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제기된 3대 이념에 대한 이해(1)
북 바로알기의 핵심 중의 하나는 북의 사상과 노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에 조선노동당 8차대회에서 제기된 3대 이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국)
1. 3대 이념의 상호관계
2. 이민위천의 원리적 기초
3. 일심단결을 이룩한 과정
4. 자력갱생의 내용과 위력
![▲ 조선노동당 8차 대회[사진 : 조선중앙통신 갈무리]](/news/photo/202104/11606_24409_3333.jpg)
1. 3대 이념의 상호관계
1) 들어가는말
지난 1월에 열렸던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대회의 결론을 맺는 연설에서 “어떤 요란한 구호를 내드는 것보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이 3가지 이념을 다시 깊이 새기는 것으로써 당 제8차대회의 구호를 대신하자”고 제기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 3가지 이념은 세상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물론 3가지 이념은 북이 새롭게 내놓은 것은 아니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은 북이 일관하게 핵심적인 정신과 가치, 기본 방도로 삼아온 것이다.
3가지 이념은 북의 사상과 이념, 정책과 노선의 3대 기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말해 북에서 이 3가지 이념을 중시하거나 내세우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다.
2) 3가지 이념이 말해주는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의 역사적 의미
제8차당대회 결론에서 이 3가지 이념을 당대회의 구호로 대신하자고 제기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제8차당대회의가 북의 역사에서 중대한 분수령으로 되는 당대회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는 북이 미국과의 오랜 대결을 마감하는,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영마루에 올라서는 역사적인 전환에 들어선 대회, 이를 위한 노선과 정책을 확정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제8차당대회의 이런 성격과 의미는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으로 당대회의 구호를 대신한데서 뚜렷해진다.
3가지 이념으로 당대회의 구호를 대신한 것이 북이 역사적인 전환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뜻하게 되는 까닭은 먼저 3가지 이념의 상호관계를 밝혀보면 알 수 있다.
역사적인 전환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뜻하게 되는 까닭은 또한 3가지 이념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밝혀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첫 번째 순서로 3가지 이념의 상호관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3)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의 상호관계
김정은 조선로동당총비서는 제8차당대회의 결론을 짓는 연설에서 “이민위천에는 전당이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을 당건설과 당활동의 출발점으로, 절대불변한 원칙으로 하는 혁명적 당풍을 확고히 견지할데 대한 항구적인 요구가 반영되어 있으며 일심단결과 자력갱생에는 혁명의 생명선과 전진동력에 관한 사상이론적 관점과 정책적 요구가 함축되어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3가지 이념은 각각의 위상을 가지며 또한 밀접히 연관되어있다.
이민위천은 주체사상, 김일성-김정일주의의 핵심원리를 말하는 이념이다.
북에서 사용하는 이민위천은 인민을 하늘처럼 생각한다는 어구적 의미 이상의 뜻을 가진다. 이민위천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철학적 원리와 ‘사회역사적 운동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다.’는 사회역사적 원리, ‘혁명과 건설은 인민을 위한 사업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도 인민에게 있다’는 방법론적 원리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민위천은 북 사회 모든 영역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정신,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일심단결은 혁명과 건설의 주체는 수령-당-대중의 혼연일체라고 하는 북의 사상을 일컫는 것이다.
일심단결은 수령의 절대적 권위와 수령과 인민간의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수령의 유일적 영도’를 핵으로 한다. 일심단결은 북이 자기 역사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이룩한 것이다.
일심단결은 북 사회를 움직이는 중추적인 체계, 국가 운영의 골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자력갱생은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자신이 책임지고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여 나가는 입장과 정신’을 뜻하는 말이다.
북은 자력갱생을 ‘자기 나라 혁명은 기본적으로 자기의 주체적 역량에 의거하여 완수하려는 철저한 혁명적 입장이며 자기 나라 건설은 자기 인민의 노동과 자기 나라의 자원으로 진행하려는 자주적 입장’이라고 설명한다.
북은 자력갱생을 방도로 하여 지금까지 마주했던 커다란 시련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난관들을 헤쳐왔다. 그래서 북에서는 ‘혁명과 건설’의 기본방도로서 자력갱생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이 매우 높다.
자력갱생은 북의 국가 운영과 건설의 중심으로 되는 방법론적 원리라고 할 수 있다.
3가지 이념은 각각 고유한 내용이 있고 위상이 있지만 상호관계에서 본다면 이민위천은 원리적 이념이며 일심단결은 체계적 이념, 그리고 자력갱생은 방법적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북에서는 이 3가지 이념이 잘 어울리고 균형적으로 구축되어야 혁명과 건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나라와 사회의 위력이 비할 바 없이 강해진다고 본다.
