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주의 소담직필 (3)

2021년 수사 종결권을 경찰이 가지게 되면서 인권 보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대한 조직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에 있어 비전문가이고 수사에 있어서도 미흡한 경찰에 대한 당연한 국민적 우려이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및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국민을 계몽, 지도 또는 명령, 강제하는 국가의 특수행정작용”으로 정의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경찰의 임무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및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로 규정되어 있다.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최상급 경찰행정관청은 행정안전부 장관이며, 장관을 보좌하여 경찰청장이 있다. 지방행정단체로서 시장과 도지사가 있으며, 이를 보좌하여 경찰국장과 경찰서장이 있다. 그 밑에 경찰조직은 집행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근대 경찰의 효시는 고종 31년인 1894년 7월에 좌우 포도청을 폐지하고, <경무청관제직장(警務廳官制職掌)> 및 <행정경찰장정(行政警察章程)>에 의거하여 서울에 설립한 경무청이다. 이후 최고 경찰관청은 내부대신(內部大臣)으로 하여, 내부에 경무국을 두고 행정경찰·교통경찰,지방경찰과 교정(감옥) 업무를 관장케 하였다. 1907년 7월 서울의 경무청이 폐지되고 경시청이 신설되었으며, 경무서는 경찰서로 개편이 되었다. 

그러나 1910년 6월 24일 ‘한국의 경찰사무 위탁에 관한 각서’가 한일간에 체결이 되어 우리의 경찰업무를 일본 통감부가 위탁하게 되었다. 경찰권을 장악한 일본은 6월 <통감부경찰관서제>를 공포하여 중앙의 통감부 직속으로 경찰통감부, 각 도에는 경찰부를 두었다. 경무총장은 주한 헌병사령관을, 각 도의 경무부장은 각 도의 헌병대장을 임명하였고, 서울만 경무총장이 직접 관할을 하였다. 1910년 10월 일제에 의한 침탈이 강행되자 일본 통감부는 폐지되고 조선총독부가 설치되었으며, 통감부 경찰관서는 조선총독부 경찰관서(추후 경무국으로 개편)로 개칭되었다. 무단통치를 위한 헌병통합을 제도화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근현대사에서 우리의 주권경찰이자 민주경찰의 역사는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의 ‘의경대’에서 찾을 수 있다. 1919년 김구 선생은 초대 경무국장으로서 임시정부 경찰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1923년 김구 선생이 내무총장으로 취임한 후 상해 교민단에 치안조직인 의경대를 창설(12월16일)하였다. 이 의경대는 당시 젊은 의열 청년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대표적인 창구가 되었다. 임시정부 경찰은 임시정부 법령에 따라 설치 공포된 정식 치안조직으로서 임시정부를 수호하고 일제의 밀정을 색출 방지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경찰의 혼이 독립을 위한 헌신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나석주, 김석, 안경근, 나창현 등이다. 나석주는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던지고, 항전 중 “나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2천만 민중아, 분투하여 쉬지 말라”는 외침을 남기고 자결하였다. 김석은 윤봉길 의사의 거사를 배후 지원하였고, 안중근 의사의 사촌 동생인 안경근은 의경대 간부로 활동을 하였으며, 임시정부 4대 경무국장으로 임명된 나창현은 의용대를 조직해 상해 일본 총영사관을 일부 폭파시키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그 뒤를 따라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1929년 독립운동단체인 국민부 중앙호위대장 출신의 성산포 서장 문형순 경감, 수양동우회 출신으로 군정 하에서 친일경찰 청산을 주장하다가 파면된 최능진 수사국장, 광복군 정보장교 출신의 장동식 치안총감, 1943년 광복군에 투신해 미국전략사무국(OSS)에서 활동한 대전경찰서 백준기 경위 등 다수의 광복군 출신이 경찰에 투신하여 광복의 기상을 무궁화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다. 

부침의 역사에서 경찰은 민족성과 민주화,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일제에 부역한 이들이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서 득세하였다. 특히 5.16 군사구테타 이후 법제적으로도 민주화와 중립화를 이루어내지 못한 채 독재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는 과오를 범하였다. 

민주경찰과 인권경찰로 거듭나는 그 바탕으로서 경찰 중립화는 1988년 6.29선언 이후에 태동하였다. 1991년 5월에 경찰기본법인 <경찰법>이 제정이 되면서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였다. “치안본부” 시대를 마감하고 “경찰청”으로 독립을 하였으며, “경찰위원회”가 신설이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경찰은 국민을 직접 대면하는 사법행정기관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면서 “공안과 보안, 결탁과 비리, 반인권과 반민주화”의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다. 1979년 관련법이 제정되어 1981년에 개교, 2020년에 36기가 졸업한 경찰대학의 설치 운영으로 경찰의 엘리트화가 상당 부분 진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문성과 수사력에서 검찰에 비해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2020년 시대적 요구에 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마침내 수사종결권을 가져오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로 인권 경찰로의 새 출발이다. 그간 경찰은 경찰공무원법(인사담당관), 경찰관 직무집행법(규제개혁법무담당관)을 개정 보완하면서 중립화와 민주화를 위한 법제 마련에 노력을 기울였으며, 경찰수사규칙(수사운영지원담당관), 범죄수사규칙(수사심사가정책담당관)을 마련해 내적 충실을 도모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6월 10일 경찰청 훈령으로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을 제정 공포하면서 인권 경찰로의 재탄생을 선언하였다. 

