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민영화·시장화전략 진단(1)

1.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시장화 전략1)

1) 들어가는 말

20대 대선 및 정부 교체를 앞두고 향후 공공기관의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을 실현하는 핵심 도구로서 공공기관의 정책은 정부의 성격을 드러낼 수밖에 없고, 대선이야말로 이러한 정부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는 상징적 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IMF 관리체제 이후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해 민영화․경영효율화 등 시장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오고 있고, 사상 최악의 네가티브 경쟁이 난무하는 이번 대선에서 이러한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솔직히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시대 상황은 공공기관 정책 변화가 절실한 것 또한 분명하다.

최근 코로나 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지속되는 가운데 유럽의 선진 각국에서는 국가(공공부문) 역할이 강조되면서 재정 확대, 복지 확대 및 주요 기간산업(철도·항공 등)의 재국영화 조치 등을 포함한 탈시장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계속 축소·조정국면에 놓여 있던 공공부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위기 이후 다시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반면,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현을 국정방향으로 내세운 문재인정부는 세계적인 탈시장화 흐름과는 달리 한국판 뉴딜, ESG경영, 탄소중립 등 국정과제에서 지난 20년간 유지되어온 시장·이윤 확대 중심의 정책 흐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불평등․양극화 상황이 심화되고 있고, 당면한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대응, 및 제조업 위기에 따른 고용 위기 등까지 확산되기 때문에, 시장·이윤 확대 중심의 정책 흐름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우리의 공공기관 시장화 전략의 추진과정 및 폐해 등을 진단하고자 한다. 먼저, 공공부문과 공공기관 현황을 잠시 보고자 한다.

2) 공공부문과 공공기관 현황

일반적으로 공공부문(public sector)은 관련 법의 근거 하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여, 국가 재정으로 국민의 편익·복지 증진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공공부문을 통해 그 존립 목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을 보면, 공공서비스 정책 수립․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행정기관’(budgetary government)과 공공서비스 정책 집행을 목적으로 하는‘공공기관’(public institution)으로 구분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은 정책 추진체계 상 행정기관의 산하 조직으로 위치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각각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모두 존재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앙정부 산하 비중이 높다.2)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공기업(철도․전력․가스․도로․공항․토지주택․수자원공사 등) △준정부기관(건강보험․국민연금․철도공단․KOTRA 등) △기타공공기관(정부출연연구기관․국립대병원․국책은행 등)으로 각각 유형이 구분되어 있다.

중앙정부 산하 공공부문은 각 유형에 따라, 기관 운영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공성(공익성)과 상업성(수익성)이 각각 다르게 작용한다. 정부부처 →책임운영기관 → 정부출연연구기관 → 준정부기관 → 공기업(준시장형→ 시장형)으로 이동함에 따라 상업성(수익성)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상업성(수익성) 비중이 높다는 것은 민영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공기업(특히 시장형 공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민영화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에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담배인삼공사 등이 정부기업(전기전화국·전매청)에서 공기업으로 전환된 이후 IMF 관리체제 하에서 민영화되었고, 한국철도공사는 IMF 관리체제 직후 정부기업(철도청)에서 공기업으로 전환된 이후 끊임없이 민영화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공공성(공익성) 중심에서 상업성(수익성) 중심으로 대부분 이동해오고 있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고용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전체 공공부문의 21.8%에 불과하나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공공서비스 직접 제공을 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 설립․운영되는 만큼, 지난 4년간(2016~2019년) 예산은 전체 정부 예산(일반․특별회계)의 135~170% 수준이고, 자산은 지난 4년간 전체 공공부문의 75% 이상 수준에 달하고 있다(국회 예산정책처, 2021).

한편, 공공기관은 행정기관(공무원 중심)․교육기관(교사 중심)에 비해 정책 운용의 탄력성이 높은 특성을 지닌다.3) 이러한 공공기관의 특성으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정책(기능․고용․임금․복지 등)이 공공기관에서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정부 성격에 따라 그 위상이 시장화(정부 실패)와 탈시장화(시장 실패) 사이에서 시계추(pendulum) 현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산업진흥 측면 △경제발전 측면 △국가재정 확충 측면에서 공공기관을 운영하고 있고, 각국의 공공기관 운영체계는 국가의 정체성, 정부의 국정방향, 경제상황 변화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OECD, 2004). 대체로 국가가 복지·노동·분배 등을 중시하는 경우(복지국가형)에는 공공기관의 기능 및 고용 비중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국가가 시장·기업·이윤을 중시는 경우(시장국가형)에는 그 반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3) 공공기관 시장화

공공부문 시장화는 공공부문 운영 전반에 걸쳐, 국가가 재정을 건전·긴축 운영하고, 주요 공공 서비스를 시장 체제로 전환(민영화·외주화·경쟁체제 등)하며, 공공부문의 조직·인사·예산·보수 운영에서 시장원리(경쟁·수익·성과 중심의 경영효율화)를 확대하는 것을 일컫는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국가 전략으로서, 공공행정론에서는 ‘신공공관리론’(NPM; New Public Management)으로 표현되고 있다. 진보․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전략 또는 사유화·상업화전략으로 불리우고 있다.

