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민변과 참여연대의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LH임직원의 땅투기 사건은 보름이 지나도록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났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그에 대한 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이번 사건도 늘 그래 왔듯이 또다시 많은 부동산투기 사건 중 하나로 묻혀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이 사건에 대한 해결책 말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글을 쓰려고 한다.(4.27시대연구원 기고칼럼)

민변과 참여연대의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LH임직원의 땅투기 사건은 보름이 지나도록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진보정당이나 농민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땅투기로 만들어낸 이익을 전액 환수하고 그 땅을 국가가 매입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이야기 말고 왜 이런 일이 생겨났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그에 대한 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이번 사건도 늘 그래 왔듯이 또다시 많은 부동산투기 사건 중 하나로 묻혀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이 사건에 대한 해결책 말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글을 쓰려고 한다.
물론 이 글이 어찌보면 이 땅에서 가장 열악한 지위를 가지고 있고 문재인정부 내내 한번도 각종 발언에서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단어이기도 한 ‘농민’들에게도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모처럼 지면을 할애받은 김에 한 번 용기를 내서 써보기로 하겠다. 그리고 이왕 쓰는 글인 바에야 두 번에 나눠 이번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중심으로 쓰고 농지소유의 문제에 관한 화두를 던지고 다음번에는 식량주권을 중심으로 농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쓰고자 한다.
이번 문제에서 가장 핵심인 것은 도시개발을 위해 농지쯤은 기꺼이 희생된다는 것이다. 거기다 도시에서는 땅값이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도시 인근 개발이 가능한 농지는 값도 싸고 언제든 개발되기만 하면 수십, 수백 배 땅값이 치솟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기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일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시절을 거치면서 소위 일반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권력을 이용해 저질러 왔던 일이다. 이 현상은 땅이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재산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오죽하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회자되겠는가 말이다.
어쨌든 위 두 가지 이유, 농지쯤은 언제든 희생할 수 있다는 정부의 정책과 그러면 그 땅은 대박난다는 사실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솔직한 분석이 있어야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분석에서는 현재 농사를 지으면서 농지를 가지고 있는 농민이나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농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사실은 각종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은퇴농이면서도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비율이 25.6%이고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비농업인이 28.7%를 차지하고 있고 농사를 짓다 그만둔 사람도 7.7%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비율이 전체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민들 중 은퇴 시 농지를 자식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겠다는 비율이 31.4%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는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38%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거기다 전체 농지가운데 임차농지의 비율이 약 47%이다.
이 통계를 합해서 생각해 보면 전체 농지의 47%가 임차농지인데 그 가운데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이미 농사를 짓지 않는 비율이 62%이니 결국 전체 농지 중 29%는 농민이 아닌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현재 농사를 짓는 농민들 중 농지를 자식에게 상속하겠다는 비율 31%까지 합해보면 앞으로 몇 년 내에 전체 농지의 60%는 농민이 아닌 사람이 소유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굳이 이렇게 통계를 들먹이는 이유는 이미 현실이 이렇다는 것이다.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한번도 농산물에 대해 제값을 받아 보지 못한 억울함이 커서 땅값이라도 오르면 그걸 팔거나 자식에게 물려줘서 그나마 그걸로라도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현장에서는 의외로 많은 농민들로부터 듣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2019년에는 상속농지는 3천평까지는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팔지 않고 소유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까지 나왔다. 심지어 판결문에서는 ‘현행 농지법 상 농지에 대한 상속이 계속되면 비자경 농지가 향후 점차 늘어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재산권 보장과 경자유전의 원칙이 조화되도록 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까지 하였다. 상속으로 인한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대법원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현상을 봐도 판례를 봐도 법조문을 봐도 냉정하게 농지는 농사를 위해서 쓰여야만 한다는 원칙이 과연 있기는 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농지도 그냥 앞으로 값이 오를지도 모르는 땅이라는 생각을 눈꼽만치도 하지 않고 농지는 오직 농지로만 쓰여야 하고 그 농지를 농민만이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할까? 아니, 나라 전체가 이 모양인데 농민만은 꼭 이렇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껴야만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을까?
자, 이제 다시 해방이후 농지개혁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때도 지금도 ‘경자유전의 원칙’은 영구불변의 진리인가?
해방 후 농지개혁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전체 농지의 2/3가 소작지였는데, 1950년 4월 농지개혁이후 1년만인 1951년 말의 농지 소작지는 전체 농지 면적의 8.1%인 15만 8,000ha로 감소하여 자작농체계가 실현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경제성장정책으로 이농인구가 늘어나면서 다시 농지임대차가 확대되어 1960년에 전체 농지의 13.5%였던 임차농지 면적이 1985년에는 30.5%까지 증가하였으며 임차농가 비율은 당시 1960년 26.4%이었던 것이 1985년 64.7%까지로 증가하였다.
이는 농지개혁으로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게 된 후 한 세대인 30년만에 상속, 증여 등을 통해 이농한 비농업인인 자식들 등 비농민의 농지소유가 증가한 탓이다. 결국 1980년대 말 개헌을 통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헌법에 포함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농지법 제정이 이루어졌다. 농지법 제정으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로 인한 임차농에 대한 억제효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세대교체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또다시 비농민의 농지소유문제가 불거지고 말았다. 결국 다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문제와 경자유전의 원칙의 문제가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지금 농민들로부터 농지법 개정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미 몇 년 전 개헌논의 때 경자유전의 원칙을 다시 확고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가 이번 사건으로 다시 불거진 것이다. 그런데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고하게 한다고 해서 농민들이 자신들의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고 농어촌공사 또는 다른 농민에게 농지를 팔 것인가? 이미 1980년대와 지금의 경험에 미루어보았을 때 이번에 농지법을 개정해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다시 확립한다고 해도 30년 후 다시 세대교체시기가 왔을 때 이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경자유전의 원칙을 농민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해석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농지는 농사를 짓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할 때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또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농민들이 농지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농지소유의 문제라기보다는 농지소유로 인하여 주어지는 기대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농지소유가 전제가 되는 각종 농업지원정책에서 농민임을 입증하는 기준이 농지소유이고 농지소유가 적거나 없는 경우에는 임대차증명을 통해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대차증명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농사만으로는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이미 여러 차례 시도했던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도 또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 등과 같은 안정적인 판매를 통한 소득보전을 위한 제도가 없는 마당에 농지소유를 증명하지 못해서 지원조차도 받기 힘든 것이 공익직불제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농지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음 회에 계속)
저자 주 : 인용한 통계는 통계청과 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