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15)

끝날 때가 되니 아쉬운 게 많다. 재선을 하게 되면 이렇게 해야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고민이 참 민망하기만 하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원내에서 누군가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을 알기에 그 순간 4년 평가를 기록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5월, ‘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를 그렇게 마무리하려고 한다.

▲ 지난 4월 총선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 공약을 알리는 민중당 [사진 : 민중당]
▲ 지난 4월 총선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 공약을 알리는 민중당 [사진 : 민중당]

‘전 국민 고용보험’이 국민적 화두가 되었다. 선거 시기 이정희 전 대표의 민중당 지지연설에서 언급된 전 국민 고용보험에 많은 국민이 관심을 보여주었다. 민중당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을 설계하기 시작한 건 1년 전의 일이다. 국회에서 토론회도 열었고, 서울시당 중심이 되어 관련 내용으로 지역과 현장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김종훈 의원이 소개의원이 되어 국회에 입법청원을 해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점주,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확대 주장은 이미 있었지만 ‘고용보험법 전면 개정안’을 설계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여 국회에 제출한 것은 민중당이 처음이다. 하지만 아무도 민중당의 총선 공약이라고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이 민주당의 의제가 되어버렸다. 정치는 소수정당에게 이렇게 냉정하다.

하지만 다른 사례도 있다. 선거를 앞둔 지난 12월부터 민중당은 국민의 국회 건설운동본부를 꾸리고 ‘국회의원 특권 폐지 법안’을 만드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법안의 핵심인 ‘국회의원 소환법’은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5개의 유사법안이 있고, 국민발안제도 이미 148명 국회의원의 발의로 헌법개정안이 제출돼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법이 통과될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회 안에서 관련 논의는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 동구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법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부터 1만여 명의 발안 위원들을 모아 설문을 진행했고, 두 달 동안 간담회·토론회·선전전을 진행했다. 아직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성안해 국회에 제출하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울산 동구에서는 민중당과 김종훈 의원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창당한 지 2년, 돌아보면 의원실도, 당도 준비가 충분치 않았다. 여기에 당의 노선, 진보정치의 단결 등을 논의하며 지도력을 만드는 과정에 있었다. 당의 대중운동과 의제를 정확히 결합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민중공천제 가입운동이나 국민의 국회 건설운동과 같이 진행되었더라면 아마 지금처럼 언론과 정치가 민중당의 저작권을 가로채는 상황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이거 우리가 한 거예요’라고 스스로 말하기 전에 ‘민중당이 해낸 일’이라 칭찬했을 것이다. 이 아쉬움이 지금 당이 고민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 입법운동에서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1석의 원내 자리마저 내준 민중당과 진보정치가 사회적 의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의제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당원과 대중을 주인으로 세우는 과정이 되는, 새로운 활동 정형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치열한 대중운동 없는 토론회와 기자회견은 소용이 없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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