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민영화·시장화전략 진단(3)

3. 공공기관 시장화 전략 추진과정(2)

1) 노무현정부의 시장화 전략

노무현정부는 국민 반대여론이 높았던 주요 공기업(철도․발전․가스․지역난방 등)의 민영화․분할매각 추진을 중단하는 대신, 철도공사를 비롯한 전 공공기관에 대해 상시적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경영혁신 정책을 추진하였다. 철도의 경우 기존 철도청(정부기관) 체계가 공공기관으로 전환되며 상․하 체계(철도공사-철도시설공단)로 분리되었다. 물론, 철도공사에 대해서도 경영혁신(수익확대․비용절감․경쟁강화 등)이 수반되었고, 민영화 추진 중인 발전의 경우 2004년에 남동발전의 매각이 중단됨과 아울러 전력의 배전 분할도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가스공사의 민영화 역시 중단된 채 천연가스 도입 관련하여 민간도 참여하는 경쟁체제로 전환되었다. 2002년 연대파업을 불러일으켰던 철도․발전․가스는 결과적으로 민영화 및 분할 매각이 중단되기에 이르렀고, 배전·지역난방·공항 등 추가적으로 논의된 민영화 정책도 중단되게끔 했다. 특히,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안양·부천 열병합발전 매각(LG파워 인수)에 따른 부정적 평가로 인해 이후 분당·일산의 매각 작업마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민영화․분할매각이 중단된 전력․가스․지역난방의 경우 주식시장 상장으로 일정 지분의 매각이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가 유입된 건 물론이다. 민영화가 중단된 공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기획예산처)의 「정부투자기관 경영혁신지침」(2003)에 따라 강도 높은 경영혁신이 구체화되었고, 이후 이 흐름은 전체 공공기관(정부산하기관 및 기타 공공기관)으로 확산되었다. 노무현정부의 경영혁신은 공공기관을 넘어 행정기관·교육기관 등에까지 확산되었다. 총액인건비제를 통한 인력 유연화 및 책임운영기관 설정을 통한 경영혁신(조직·사업 합리화 등)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특히, 공공기관 시장화 전략의 완성판으로 작용할 공공기관운영법 제정과 통합 경영평가제도 기반 구축을 통해 이후 이명박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노무현정부에서 기반을 마련한 공공기관 운영 정책(기능조정․인력운영․평가체계 등) 대부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정부의 경영혁신 정책으로 공공부문 정규인력 감축 및 비정규직 확대(간접고용 포함) 정책이 취해진 결과, 2006년 말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30만 명을 넘어섰다.

2) 이명박정부의 시장화 전략

이명박정부는 친기업(business friendly) 전략을 앞세워, 노무현정부에서 유보되었던 국가기간산업(철도․발전․가스․공항 등)의 민영화 추진을 부활시켰다. 공공기관 선진화를 통해 민영화․경쟁체제 등 하드웨어 구조개혁과 함께, 인력감축․경영효율화․노사관계선진화 등의 소프트웨어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김대중정부에서 전면화된 공공기관 시장화 전략의 틀을 사실상 완성했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공기업 민영화(‘선진화’)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 후 2009년 이후에는 강도 높은 경영혁신 정책을 강행했다. 친기업 전략에 맞게 이명박정부는 김대중정부의 민영화 계획을 부활시키면서, [표8]과 같이 2008년 1~3차 선진화를 통해 공기업 민영화, 공공기관 통폐합, 경영효율화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2008년 촛불항쟁으로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민영화 대신 민간과의 경쟁을 허용하거나 외주화를 확대하는 기능조정을 광범위하게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129개 공공기관에 대해 22,000명의 인력 감축을 추진했고, 결국 이 감축된 정규 인력 만큼 비정규직이 대거 확대되기에 이른다.

이명박정부는 지속적인 공공기관 선진화(소위 ‘2기 선진화’) 추진을 위해, ‘3대 거품 빼기’(보수, 직급과 조직, 사업구조)와 함께,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을 추가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따라 △핵심사업 외 외부위탁 △단체협약(복지․경영참여․노조활동 등 관련)의 전면 개악 조치 △성과연봉제 시행 등의 조치가 계속되었는데, 결국 이는 공공기관 선진화의 최대 걸림돌로 공공기관노조를 지목하고, 공공기관노조 활동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명박정부는 2011년부터 실행된 기업단위 복수노조제 허용 및 교섭창구 단일화 등을 통해 공공기관 민주노조를 뒤흔드는 작업을 병행하기에 이른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은 공공기관노조들의 강한 반발(2009년 연대파업 등)과 국민 반대여론에 부딪혀 대부분 조정 또는 유보되었지만, 민영화의 정책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했다. 특히, 철도 분할 및 의료시장화 조치들이 박근혜정부 하에서 취해지도록 기반을 제공했다.

한편, 2005년부터 7년간 논의되어왔던 한미FTA가 2011년 11월22일 국회 비준안 통과를 거쳐, 2012년 3월15일 발효되었다. 2007년 4월 노무현정부에서 1차 타결되었던 한미FTA는 국회 비준이 미뤼지다 이명박정부의 추가 협상(소고기․자동차 등)을 거쳐 타결․발효되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논란이 집중되었던 영역이 공공부문이었다. 특히, 주요 공공서비스부문 경쟁․개방․민영화 추진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투자자-정부 강제중재제도(ISD: Investor-State Dispute)를 통한 협약 강제 및 역진방지(Ratchet) 조항으로 인해 공공부문의 대외 시장 개방 및 민영화에 대한 역진 방치 조치가 취해졌다. 정부는 교육․의료․에너지․철도 등의 공공서비스부문에 대해 개방․역진방지를 유보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밝히고 있으나(산업통상자원부, 2020), [표9]에 따르면, 정부 차원의 최소기준 대우(국내 재산권 보호) 및 수용 조치(민영화 기업 재국영화)를 전 부문에 걸쳐 봉쇄한 협약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3) 박근혜정부의 시장화 전략

