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내내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나가던 일이 엊그제 일 같다.
촛불의 위력으로 박근혜가 물러가고 문재인이 정권을 잡은 지도 어느 새 4년이 지났다.
박정희 군사정권 때 청와대에 둥지를 틀었던 사이비종교인 최태민의 딸 최순실의 손에서 국정이 농단되고 있었다. 나라 자체가 원래 어처구니없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박근혜와 최순실 사이의 기기묘묘한 인간관계만큼이나 요상스럽고 우스꽝스럽게 국정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러던 차에 생각이 새롭고 참신하다는 이른바 ‘진보’ 간판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 순진한 국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압도적인 지지로 문재인의 한 몸에 일대 개혁 혁신에 대한 기대를 다 걸고 있었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민족의 숙원이고 지상과제이며 시대사적 역사의 명령인 조국통일, 민족이 하나되기 위한 기초적인 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남북 상호 적대행위를 버리고 긴장완화 평화정착, 남북은 물론 북·미 간의 대화를 통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 종국적으로는 한반도지역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그 노력의 결과가 ‘4·27판문점선언’에 이은 평양방문, 10·4평양선언이었다.
이 꿈같은 민족 하나되기 통일지향 행보에 이 땅에 사는 바닥민중 모두는 아낌없는 지지성원을 보냈었던 것이다.
문재인의 인기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아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실체와 그 본색이 점점 극명하게 드러나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런 소신도 이념도 정치철학도 없는, 민족적 자존심이나 주체적 국체 국정운영에 대한 신념이 전혀 없는 꼭두각시, 오로지 미국의 명령에 충성을 다하는 종속 정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일 뿐이었다.

부끄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종주국을 향하여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식민정권의 치욕적이고 참담한 모습에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한국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어린 돈 44조 원을 바이든 정부 출범 축하금으로 갖다 바치고 돌아온 문재인은 ‘최고 최대’의 회담이었다고 방미성과를 자화자찬했다.
이를 계기로 부쩍 친미 외세 의존적이 된 문재인 정권의 행태가 요즘 심상치 않다.
자유당 때도 아니고 박정희 전두환 군사파쇼 정권 시절도 아니다. 그런데 요즘 시국이 하수상하다.
젊어 보이기 위해선지 유독 상고머리(스포츠형)를 선호하는 박지원이 중앙정보부(국정원)장이 되었다. 그의 취임 일성이, 옛 중앙정보부가 행하던 대북관계 대공업무나 내국인 개인사찰 등의 업무는 부서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니었다.
문재인의 바이든 알현을 전후하여 박지원 국정원장이 일본과 미국 나들이를 했었다. 매우 이례적인 정치(정보외교) 행각이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문재인의 미국 나들이, 박지원의 일본 미국 나들이에 발맞추어 연이어 공안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도서출판 ‘민족사랑방’(대표 김승균)에서 펴낸 ‘세기와 더불어’(김일성 항일회고록)를 생뚱맞은 국가보안법으로 걸어 압수수색 당해 출판물을 모조리 압수해 갔다.
충북의 청주와 청양에서도 사회활동가 4명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뿐만아니라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 간부 2명을 지난 4월29일 서울중앙지검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앞서 4·27시대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이 집행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공안 사건들이 식민종주국인 미국의 바이든 정부 출범과 때를 맞추어 이루어졌음을 우리는 주목한다.
새로 출범한 종주국의 대북정책 내지는 국무성과 펜타곤(CIA)의 정보라인 변동에 의한 한국정부 또는 KCIA의 현지 반응일 수도 있다.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고, 중국의 14억 인민이 겨우 밥을 먹고 살만하게 되자 미국은 냉전의 표적을 바꾸어 중국을 겨냥하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을 불쏘시개로 활용, 신냉전의 불을 지피려는 미국의 계획은 치밀하고도 강압적이다.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긴장시키고 한껏 반공 강조, 대북적대의식을 되살려 내려는 수작인 것이다.
친일 친미 반민족 반통일매국세력을 선동 부추기는 데는 반공특효약이 최고다. 일제 이후 미국지배까지 백년을 두고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어도 녹이 슬지 않는 살인칼이다. 애국자 민족세력을 때려잡는 데는 언제 써먹어도 좋은 요술 몽둥이, 도깨비방망이다.