여기서는 제1조 인권보호 원칙을 천명하였고, 제2조 적법절차 준수, 제3조 비례원칙, 제4조 무죄추정 원칙 및 가혹 행위 금지, 제5조 부당 지시 거부 및 불이익 금지, 제6조 차별 금지 및 약자와 소수자 보호, 제7조 개인 정보 및 사생활 보호, 제8조 범죄 피해자 보호, 제9조 위험 발생의 방지 및 조치로 내용을 채웠고, 대미로 제10조에서 인권 의식 함양과 인권친화적인 경찰 활동을 위한 인권 교육의 이수와 정례적인 인권 교육을 공개 약속하였다.

그렇지만 문제는 일선이자 현장이다. 일례로 인권행동강령은 제4조에서 무죄 추정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데 이는 혐의가 범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해자와 피의자를 대등하게 다룬다는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수사규칙 제11조 수사 진행 상황의 통지에서 규율한 통지를 받는 대상이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으로 규정한 바, 피의자가 통지 대상에서 제외되어 경찰 스스로 피의자의 인권을 경시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또한 동법 동조에서 매월 수사진행 상황을 수사관이 고소 고발인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의무 조항으로 규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상기 규율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장 경찰관의 과중한 업무는 이해하지만, 고소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로 신뢰를 받기 위해서 상기 규율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이에 대안적으로 최소 의무 통보 5단계를 두어 1) 사건 접수 통보 2) 담당 수사관 통보 3) 출두  조사 일정 통보 4) 피고소인 혹은 피의자 출두 조사 여부 확인 통보 5) 검찰 송치 안내 통보를 지키며, 수사 와중에 수사관이 변경되어 사건이 재배당 된다면 이것 역시 통지해야 할 것이다.  

영장공개 청구도 마찬가지이다. 정보공개법에 기초하여 경찰에 정보를 신청하면 개인보호 등 관련한 다른 법과 규정이 없는 한 대체적으로 공개가 이루어지는 반면 압수수색에 대한 영장 공개는 예외적이다. 긴급성을 유지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집행 과정에서 영장 고지와 열람, 그리고 변호사 조력권이나 임의 복제 등의 안내 등 인권 보호를 위한 규율과 지침이 종종 무시가 되곤 한다. 또 엄격하게 제한한 압수의 범위와 대상 등으로 집행 절차와 이후 유지 과정에서 현장 경찰관의 과실로 절차상 문제가 생기는 등 예민한 사항을 담고 있어서 일선 경찰서에서는 영장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관행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피의자의 방어권 차원에서라도 경찰관이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했는지도 대단히 중요하고, 특히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등 법의 집행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시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정보공개법 제3조에는 “적극적으로 공개한다”고 규율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처분의 취소를 다툰 사안’에서 “이 사건 영장에 기재된 정보 중 인적사항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본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압수·수색영장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임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압수·수색영장에 대하여 등사를 제한한다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규정된 형사소송법 제118조의 근본 취지에 반하는 실무적 태도일 것이다.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압수, 수색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18조에 의해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시 피의자에게 위 영장을 제시하여 열람하게 하고 있다. 이는 피의자 신문조서가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게 제시하여 열람하게 하는 이미 공개된 정보이기에 당연히 열람·등사가 인정된다는 것처럼,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게 이미 제시되어 열람한 압수·수색영장에 대하여는 열람·등사를 제한한다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현행 법제를 개선해야겠지만, 경찰관 범죄수사규칙을 보완 개선하여서라도 영장 공개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1)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에 대한 신뢰 향상 2) 공정한 수사에 대한 기대감 상승 3) 사적 인권을 침해하는 압수수색에 있어서 인권 개선의 효과 4)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5) 훈령인 경찰 인권행동강령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규율이 만사가 아니라 그것을 시스템화하고 집행 단위인 일선 현장에서 의무적으로 또 체화된 형태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경찰의 인권보호 훈령은 빛을 발할 것이다.

1947년 당시 경무부 교육국에서 발행한 경찰교양지 <민주경찰> 창간을 축하하며, 경찰에 축사와 휘호를 선물한 김구 선생은 당신의 축사에서, “민주경찰과 인권경찰 그리고 민생경찰”을 모토로 “민주경찰 정신을 함양하고, 상식 및 문화 수준을 향상하며 애국 안민의 신경찰”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이 주문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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