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치연구(11) -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 행보로 본 2020의 북한 ②
2018년 4월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건설병진노선’의 종결을 선언하고 ‘사회주의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새롭게 채택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동선은 큰 변화를 보였다. 2017년 군부대 시찰 및 미사일 발사 등 선군정치와 직접 관련한 곳을 집중방문했다면 2018년엔 총 90회 가까운 공식 행보 중에서 군부대를 시찰한 횟수는(미사일 발사는 아예 없었다) 5번이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중공업 및 경공업 공장 그리고 농수산 관련 시설을 방문한 횟수는 40회 이상을 기록했다.
세간에서는 북한의 정치가 선군정치에서 ‘선경정치’로 옮겨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즉 군을 앞세우는 정치에서 경제를 앞세우는 정치로 김정은 위원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분석이었다. 물론 이같은 분석은 선군정치를 오독한 결과였지만 본 지면에서는 선군정치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2020년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 행보는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선군정치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3월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 [사진 : 조선중앙통신 캡처]](/news/photo/202101/11240_23448_5157.jpg)
2020년 4월까지 군부대 방문에 집중
지난 번 글에서 2020년 김정은 위원장의 2020년 새해 첫 방문지는 순천린비료공장건설현장이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김위원장의 두 번째 방문지는 인민군부대들의 합동타격훈련 현장이었다. 2월 29일 노동신문에 보도된 것으로 보아 28일의 방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 김위원장의 정치 행보는 군부대로 집중된다. 3월 초 동부전선에 위치한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 현장 두 차례 방문, 인민군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 등을 찾았다.
3월 하순에는 서부전선으로 방문지를 옮긴다. 서부전선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대상경기 현장을 찾았고 곧이어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현장을 찾았다. 이같은 흐름은 4월에도 계속되는데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 현장,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연대를 시찰했다. 평양종합병원착공식(3월 17일)과 두 차례의 정치국 회의(2월 28일, 4월 11일)를 제외하고 2월부터 4월까지 김위원장의 정치 행보는 군부대 및 군대훈련 현장을 방문하는 것에 집중되었다.
물론 이같은 군부대 시찰은 “언제 어느 시각에 명령이 하달되어도 즉시 전투에 진입할 수 있게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2월 28일 김위원장의 발언)지를 시찰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 있다. 3월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보도한 노동신문의 기사이다. 이날 시범사격은 “인민군부대들에 인도되는 새 무기체계의 전술적 특성과 위력을 재확증하고 인민군지휘성원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것이다. 이 유도무기들은 “서로 다르게 설정된 비행궤도의 특성과 락각특성, 유도탄의 명중성과 탄두위력이 뚜렷이 과시”하면서 “목표섬을 정밀타격”했다.
![▲ 작년 3월 21일 북에서 진행된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사진 : 조선중앙통신 캡처]](/news/photo/202101/11240_23449_5357.jpg)
새로운 방위전략으로 전환
우리 언론에서는 이 유도무기를 ‘북한판 에이태킴스’라고 보도하면서 ‘정밀타격’에만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필자가 보기에 이날 시범 사격의 가장 포인트는 아래 소개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다.
“새로운 우리식 무기 체계들의 련속적인 출현은 우리 국가무력의 발전과 변화에서 일대사변으로 되며”
“우리가 최근에 개발한 신형무기체계들과 개발 중에 있는 전술 및 전략무기체계들은 나라의 방위전략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우리 당의 전략적기도실현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하게 될 것”
“어떤 적이든 만약 우리 령토밖에서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군사적행동을 감히 기도하려든다면 령토밖에서 소멸할 수 있는 타격력을 더욱 튼튼히 다져놓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 당이 내세우는 국방건설 목표이고 가장 완벽한 국가방위전략이며 진짜 믿을 수 있는 전쟁억제력”
여기서 조선노동당의 방위전략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영토밖에서 소멸할 수 있는 타격력”을 갖추는 것이 새로운 방위전략의 핵심이다. “우리 령토를 침범한다면”이라는 조건은 “우리 령토 밖에서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군사적 행동을 감히 기도하려 든다면”으로 바뀌었다. 보다 적극적인 국가방위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7월 19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를 지도하였는데, 이때 인민군의 전략적 임무와 작전동원태세를 점검하고,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기 위한 핵심문제들을 토의하였다. 아마도 새롭게 채택된 적극적인 국가방위전략을 완성하기 위한 대책들이 토의되었을 것이며, 여기에는 군부대들의 준비 태세 뿐 아니라 새로운 전략에 부합하는 새로운 무기체계들을 개발하고 배치하는 문제들까지 토의되었을 것이다. 10월 10일 당창건 기념 열병식에서 등장한 무기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 조선중앙통신은 작년 11월 7일 함경남도 검덕지구에서 2,300여 세대 주택을 새로 짓고 입주 모임을 진행한 소식을 전했다 [사진 : 조선중앙통신 캡처]](/news/photo/202101/11240_23450_5545.jpg)
군대를 피해복구 건설에 투입
선군정치는 단지 무력 건설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혁명에서 요구되는 모든 문제를 선군하여(군대를 앞세워) 해결하는 정치이다.
올해 여름 북한은 유례없는 태풍 피해를 보게 되었다. 이전 글에서 소개했듯이 살림집이 1만 6천세대 이상이 침수되고, 수많은 피해주민들이 임시시설에서 생활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8월 13일 제7기 제16차 정치국회의에서는 당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 전에 모든 피해를 복구할 것을 결정했다. 이 결정 이후 인민군대들은 피해복구 건설 현장에 집중 동원되었으며, 9월 8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6차 확대회의를 소집하여 10월 10일까지 복구를 완료할 것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피해가 가장 크고 복구 건설 조건이 가장 불리한 함경남도 검덕지구 복구 현장에 인민군부대를 동원할 데 대한 명령을 채택하였다.
그 결과 2020년 10월은 북한에게 새로운 기적이 만들어지는 시기였다. 10월 2일 김정은 위원장은 40일 만에 88%까지 복구하고 있는 강원도 김화군 피해복구 현장을 방문하여 “인민군대가 세인을 놀래울 자랑찬 성과를 이룩하고 있다”고 대만족을 표시하였다.
![▲ 조선중앙통신은 작년 11월 7일 함경남도 검덕지구에서 2,300여 세대 주택을 새로 짓고 입주 모임에서 즐거워하는 인민들의 모습을 전했다 [사진 : 조선중앙통신 캡처]](/news/photo/202101/11240_23451_5635.jpg)
김정은 위원장은 이같은 기적에 만족하지 않은 듯 보인다. 당의 요구라면 그 어떤 것도 해제끼는 인민군대에 대한 믿음이 커서였을까, 10월 13일 함경남도 검덕지구 피해복구 건설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위원장은 “대규모광물생산기지인 검덕지구를 삼지연시 다음가는 국가적인 본보기 산간도시로, 광산도시로 전변시킬 원대한 구상과 설계도를 제시”한다. “8차 당대회 이후 2만 5천톤의 새로운 살림집을 검덕지구에 건설할 결심”까지 천명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한다.
북한 사람들은 선군정치를 화를 복으로 바꾸는 정치라고 표현한다. 큰물 피해라는 화가 ‘본보기 산간도시’라는 복으로 바뀌고 있는 함경남도 검덕지역은 김정은 시대 선군정치의 새로운 위력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