이처럼 3가지 이념은 북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3가지 이념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바로 여기에 우리 당의 향도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비결이 있고 우리 당이 군중속에 더 깊이 뿌리박기 위한 근본방도가 있으며 우리가 유일하게 살아나가고 앞길을 개척할 수 있는 근본담보가 있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에서 보듯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4) 시대적 환경과 당면 목표에 따른 3가지 이념의 선후차성
그런데 지난 역사에서 북은 당면해서 달성해야 하는 주요 목표와 시대적인, 대내외적 환경과 조건에 따라 이 3가지 이념 중 어느 하나를 앞세우거나 중시하였다.
북의 역사에서는 일심단결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은 시기가 있다.
사분오열된 초기공산주의운동과 쇠퇴해가는 민족주의자들의 독립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제를 물리치기 위한 무장투쟁을 조직전개하던 1920년대말∼1930년대초와,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는 어려운 때에 국제공산주의운동에서 수정주의와 교조주의가 격렬하게 대립하며 큰 나라들이 온갖 압박을 가해오던 1960년대가 대표적인 시기였다.
북에서 초기항일투쟁시기의 인물인 차광수, 김혁, 최창걸 등을 높이 기리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이 일심단결의 역사를 일궈내는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부터 조선로동당 중앙당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한 업적을 그 무엇보다 귀중히 여기고 있다.
북이 이민위천을 특별히 강조하던 때가 있었다.
북이 신흥 사회주의국가들과 제3세계 나라들속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던 사회주의건설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었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이 그런 때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북은 “인민에게 복무함”을 가장 중요한 구호로 내세웠다. 이즈음에 김일성주석은 회고록 서문에서 “자신의 지론, 좌우명이 이민위천이고”, “위민이천이 자신이 가장 숭상하는 정치적 신앙이며 바로 이것이 자신으로 하여금 한생을 인민을 위하여 바치게 한 생활의 본령이었다.”고 서술하였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북의 최고지도자 직책을 승계한 후 이민위천은 더욱 강조되었다. ‘고맙습니다’로 시작한 2020년 열병식의 ‘감성연설’은 김정은 시대에 이민위천이 얼마나 강조되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북이 자력갱생을 구현하는 것을 가장 중대한 과업으로 제시한 때가 있었다.
1990년대말∼2000년대초에 이르는 ‘고난의 행군시기’가 자력갱생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애를 쓴 대표적인 시기였다.
두 자루의 권총으로 시작하여 백만에 이른다는 일제 관동군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이던 때와 한국전쟁과 전후복구시기 때도 자력갱생의 원칙은 특별히 강조되었다.
각각의 시기에 3가지 이념중의 하나를 앞세운 까닭에 대해서는 3가지 이념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살펴볼 다음 글들에서 밝혀보게 되겠지만 이처럼 북은 지난 시기에는 3가지 이념 중 어느 하나를 특별히 강조하였다.
5) 3가지 이념이 뜻하는 제8차당대회의 의의
그런데 제8차당대회에서는 이 3가지 이념을 함께 제기하였다.
이는 먼저 이 3가지 이념이 구축된 정도가 일정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또한 이 3가지 이념을 더 높은 수준에서 구현하는 단계에 진입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새로운 단계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회주의강국’에 진입하는 단계다. 북미대결을 최종적인 승리로 마감하는 것,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실현하는 것, 나라의 경제적 위력과 인민생활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계다.
김정은 총비서는 “최악의 조건과 시련속에서 남들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위대한 승리를 쟁취한 우리 당과 인민에게 있어서 이제 극복하지 못할 난관이란 있을 수 없다.”, “사회주의건설의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새 승리를 이룩해 나가자는 것이 제8차당대회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이라고 하였다.
북은 제8차당대회를 통해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며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열어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천명하였다.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전당이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다시 깊이 새기고 더 높이 들고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3가지 이념으로 당대회의 구호를 대신한 것은 제8차당대회가 이를 실현하는 총진군을 시작한 대회라는 것을 말해준다.
제8차당대회에서 3가지 이념을 동시에 제기한 것은 또한 사회주의강국을 이룩하는 노선과 정책이 확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3가지 이념을 동시에 제기한 것은 북이 주도적으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에 요구되는 전략과 전술, 이론과 방법을 확정했다는 뜻이다.
제8차당대의 이같은 의의는 “우리 당력사에서 여덟번째로 열린 본 대회는 혁명과 건설의 새로운 고조기, 격변기를 열어놓기 위한 당면투쟁계획과 당의 강화발전에서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을 상정하고 진지한 토의를 하였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8차당대회는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최종단계를 설계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기에 3가지 이념 중 하나를 앞세운 것과 달리 3가지 이념을 함께 제기한 것이 의미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제8차당대회에서 시작한 총진군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당대회에서 확정한 설계도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3가지 이념을 깊이 살펴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 글에서는 3가지 이념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