공공기관 시장화 전략 추진 과정을 보면, 크게 선진국 모델과 개도국 모델이 있다. 먼저, 시장․체제 위기 극복에서 출발하는 선진국 모델이 있다. 서구 선진국들(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의 경우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팽창된 공공부문을 전후 복지국가 체제로 전환하면서 ‘큰 정부’ 흐름으로 유지한 후, 1970년대 이후 불황이 장기화되고 국가 재정 부담이 커짐에 따라 ‘작은 정부’(시장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2008년 금융위기 및 2020년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탈시장화 흐름(공공 통합 및 재국영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시장 형성을 중심으로 출발하는 개도국(아시아·중남미 등) 모델이 있다. 전후 저개발․개발도상국의 경우 국가가 경제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공공부문을 적극 육성하는 흐름(개발독재국가)이 지속된 후, 1980년대 이후 세계적인 시장화 흐름과 유사하게 전환되는 경향이다. 개도국들 역시 2020년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탈시장화 흐름을 서서히 구체화하고 있다. 우리의 공공부문 발전은 전형적인 개도국 모델이다. 1960년대 이후 국가 주도 경제개발전략 추진을 위한 기반 조성(SOC․R&D 등 확대)으로 1980년대 후반까지 공공부문 적극 육성정책이 이어진 후, IMF 관리체계 이후 시장화 전략이 전면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김영삼정부의 세계화 정책으로 시장화 전략(공기업 민영화 등)이 적극 검토되었으나, 정책으로 전면화된 것은 IMF 관리체제에 편입되면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장화전략은 전통적인 ‘작은 정부’(국가재정․시장개입 최소화) 전략 및 IMF 이후 시장화전략이 중층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극단적인 시장주의 모델을 보이고 있다.4) 또한, 국가체제 변화와 무관하게 60년간의 관료 독점 지배구조가 경제부처 변화(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1987년 이후 대통령 5년 단임제 하에서 시장주의로 무장한 경제관료들의 독점 체제는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주의 경제관료 주도의 공공부문 정책이 지속되면서, 김대중정부의 전 공공부문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정책, 노무현정부의 공공부문 경영혁신(경영 합리화) 정책, 이명박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 박근혜정부의 ‘공공부문 정상화’ 정책을 거치면서 공공부문의 시장화전략은 20여년 동안 소폭의 조정과정에도 불구하고 크게 변화되지 않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한국경제 정책의 지배그룹(경제관료․연구기관) 대부분이 영미형 신자유주의, 그리고 미국 주도 세계질서를 보편적 체제(global standard)로 맹신하는 흐름이 자리잡고 있었다. 더구나, 1998년 IMF 관리체제 역시 이전 사례(멕시코 등)와 같이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 재구축의 틀 속에서 공공부문 중심의 국가 주도성을 약화시킨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고, 그 흐름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2012년 한미FTA 발효에 따른 우리 공기업의 재공영화(insourcing) 역진 제한 작동으로 인해 철도․에너지 등의 분할 민영화 및 시장화 전략 기반이 더 강화되었다.

지난 20여년 간 지속 강화되어온 우리 공공기관의 시장화 전략 흐름과 함께, 문재인정부의 탈시장화 실험(?) 및 실패의 과정, 그리고 시장화 전략이 낳은 폐해들을 이제 차례로 살펴보자. ☞ 다음 연재 ‘공공기관 시장화전략 역사’로 이어집니다.

[본문 주석]

1) 여기서 시장화는 공공부문 소유 및 운영구조 전반의 시장 원리 확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민간 우선의 소유구조 측면(민영화․경쟁체제 등) 및 기업경영식 운영구조(상업화․경영효율화 등)가 포괄되는 구조로서 공공부문에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작동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필자 주).

2) OECD는 「국가계정체계」(the system of national accounts) 기준 하에 공공부문을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 및 공기업(public corporation)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의 기준대로 할 경우 일반정부는 중앙․지방 행정기관 종사자 및 중앙․지방정부 산하 출연․보조기관(준정부기관․출자출연기관 등), 공기업은 중앙․지방 공기업으로 구성된다.

3) 공공기관 종사자는 공적 업무는 담당하지만, 신분은 민간인으로서 공무원․교사 등의 특수직역과는 달리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력 운영의 변화 폭이 클 수밖에 없다.

4) 우리 공공기관에서의 극단적 시장화 모델은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의 공공부문 고용 비중 △극히 낮은 공공 의료․사회서비스 비중 △주요 공공서비스(석유․정보통신․도시가스․항공 등)의 민간 주도 △철도․에너지(발전․가스)․R&D 경쟁체제 △공공서비스예산(PSO) 예산 긴축(도시철도 외면) △철저한 경영효율화(시장․경쟁․수익) 중심 운영체계 등에서 나타난다.

[참고문헌]
- 국회 예산정책처(2021), 「2021 경제․재정수첩」
- 박정수(2017), “공공기관 지정 및 유형 구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10주년 학술심포지움」, 한국조세연구원·기획재정부
- OECD(2004), 「OECD Guideline on the corporate Governance of state-owned ente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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