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6일 윤석열퇴진 집중투표의 날, 부산 전역에서 16개 윤석열퇴진 국민투표소 운영


저는 채상병 옆 부대에 있었습니다.
한 20대 청년이 눈시울을 붉히며 투표소에 다가오며 내뱉은 첫 마디였다. 그는 한에 서린 듯 퇴진도장을 꾹 눌렀다. 윤석열이 왜 10%대 지지율로 곤두박질 쳤는지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이태원, 전세사기, 채상병, 의료대란, 언론탄압 등 고통과 분노속에 지옥같은 삶을 살고 있는 국민들은 지금 어떻게하면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 내릴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윤석열 정권, 하지만 돌아온 것은 반국가세력 운운하는 저열한 행태였다. 대통령의 폭정을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었던 운동진영은 "윤석열퇴진 여부를 국민이 직접 결정하자"며 윤석열퇴진 국민투표를 전국 동시다발로 시작했다.
부산에서도 국민투표 바람은 일고 있다. 윤석열퇴진부산운동본부(준)은 26일, '윤석열퇴진 집중투표의날'을 설정하고, 아래 부산16곳에 ‘윤석열퇴진 국민투표소’를 마련해 투표운동을 본격화했다.
▲국민은행(반여1동) ▲남포역 7번 출구 ▲놀이마루(서먼) ▲부산대역 3번 출구 ▲부산역 광장 ▲사상역 3번 출구 ▲서면쥬디스태화 ▲솔마루공원(정관) ▲아이유파크(연산6동) ▲연제예식장 ▲우리은행(거제동) ▲이마트 연제점 ▲하단 오거리 ▲홈플러스 센텀점 ▲화명장미공원 ▲흥국빌딩(서면)
이동식테이블, 현수막, 엑스배너, 피켓를 기본으로 거리투표소가 꾸려졌으며, 테이블 위에는 투표함과 투표용지, 투표용 도장 등이 진열되었다. 투표소를 꾸리자 시민들은 금새 찾아오기 시작했다.
거리투표소는 윤석열 퇴진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성토의 장'이 됐다. 한 시민은 "진짜 기다리고 있었던 투표"라며 윤석열 때문에 못 살겠다고 정말 잘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또 다른 시민은 "윤석열 때문에 화병나서 잠을 못잔다"며 "이런 투표면 100만 표도 받아올 수 있다"며 투표용지를 왕창 받아가기도 했다. “아들하고 며느리도 투표 받아줄게요”라며 투표용지를 받아가는 사람, “나도 윤가지만 진짜 윤석열은 끌어내려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 등 시민들은 각자의 분노를 가지고 투표소를 방문했다.
소형엠프에서 흘러나온 “윤석열퇴진 국민투표입니다”라는 한 마디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었다. 신호등을 건넜다가 다시 돌아와 투표를 하는 사람, 가던 배달을 멈추고 오토바이에서 내려 투표를 하는 사람, 학원차를 세우고 투표한 뒤 서포터즈를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 등 국민투표소는 윤석열퇴진을 염원하는 시민들을 하나로 결집시켰다. "마음 같아선 100장 넣어버리고 싶다", "아들이 군대에 있는데 걱정이다", "진짜 보기싫다", "그만 내려왔으면 좋겠다", "이런 투표는 많이 해야한다" 등 각자의 분노들이 투표도장에 담겼다.
열기는 투표행위 후에도 계속됐다. “지인께 투표를 받아주실 수 있나요?”라고 투표자에게 정중히 권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좋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운동에서 특이한 점은 나도 투표를 받아주겠다고 투표용지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그 만큼 행동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고, 분노가 높다는 것이다.
투표용지가 든 봉투를 가져가서 한 시간 만에 전부 투표를 받아오는 사람,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 받았다며 봉투를 건네는 사람, 심지어 "왜 이렇게 투표용지를 작게 넣었냐"며 50장이나 더 받아간 사람도 있었다. 어떤 투표소에서는 준비해 간 몇 백장의 투표용지가 금새 동나기도 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오늘(26일) 하루만에 300여명이나 '국민투표 서포터즈(직접 투표를 받아주겠다는 사람)'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국민투표 열기가 오르고 있지만 투표활동에 함께 한 사람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투표소 운영에 참가한 서포터즈에 따르면, 처음보는 투표소라 어색해 하는 사람, ‘이런 투표를 왜 하냐’며 강하게 항의하는 사람, 다른 이들이 투표하는 걸 격하게 가로막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투표함을 훼손한 일도 있었다고. 그럼에도 투표소를 무난하게 운영할 수 있었던 건 주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 때문이었다. 관계자는 “거친 항의들도 있었지만 많은 시민분들께서 응원과 행동으로 거리투표소를 지켜주셨다”며, “어떤 때는 퇴진에 열정적인 시민과 격렬한 반대파가 설전을 주고 받으며 ‘우리동네 윤석열퇴진 찬반 대토론회장’으로 되기도 했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거리투표소를 운영했던 서포터즈들은 하나같이 ‘기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투표소는 정권의 진퇴를 두고 첨예한 '정치적 격돌장'이 되고 있어서 누구의 기세가 더 센가를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격렬한 항의가 있을 때마다 주저하시던 분들까지 와서 투표해주는 걸 보면 우리를 지지하고픈 마음이 크게 느껴져요. 이렇게 국민투표를 지켜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서포터즈로써 정말 힘이납니다"
저녁이되자 국민투포 서포터즈들이 투표소를 정리하고 한자리에 모여 소감을 나눴다. 그들은 ‘투표함을 들고 나갈때는 설렘반, 걱정반이었다’며 집을 나설 때 떨렸던 순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오늘 집중투표활동을 해보니 민심을 알겠다’며 ‘투표소를 더 늘려 윤석열퇴진 기운을 부산 전역으로 퍼뜨리자’고 하나같이 입모아 말했다.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에서 윤석열퇴진 국민투표 열기가 어디까지 번져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