가 아닌 굴러가는 사회현상이었어요.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기필코 쟁취해야 할 민족적 과제는 다름아닌 조국의 자주평화통일이었습니다. 갈라진 조국이 하나되는 일 말이에요.

그래서 그 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월의 ‘젊은 사자’들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를 부르짖었지요.

하여튼 ‘가자 북으로’는 그 당시 시대의 언어이고 혁명 주체였던 ‘사월 사자’들의 염원이고 전체 우리 바닥 민중들의 소원이었습니다. 시대사적 의무이고, 역사의 명령이기도 했었습니다.

4.19혁명에서 5.16군사쿠데타 사이의 자유해방 4월혁명 공간을 포괄적으로 대표하는 언어가 ‘가자 북으로!’입니다.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정한 것이죠.

-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4.19혁명 정신은 무엇이고, 이 책 ‘가자 북으로’에는 어떻게 투영됐나요?

두 말할 것 없이 4월혁명 정신은 첫째가 이승만과 자유당의 친일 친미 반공 백색 독재 타도입니다.

다음으로 부정부패와 사회악 척결, 그 지긋지긋한 가난 빈곤 타파였지요.

세 번째는 외세 배격, 남북 자주평화통일 쟁취, 민족 하나 되기입니다.

이 작품에선 4.19혁명이 미완의 혁명이 되고, 그동안 우리 민족이 겪은 시련 고난 총체적 불행이 외세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뼈저리게 자각하는 민중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작품의 주인공 강욱철은 반외세 민족자주독립통일국가 건설이 4월혁명정신을 실천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미완의 혁명을 완수하는 길은 남북 민족 자체 역량에 의한 자주통일독립에 있다는 신념을 불태우며 동지들과 함께 유격전에 돌입합니다.

-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어떤 장면인가요?

주인공 강욱철이 현역에 복무중인 동지 안국광 대위를 만나고 철원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때 강욱철이 깜짝 노루잠을 자다가 그야말로 호랑이 꿈을 꾸게 됩니다.

무장을 갖춘 ‘사월패’는 청와대를 점령하고, ‘불암당’의 ‘넝마병단’과 ‘딱어병단’은 용산 미8군 기지를 포위, 사전 작전계획에 의한 기지 방어벽을 폭파해 버리죠. 이와 동시에 민족군 총사령관의 남조선 강점 미국군대에 대한 포고문 제1호가 발표됩니다.

남조선 주둔 미8군사령관의 백기투항을 명령하는 내용이죠. 이에 따라서 미8군사령관 토마스 메클레이드가 무조건 항복성명을 발표하고 백기를 들고 민족군대에 투항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입니다.

- 소설 속 주인공 강욱철을 그리면서 머릿속에 떠올린 실존 인물이 있다면?

‘홍길동전’을 쓴 혀균 선생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부패무능한 봉건 왕조를 뒤엎고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시도한 대역죄로 능지처참(陵遲處斬)을 당한 허균 선생이었습니다.

또 다른 한 인물은 제주 4.3항쟁 진압을 거부하고 현역 장교로서 휘하 장병들과 함께 분연히 무장봉기에 떨쳐나선 김지회 장군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조국의 염원인 남북통일을 위해 궐기하자!’ ‘우리는 남북통일을 위해 해방군으로 행동하자!’라던 여수 14연대 봉기군의 외침이 귀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 분단된 땅에서 미국의 온갖 간섭을 받고있는 현실에서, 이 소설이 오늘을 사는 젊은이에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외세에 의해서 나라가 두동강 난 채 76년을 식민정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우리를 향해 던지는 가장 모욕적인 말이 ‘朝鮮人は都合ない(조선인은 형편없다)’는 말입니다. 이 말의 근거는 조선인은 고구려 이후 독립국가를 유지한 경험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독립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민족은 세계 역사의 레벨에서 존재가치가 없는 민족이죠.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어야 하고, 이로 인해서 식민통치를 강행하는 강대국의 역사 범죄를 유발하는 ‘범법자’이기도 합니다.

4.19세대의 우상이었던 시대의 선각자 함석헌은 우리 역사를 ‘늙은 갈보의 역사’라 규정했습니다. 아시아의 큰 길가에 앉아 몸을 파는 늙은 갈보의 역사 바로 이것이 신라의 ‘삼국 망해 먹기’ 이후 우리민족의 모습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자각된 일군(一群)의 젊은이들은 매판자본에 의한 일본의 경제 침략과 점령군인 미국군대에 의한 신식민 통치를 단연 거부하고, 결연히 총을 들고 떨쳐나서는 것입니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민족 자체 역량에 의한 자주통일 완전한 독립국가 건설입니다.

- 오늘의 한국 문단을 어떻게 보십니까?

역사학자이며 사상가인 영국인 아놀드 J. 토인비가 말하는 ‘세계국가’는 완전한 자주독립 주권국가를 일컫는 말입니다. 따라서 ‘세계시민’은 완전한 자주독립국가의 국민을 가리킵니다.

국제정치 역학상(力學上) 독립된 나라 주체적 자주권을 행사하는 제 조국을 갖지 못한 인민은 식민종주국에 딸린 소속원일 뿐입니다. 종주국의 신민으론 완전한 시민권 주권을 가진 국민이나 시민이 아닙니다. 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부리는 인간’, 인권(人權)이나 자주권이 없는 종 노예 신분인 것입니다.

우리는 일제 36년 미제 76년에 걸친 백년 이상의 식민통치를 받는 식민(植民), 식민지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완전한 국민, 세계시민일 수는 없습니다. 자격미달 이지요.

중국의 제후국 속방(屬邦)일 때는 우리의 문학은 기껏해야 음풍농월이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문학은 생각, 정서, 정신의 장난일 뿐입니다. 새로운 음풍농월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남정현의 ‘분지(똥땅)’처럼 저급하리만큼 처절한 육성(肉聲)을 써서 국제적 세계시민의 자격증을 따기 위한 몸부림을 제외하면 한국문단은 너무 공허한 것입니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원숭이에게 건빵을 던져주고 바나나 껍질을 던져주는 것은 인간과 동격이어서 인격대우를 해주는 행위가 아닙니다.

영어로 작품 몇 개 번역해 주었다고 우리의 문학이 세계 수준의 문학, ‘세계시민’의 정서 서사 예술로 인정받는 것이 아닙니다. 철책 우리 안의 원숭이는 어디까지나 호기심의 대상인 동물일 뿐입니다.

- ‘가자 북으로’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생명은 스스로 사는 게 그 본바탕 원리입니다.

인간은 속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그 이전에 한 생명이지요. 제 스스로 곧추서서 살아야 합니다. 인간은 뇌세포(호모 사피엔스)를 가진 특수 존재입니다. 우주 속에 살면서 하나의 독립된 우주인 인간 존재야말로 가장 고귀한 우주의 보물입니다.

생각하는 인간, 정신을 가진 인간 존재야말로 자주독립 자유해방적 주체적 개체입니다. 세상에 사유력을 가진 생명체로 태어났으면 자기 일을 제 스스로 처리하는 의지와 행동력, 주체적 독립 능력을 가져야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번 읽어 봤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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