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현대사] 5.16군사쿠데타

4.19혁명을 짓밟은 5.16쿠데타가 발생한 지 어언 60년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아직 쿠데타의 악령은 사라지지 않았다.
쿠데타의 뿌리가 뽑히지 않은 이유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데다, 쿠데타 음모 세력이 아직 막강한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혁명이다?
쿠데타란 지배계급 내의 일부 세력이 무력 등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기습적인 정치활동을 말한다. 혁명과는 달리 민중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쿠데타(coup d'état)라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 전형적인 예가 프랑스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1799년 나폴레옹의 의회 쿠데타와 1851년 나폴레옹 3세의 황제등극 쿠데타에서 유래했다. 두 나폴레옹 모두 쿠데타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표면상 합법성을 취득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쿠데타 내지 ‘쿠데타적’ 정치변동은 모두 네 번 발생했다. 이 가운데 박정희의 5.16과 전두환의 12.12에 이은 5.17은 전형적인 군부 쿠데타이다. 또한, 1952년 발췌개헌안을 통과시킨 이승만의 ‘부산정치파동’과 1972년 박정희 종신대통령 체제를 위한 10월유신도 계엄령을 무기로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봉쇄함으로써 집권 연장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쿠데타나 다름없는 정변이었다.
만약 탄핵된 박근혜가 계획대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면 5번째 쿠데타가 발생할 뻔 했다.
쿠데타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한 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범죄다. 쿠데타로 잡은 권력이 교체되는 즉시 그 세력은 사회에서 완전히 매장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이 두 번이나 교체됐음에도 이승만, 전두환은 물론이고 2번씩이나 쿠데타를 한 박정희는 동상까지 세우고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리고 있다. 그러니, 그의 딸 박근혜가 정권연장을 위한 3번째 쿠데타를 준비한 게 아닐까.
쿠데타의 최대 피해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쿠데타를 당할뻔한 문재인 정부조차 쿠데타의 뿌리를 뽑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현 정권이 손댈 수 없는 곳에 쿠데타의 뿌리가 뻗어 있기 때문이다.
5.16쿠데타의 뿌리
한국 쿠데타의 뿌리는 어디인가?

5.16쿠데타 당시 CIA국장 알렌 덜레스는 회고록에서 “재임 중 CIA의 해외 활동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정책은 한국에서의 군사쿠데타”라고 실토함으로써 자신이 쿠데타의 뿌리임을 시인했다.
미 국무부가 발간한 ‘1961년부터 1963년까지 미국의 대외관계’ 문서에 따르면 ‘CIA가 1961년 4월 21일부터 4월 26일까지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를 모의 중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모두 8차례에 걸쳐 작성’했으며 일자별 주요내용을 요약, 케네디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5월 16일 쿠데타 당일, 이한림 제1군 사령관과 장도영 참모총장의 진압군 출동 승인 요청이 매그루더 주한미군 사령관에 의해 묵살되었다는 점도 미국의 음모를 뒷받침하고 있다. 불과 3천여 명의 소수 병력으로 박정희의 군사반란이 성공했다는 것이야말로 한국군 통제권을 가진 미군 당국의 사전 비호와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다.
이승만의 쿠데타와 전두환의 쿠데타도 모두 그 뿌리는 미군 당국이었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5.16쿠데타의 이유
미국은 왜 한국에 쿠데타를 기획했나?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친일파를 재등용해 미국에 사대하던 이승만 정권이 1960년 4.19혁명으로 쫓겨났다. 더 이상 선거를 통한 친미분단 세력의 재집권은 불가능해졌다. 이때 집권욕에 불타는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가 미군에 의해 길러진 육사 출신 장교 250여 명을 거느리고 나타났으니 미군 당국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1979년 박정희 피살 이후 1980년 민주화의 열기로 가득 찬 ‘서울의 봄’이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 박정희에 의해 길러진 전두환 하나회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찬탈하지 않았다면 군부독재에 억눌려 온 이 땅의 민중은 자주적인 민주정부를 수립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미국에 뿌리를 둔 한국 쿠데타는 모두 친미 정권 수립이 이유다. 최고권력에 다가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사실을 안다.
탄핵이라는 의회 쿠데타를 당한 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이 과도할 정도의 친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쿠데타의 뿌리가 어디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