요즘 세상은 시골구석도 전깃불 세상이어서 도깨비불이 다 사라진 줄 알았었는데, 다 죽어 가던 반공 도깨비불, 국가보안법 도깨비불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미국의 사주를 받은 문재인 정권이 이 흉측스러운 살인 몽둥이, 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국가보안법이라는 도깨비불을 다시 살려내려는 것이다.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 케케묵은 구시대 냉전의 걸레 옷을 걸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자랑스런 나라 대한민국, 인간의 원초적 기본권인 언론 출판 표현의 자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아아 우리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는 크게 각성하고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옷깃을 여미고 삼가 근신하라.
그대들이 길거리에 나와 항쟁의 행렬이 되어 행진해 가던 운동권 시절의 발걸음을 생각하라. 그때 그대들이 한목소리로 절규하던 자유, 민주, 대동세상을 상기하라. 나라다운 나라, 민주화된 세상, 외세를 등에 업은 군사파쇼정권 타도, 바닥민중이 주인이 된 주체성 있는 나라, 남북이 하나 된 분단 없는 나라, 자주통일 독립국가, 평화번영의 나라를 꿈꾸지 않았던가?
그대들이 최루탄 연기 몇 번 마시고 감옥 문턱 몇 번 넘나든 이른바 ‘운동 훈장’을 내세워 대통령이 되고 장관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대들이 흔들어 대는 운동권 깃발은 그대들 개인 일신상의 영광과 가문의 자랑거리가 아니다. 강남불패의 아파트투기로 재산 늘리고 위장전입으로 아들 딸 사교육 과외공부 잘 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고, 아들 사위 미국유학 보내기 위한 황금빛 깃발이 아니다.
그대들이 차고앉은 벼슬 감투는 그대 자신들 사사로운 부귀영화 이름 내기 명예를 위한 경력 쌓기가 되어선 아니 된다. 그대들 더 높은 차기(次期)나 차차기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서도 아니 된다.
그대들이 타고 앉은 자리, 그대들이 누리는 명예 부귀영화는 모조리 두말 할 것 없이 민족의 진로, 통일 성업의 한갓 작은 수단이 되어야 한다.
착각은 금물이다.
민중을 우습게 보지마라.
속아 넘어가는 것 같으면서도 민중의 눈은 무섭다.
이번에 치른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 결과를 보라.
이런 세상 돌아가는 징조를 보고도 깨닫지 못한다면 속칭 386세대가 주축이 된 통칭 ‘운동권 정권’인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희망이 없다.
현 집권 여당과 문정권 탄생에 직접 연관이 있는 5·18광주봉기의 영령들, 분신, 투신, 고문으로 민주화 제단의 희생양이 된 열사, 의사, 전사들의 피가 통곡할 일이다.
나라의 민주화와 통일염원에 불타는 바닥민중들은 지난 총선에서 174석의 압도적인 국회의석을 현 여당에 몰아주었다. 그야말로 묻지도 않고 현 여당과 정부를 믿고 몰표를 쏟아부었다,
다시한번 정부 여당의 대오 각성을 촉구한다.
이번 제21대 국회의 존재가치, 시대사적 존재의미와 사명은 요즘 ‘세기와 더불어’ 출판 금지로 야기 된 국가보안법의 조건없는 폐지이다. 일제강점과 미국지배의 일백여년 살인악법,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해 온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악법을 지체없이 폐기 처분해야 한다.
고양이도 낯짝이 있지, 대통령 문재인은 4·27판문점선언, 10·4평양선언 정신으로 되돌아가 국가보안법 폐기처분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라.
미국의 눈치만 보고 그들의 신냉전 전략의 간계에 계속 끌려다니다가 내일의 통일조국, 계속되는 영원한 민족역사 속에서 비굴하게 죽을 것인가.
아니면 오늘 현실 정치에서 분단 식민통치의 굴레를 벗고 주체성 있는 나라, 민족자주통일 전선에 한목숨 던지고 내일 통일 번영의 영원한 역사 위에 그 빛나는 이름을 새길 것인가?
문재인 정권은 결단하라.
해가 서산에 걸렸다.
진정으로 하나의 민족, 통일평화번영의 자주독립국가를 위해 제 목숨을 내놓으려는 자는 정녕 역사와 더불어 영원히 살 것이다.
반면 외세의 그늘에서 일신의 영달을 꾀하고 현상(現狀)을 보존하려는 자는 역사 속에서 영원히 죽을 것이다.■
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씨알의소리 전 창간편집장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