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21대 총선의 의미

1.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와 실망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하에서 가장 큰 탄압을 받았으며 박근혜 정권 퇴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권 탄생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새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문재인 정권 또한 집권 초반에 노동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노동정책을 표방했다. ‘노동존중사회 실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1만원’, ‘새로운 노사정대화기구 구성’ 등을 표방하고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정책은 과거 노무현 정권시절 추진한 신자유주의정책과 비정규직 확산에 대한 성찰에 기초한 것이어서 기대와 신뢰는 더했다. 실제 많은 노동계 인사들이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반노동정책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탄생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5년 임기의 반환점을 지난 현재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경제현실에서 준비 부족으로 좌절했다 하더라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노동자의 정규직전환문제나 문중원 열사 문제해결 등은 의지만 가지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문재인 정부는 외면하거나 반노동자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애초에 기대가 없었다면 몰라도, 기대하고 지지했던 정권에 배신당하니 노동자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2. 촛불혁명의 최대수혜자는 민주노총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박근혜 정권하에서 치열하게 투쟁한 사람들은 보수정치권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 등 민중진영이었다.

백남기 농민이 박근혜 정권하에서 희생당했으며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민주노총은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박근혜 정권 탄핵투쟁을 촉발한 세력도 민주노총을 포함한 민중진영이었다.

보수정치권은 민중의 기세에 편승해 탄핵투쟁에 나섰는데도 투쟁의 과실은 거의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보수정치권이 독차지했다.

그러나 꼭 그런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넓어진 민주주의 공간에서 큰 혜택을 본 세력은 사실 노동자이기도 하다.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결의 자유를 쟁취하여 투쟁의 무기를 확보하는 것이다.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민주노총이 조합원 수 96만 8천여 명으로 제1노총이 되었다고 한다. 노동부 발표는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를 제외한 숫자이니 실제 민주노총 조합원은 1백만 명이 넘는다.

촛불항쟁으로 권력을 바꾼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를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는 조직, 민주노총을 선택한 것이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3. 반노동정치세력-미래통합당의 정치적 기반을 허물어버려야 한다

노동존중 국회, 노동주체사회를 실현하는 데서 선결적인 과제는 반노동정치세력인 미래통합당을 심판하고 정치적 입지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일관되게 추진한 반노동, 노동조합 말살정책을 기억해야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집권 내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했으며 비정규직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기간제, 파견제 노동자의 사용기한 연장(2년 →4년), 최저임금법 적용 예외조항 확대, 해고요건 완화 등을 추진했다.

무엇보다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유지했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불법화해 현재까지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고통받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은 권력을 빼앗기고 야당으로 있을 때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재인 정부에 반노동정책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019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교육 파괴의) 전교조, (경제 파괴의) 민주노총을 대한민국 3대 헌법 파괴세력으로 규정하고 단절할 것을 촉구했다. 7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근로기준의 시대에서 계약자유의 시대로’를 주장하며 ‘근로기준법’을 폐기하고 ‘노동자유계약법’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도 부족한 ‘근로기준법’마저 없애고 노동시간 상한제, 주휴수당 등 근로조건 하한선을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악행을 기억하고 심판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21대 국회도 20대 국회처럼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며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틈타 또다시 권좌에 복귀하려고 할 것이다.

노동존중 국회, 노동중심사회 건설의 첫걸음은 반노동 적폐세력 미래통합당의 심판과 청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4. ‘노동자 직접정치’로 ‘노동존중사회’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민주노총은 21대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노동입법과제로 <전태일 2법>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 전태일 열사가 염원했던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해 노동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정치지형과 예상되는 21대 총선 결과는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전태일 2법 실현이 난망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촛불혁명에서 확인했듯이 정치는 생물이며 민중의 역동성은 예측불가능한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민주노총은 제1노총답게 한국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소수정당일 때는 힘을 쓸 수 있는 원내교섭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하고, 다음에는 다수당, 집권당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집권해서는 기득권계층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

진보정당의 분열을 탓하지 말고 민주노총이 새로운 정치의 모범을 만들어 민주노총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벌여야 한다.

진보정당과 다수당에 위탁하는 정치, 선거 시기 사지선다형의 선택이 아니라 노동대중과 조합원의 요구를 정치화하고 투쟁동력화하며 노동조합운동과 정치운동을 일체화시키는 ‘노동자 직접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100만 조합원의 힘을 모아 직접정치에 나설 때 한국정치는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며 노동존중사회는 현실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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