초기 이명박정부와의 정책 차별화(‘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를 시도했던 박근혜정부는 2013년 하반기 돌연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이들 공기업 부채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의 산물로 규정했다. 2013년 하반기 당시 문제가 되었던 공기업 부채는 △이전 이명박정부의 무분별한 정책 추진(예, 4대강 사업, 해외 자원개발 등) △주요 공익사업(전력·철도·공공주택 등)추진 △SOC 시설 투자에 따른 자산 성격 등이 혼재되어 공공기관 경영책임으로 볼 수 없는 요소들이 많았으나, 박근혜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공공기관(종사자·노조) 공격의 도구로 부채 문제를 정치쟁점화했다, 이에 따라, 부채 축소와 함께, ‘공공기관 정상화’에 따른 경영혁신 조치(단협개악․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를 취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해오던 철도 분할(고속철도 경쟁체제) 조치를 2013년 말 강행했다. 의료 영리화․시장화 조치를 취하면서 공공의료 비중을 축소시켰고, 발전․가스 부문의 민간 참여와 경쟁체제도 확대했다.

방만경영 정상화 명목으로 공공기관 노조활동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했을 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전교조․공무원노조를 법외노조로 압박하는 등 공공부문 전반의 노조활동을 억압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정부의 이러한 시장화 및 노조 억압 전략은 결국 2016년 9월 이후 공공기관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2016년 9월 철도·지하철·건강보험·국민연금·가스·국립대병원·철도시설 등을 망라한 공공부문노조 사상 최대의 연대파업이 전개됨으로써, 2016년 10월 이후 확산된 촛불항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노무현정부에서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진 공공기관 시장화 전략 흐름을 요약하면 [표10]과 같다.

4) 문재인정부의 탈시장화 실험(?) 실패

촛불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는 초기 공공기관 국정방향 설정과 관련하여 이전 정부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경영효율성 극대화 중심 정책 기조 △유연화(정규직 감축, 비정규직 확대 등)로 일관했던 공공부문 일자리정책의 전환 △노조활동 억압 정책 등을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확충 및 정규직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이 국정과제로 제시됨에 따라, 20년간 지속되어온 시장화전략이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특히,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국회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의했던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 기본법안」(소위 ‘문재인법’)이 대선 공약을 거쳐 「국정운영 5개년 계획」(2017.7)에서 문재인정부 국정방향으로 제시되었다. 법안에서 제시된 인권·환경·노동·복지·일자리·공동체 등 13개 사회적 가치 범주가 구체화됨에 따라(행정안전부, 2019), 이전의 시장화 전략 폐해가 극복되고 탈시장화 의제들(노동․일자리․복지․공동체․환경 등)이 국정과제로 자리잡는 전기(轉機)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박용석, 2020). 정부 스스로도 사회적 가치 실현 국정방향과 관련하여 진보․노동운동 진영이 내세웠던 공공성을 대부분 사회적 가치 실현 국정과제에 포함할 것으로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임기가 저물어가는 2021년 하반기 현재, 이러한 기대는 대부분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공공기관에서 탈시장화 전략의 전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회적 가치 실현 국정방향은 정작 중요한 시장화 적폐(철도․발전․가스 등의 분할 경쟁체제) 청산에는 한발도 내딛지 못한 채 표류하기 이르렀다.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야당 위치에서 강하게 문제 제기했던 이러한 시장화 적폐들에 대해 본인들은 철저히 ‘내로남불’ 태도를 취했다.

핵심 국정 과제였던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확충은 사회서비스 부문 및 정규직화 정책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민간위탁 폐해가 심각한 사회서비스 부문 공공 일자리 창출 실적이 불분명한 가운데 사회서비스원의 정착 가능성 역시 불투명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낮은 정규직 전환율 △공공기관 파견․용역노동자 자회사 전환 △저임금․차별 논란 임금체계 등으로 인해 사회 전반의 좋은 일자리 정책을 선도하는 계기로 자리잡지 못했다. 공정임금 정책으로 출발한 직무 중심 임금체계 전환은 과거 정부의 성과연봉제 시즌2 수준으로 전락했고, 사회서비스 공급구조 개편 취지에서 출발한 사회서비스원 정책은 사회서비스원의 취약한 기반 및 공공 인프라 확충 실패 등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주요 공공정책을 보면 [표11]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문제는,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보여준 문재인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방향에 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 위기로 국가 책무 강화가 요구되고, 공공부문의 탈시장화가 선진 각국에서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문재인정부는 한국판 뉴딜, ESG 경영, 녹색자본주의(탄소중립) 등의 친시장적․친기업적 정책 기조를 강화함으로써, 결국 사회적 가치 실현 등으로 대표되는 탈시장화 실험(?)은 사실상 완전히 실패한 채 마감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탈시장화 실패 뒤에 남은 것은, 20년 이상 유지․확대되어온 공공기관 시장화전략이 훨씬 더 공고화되면서 철도·에너지 등 주요 공공서비스부문에 드리우고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 징후들이다.

[참고 문헌]
기획예산처(2003), 「정부투자기관 경영혁신지침」
기획재정부(2010),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실적」
박용석(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공성 강화 및 공공 일자리 창출 방안’, 민주노동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2020), 「한미 FTA 협정문, 부속서」

▲ 양대노총 공공기관 노조 총파업 진군대회. 2014.08.2. [사진 : 뉴시스]
▲ 양대노총 공공기관 노조 총파업 진군대회. 2014.08.2.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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