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민영화·시장화전략 진단(5)

▲ 철도민영화 반대 및 정부의 철도 안전대책 마련 촉구 결의대회. 2014.08.05. [사진 : 뉴시스]
▲ 철도민영화 반대 및 정부의 철도 안전대책 마련 촉구 결의대회. 2014.08.05. [사진 : 뉴시스]

1) 고속철도 분할․경쟁으로 구조적 경영위기에 직면한 철도

우리나라 철도는 2003년 철도 구조 개편(철도 상하 분리 및 민영화 유보) 이후 분할-경쟁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철도 시설은 국가 중심의 시설공단이, 철도 운영은 시장화를 지향하고 있다. 간선(幹線) 철도의 경우 철도공사 중심으로 운영하되, 일부 노선(예, 고속철도)에 대해 경쟁구조를 지닌다. 특히, 고속철도의 경우 수서발 고속철도(SR)가 철도공사 출자회사로 운영(요금 10% 인하)되면서 철도공사와 경쟁구조(경부선․호남선 등) 하에 있고, 신규 철도 노선은 민간과의 경쟁 입찰제를 통한 운영자 선정 등의 경쟁구조가 역시 작동되고 있다. 철도의 경쟁체제는 2003년 철도산업기본법 및 2011년 한미FTA 추가협약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는 결과적으로 △철도공사 중심의 정부 재정 운영의 한계(철도 설비 투자의 분산) △각 철도 사업자 간 경쟁(고속철도 간, 철도-자회사 간 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재정 낭비 △경쟁체제가 갖는 경영효율화(조직·인력운영 효율화, 임금억제·차별 등)의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1)

철도공사는 고속철도(KTX), 광역철도(새마을호․무궁화호), 수도권 전철 등 여객운송 및 화물운송을 담당하고 있는데, 고속철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철도가 지닌 공적 기능 수행(광역철도․수도권전철의 요금 억제 및 공공 할인, 화물철도 낮은 운임)의 결과이다. 이러한 공적 기능으로 인한 적자 운영을 극복하기 위해, 철도공사는 고속철도 수입으로 나머지 적자를 보전하는 교차보조(cross-subsidization) 재정운용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2014년에 어렵사리 영업이익에서 흑자 전환이 이뤄졌으나, 또다시 철도공사는 2017년부터 영업 적자로 전환된 채 적자폭은 누적되고 있다. 2016년 SR(수서고속철도) 영업 개시 이후 고속철도의 분할 경쟁체제로 인한 KTX 영업이익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2)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자료를 근거로 철도공사와 SR의 경영성과를 비교해보면, [표13]에서와 같이 지난 5년간(2016~2020) 철도공사는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에서 각각 1조 7019억원, 2조 5766억원의 누적 적자 상태이나, SR의 경우 동일 기간 각각 545억원 및 157억원의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교롭게 철도공사의 5년 당기순손실액(2조 5766억원)과 동기간 SR 매출총액(2조 3932억원)이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결국 철도공사의 경영 적자가 고속철도 분할․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 위기가 닥친 2020년의 경우 철도공사는 1조원 이상의 영업 손실 및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제 경영효율화 취지 아래 KTX과 SRT의 경쟁체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경영효율화는커녕 오히려 경쟁체제로 인한 비효율마저 나타나고 있다.3)

철도공사는 시설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SOC 공기업(도로․공항․항만․수자원 등)과 달리 시설 기반이 없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부채의 원인 및 특성과 관련한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4) 철도공사의 총부채는 2020년 말 기준으로 18조 88억원으로서 지난 4년간 4조 2647억원의 부채가 증가했다. 부채 증가 규모도 다른 SOC에 비해 높은 데다, 유동부채(단기 상환 부채)가 3조 2743억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결국 고속철도 경쟁이라는 영업 손실 요인(영업이익․당기순이익 적자)이 부채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가 기간 철도의 중심에 있는 철도공사에서 이 같은 분할 경쟁 및 적자 운영이 지속될 경우 결국 서민의 보편적 교통서비스 역할을 하는 적자 영업 부문(광역철도․수도권전철)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정부는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광역철도에 대해 민자 방식을 설정함으로써 또다른 악순환의 굴레를 만들고 있다.5)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를 되돌아보면, 이러한 철도공사의 부채는 곧바로 철도공사 구조조정의 근간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원인을 공공기관의 책임(방만경영)으로 전가하는 시장화전략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철도의 전략적 자산 가치를 인정하여 일부 국가(일본 등)를 제외하고는 국내 경쟁체제가 대부분 후퇴되고 있고, 독일․프랑스․중국 등에서 철도 통합 체제가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철도 분할 민영화의 원조 국가인 영국에서조차 탈민영화(철도 통합)을 정부가 선언(2021.5)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정부의 철도 분할 당시 이를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이후에도 이러한 분할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경쟁체제의 폭을 확대(SRT 전라선 확대 검토 등)하려는 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다. 정책의 이율배반을 넘어 국민의 필수서비스 확대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공공서비스 제공 기반 자체가 위태로운 도시철도 부문

주요 대도시 시민들의 일상적인 교통수단이자 가장 대표적인 공공서비스인 도시철도(지하철)의 경영 위기가 지속적으로 구조화되고 있다. [표15]에서와 같이, 전국의 6개 도시철도는 지난 5년간(2016~2020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6조 5301억원, 5조 4348억원의 손실이 각각 누적된 상태이다. 특히 코로나 위기가 닥친 2020년의 도시철도의 경영 적자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보수 언론에서는 이 상황에 대해 지난 시기 끊임없이 도시철도(지하철)의 방만 경영 및 구조조정을 언급해왔고, 이미 2020년에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각각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서울교통공사는 누적 재정 적자를 이유로 한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6) 이러한 서울교통공사의 구조조정 추진 사례는 언제라도 전국의 도시철도에 확산될 위험을 지니고 있다.

각 도시철도(지하철) 개통이래 단 한번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도시철도(지하철) 재무구조는 시장화전략의 덫에 갇힌 공공서비스 부문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각 도시철도(지하철)의 요금은 원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부분의 도시철도공사의 요금현실화율(평균요금/평균원가)은 [표16]에서와 같이 50% 미만에 머물고 있다. 교통요금이 원가에 현저히 미달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낮은 요금현실화율은 △물가 인상 우려 공공요금 억제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무임승차 비율 확대 △시내버스와의 환승체계 등 정책 목적(공공성)이 그 근간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교통SOC 재정구조에서는 이러한 도시철도(지하철)의 낮은 요금에 대한 공공서비스보상(PSO) 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지 않다. 적자의 원인이 공익적 사업과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적 사업에 대한 별도의 재정 지원 없이 경영효율화로 이 문제를 해결토록 정책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도로 중심 교통SOC 재정전략의 한계 및 공공기관 시장화전략(재정 긴축 및 경영효율화)으로 인한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의 재정운용 전략의 한계를 반영하듯, 도시철도공사들의 예산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행정안전부 역시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물론, 이러한 흐름은 문재인정부 및 더불어민주당 집권 주요 특별·광역시에서도 별로 다를 바 없이 전개되고 있다.

[본문 주석]

1) 2020년말 기준으로 철도공사는 정규직(무기 포함) 32,424명, 비정규 254명, 5개 자회사는 정규직 7,950명, 소속외(외주) 2,230명, ㈜SR은 정규직 607명, 소속외 509명, 철도공단은 정규직(무기 포함) 2,095명, 소속외 59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전체 인력 규모는 46,128명으로 집계됨. 이 전체 인력은 IMF 구조조정 직전(철도청) 인원 51,000명(공무원+고용직)에도 아직 미달하고 있음. 5개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 차별이 심각하고 사실상 철도공사 외주 형태로 운영된다고 보면, 실제 국가 철도 부문의 정규직은 35,126명으로서 IMF 이전에 비해 70%에도 못 미친다고 볼 수 있음.

2) 문재인정부 초기에 정부(국토교통부)는 철도 경쟁체제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속철도 통합 논의를 일시 진행한 바 있으나, 2018년 말 통합 논의를 중단하였음. 이후 2019년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SR을 자율․책임경영(자체 수입률 향상 근거로 한 자율․독립 운영) 명목아래 공기업으로 유형을 전환 관리함으로써, 사실상 SR의 완전 분리를 제도화했음.

3) KTX와 SRT의 경우 2017년 이후 고속철도 분담 비율이 75:25로 계속 이어지면서 경쟁으로 인한 고속철도의 경영 변화가 없고, 오히려 경쟁에 따른 별도의 중복 거래비용으로 2017년 559억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되고 있음(김태승, 2021).

4) 다른 SOC 공기업(도로․공항․항만․수자원 등)의 부채는 대부분 시설 설비 투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는 자산 성격으로 간주될 수 있음. 철도의 경우 역사 시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설이 국가철도공단 소유(철도공사 선로사용료 부담)이기 때문에, 부채의 성격이 다른 SOC 공기업과 전혀 다른 성격(사실상 운영 부채)을 지니고 있음.

5) 기획재정부 보도자료(2021.8)에 따르면, 정부는 6차 재정운영전략위원회를 통해 광역철도(부산~울산, 대전~충북 등) 민자사업을 구체화했음.

6) 서울교통공사는 오세운 신임 서울시장의 자구노력 요구(2021.5)를 받아들여, 6월에 1,539명 인력(최대 1,900명까지) 감축 및 임금 동결 계획을 발표한 바 있음.

[참고 문헌]
기획재정부(2021), 공공기관 경영공시시스템(알리오)
김태승(2021), ‘국정 100대 과제인 공공철도 정책의 현황 및 문제점’, 「문재인정부 공공철도개혁 어디까지 왔나?」,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의원모임
행정안전부(2021), 지방공기업 경영공시시스템(클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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