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민영화·시장화전략 진단(4)

4. 공공기관 시장화전략 폐해 진단(1)

1) ‘작은 정부’ 및 시장화 전략 유산이 나타난 국가재정 및 고용 비중

지난 20년간 계속된 시장화전략의 폐해로 인해 철도·에너지·도시철도·공공의료 등의 필수 공공서비스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철도․발전․가스 등의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를 유보하고 상시적 경영혁신(시장화) 및 경쟁체제로 전환한 이후 이명박․박근혜정부 기간 동안 공공기관 시장화전략(공공기관 선진화․정상화)이 극대화되면서 필수공공서비스의 지속적 제공 기반이 현저히 약화되어 있다. 더구나,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현 국정방향을 내세운 문재인정부가 국가 책임이 강하게 요구되는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조차 시장화전략을 제대로 전환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폐해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우리나라 시장화전략의 폐해의 가장 구체적인 징표는 국가재정 및 고용 비중의 국가별 비교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과도한 국가 재정 지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국민의힘)에서 국가재정 확장을 문제삼는 것은 ‘작은 정부’를 금과옥조처럼 여긴 그 정치세력의 정체성(identity)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으나, 촛불정부를 계승한다며 정책 차별성을 내세워온 문재인정부 국가재정 운영 문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가재정 운영과 관련한 부채 증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후 2021년까지의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일반정부 총지출 규모는 4년 평균 35.4%로서, 동일 기간 OECD 국가 평균의 44.0%에 미달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극에 달했던 2020년의 경우 우리나라 재정 지출은 38.5%로 약간 증가했으나, OECD 국가 평균의 49.0%에는 현저히 미달하고 있다(국회 예산정책처, 2021). [표12]에 제시된 바와 같이, 우리나라 4년(2018~2019년)의 GDP 대비 국가 재정 지출 비중은 평균 35.4%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과거 2017년의 32.5%에 비해서는 다소 증가된 수치이긴 하다. 그러나, 동일기간 동안 OECD 국가 평균은 49.0%로 나타남으로써, 그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정부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작은 정부’ 체제를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의미이다. 단순하게 우리나라의 국가 재정 지출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년간 140조원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회가 발표한 지난 5년간(2018~2022년) 국가 재정수지 비중(GDP 대비)을 보면, [표13]에서와 같이 우리나라는 –1.4%로서 OECD 국가 평균 –6.3%에 비해 매우 준수한(?)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코로나 위기가 절정에 달한 것으로 평가되는 2021년에 우리나라의 재정 수지 비율은 –3.8%로서 OECD 국가 평균 –8.4%에 비해 여전히 준수한 편이다. 우리나라 국가 부채 문제가 국제적 기준에서 본다면 거의 문제가 되질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공공부문을 지배하고 있는 전통적인 작은 정부 전략 및 IMF 이후의 극단적인 시장화 전략은 공공부문 고용구조에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되어 있다. 2015년 기준으로 OECD 주요 국가들의 전체 취업자 대비 공공부문 고용 비중을 조사한 결과, 일반정부 및 공기업 모두 합해서 8.2%로서 OECD 평균 20.1%의 1/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서울대 산학협동단, 2017).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1980년대 이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원조국가들인 영국(16.9%)․미국(15.6%)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공공부문의 고용 비중이 개선되기 시작한 2017년의 일반정부 부문(행정기관․준정부기관 등)의 고용 비중을 보더라도, 아직 우리 공공부문은 7.7%로서 OECD 평균 17.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OECD, 2019).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낮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가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가 미흡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 역량이 뒤쳐진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의 낮은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교육․의료․사회서비스 등 핵심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공공부문 비중이 매우 낮고, 운수․에너지․정보통신․금융 등에서 민영화가 광범위하게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공공서비스 부문인 철도․발전․가스․도시철도․공항 등에서도 경쟁체제․경영효율화 중심의 운영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공성 확대를 위한 정책(통합․기능확대․인력확충)은 철저히 억제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공공부문 고용에서 매우 취약한 것은 공공의료 영역을 손꼽을 수 있다.

2)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 기반이 취약한 공공의료 부문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핵심적인 공공서비스 부문인 의료는 OECD 가입 선진 국가들이 가장 중시하는 공공 영역으로서, 1980년대 이후 민영화 확산 속에 민영화 선도 국가(특히, 영국)에서조차 의료에 대해서는 공공 영역으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병원 비율은 매우 낮다. [표15]에서와 같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병원 3,920개 중 공공병원은 210개로서 5.4%에 불과하다. 종합병원(15.6%) 및 상급종합병원(28.6%)의 공공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체적으로는 공공병원 비율이 매우 낮다(보건복지부, 2020, 국립중앙의료원, 2019).

국제적으로 비교할 경우, 2016년의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5.5%로서 OECD 국가 평균 65.5%의 1/10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2010년과 2016년을 비교할 경우, OECD 국가 평균이 53.5%에서 65.5%로 증가한 데 반해, 우리의 경우 6.7%에서 5.5%로 더 낮아졌다는 점이다(건강보험연구원, 2020). 공공의료기관 병상수 역시 2016년 9.6%(2010년 13.0%에서 축소)로서 OECD 평균(89.7%)의 1/10에 불과(OECD는 동기간 15.1%p 증가)하다.

정부(보건복지부) 자료(2019년 국장감사)에서도, 영국을 100으로 할 경우 공공의료 병상 비율은 프랑스 62.5%, 독일 40.6%, 일본 26.4%, 미국 24.9%, 한국 10.0%로 각각 나타나고 있다. 최근(2018년도) 사회보험 재원 적용 방식을 고려하더라도, 주요 국가들에 비해 우리의 공공병원 비율(5.3%)은 미국(23.0%)․일본(18.3%)․독일(25.5%)․프랑스(44.7%)에 비해 현저히 미달하고 있다. 의료 민영화 및 규제 완화가 가장 확산된 미국에 비해서도 우리의 공공병원 비율 및 공공병상 비율은 매우 취약한 편임을 알 수 있다.

한편, 2020년 이후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은 코로나 환자의 80%를 담당하는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 위기로 공공의료 체제의 재구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추가 확충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지 못함으로써, 문재인정부 또한 기존 시장화 정책의 전환 계획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1)

이는 이명박․박근혜정부 기간 동안 일관되게 추진되어온 의료시장화 정책의 단면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으나, 문재인정부 또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적어도 2020년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노사정 합의를 추진했고, 2021년 보건의료노조와의 노정간 합의를 체결한 문재인정부라면 임기 전에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시급히 제출할 필요가 있다.

[본문 주석]
1) 2020년 코로나 위기 극복 노사정 합의(2020.7) 내용에 공공의료 확충이 포함되어 있으나 2021년 예산에 관련 내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고, 최근(8.31) 발표한 정부의 2022년도 예산(안)에도 이 내용이 거의 없음(대전의료원 설립 설계비만 반영). 최근 정부와 보건의료노조간 합의(9.1)에서 70개 권역에서 공공병원을 확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후 2022년 추경 예산 편성으로 가능할지 지켜봐야 하나, 시기상 이는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 높음.

[참고문헌]
건강보험연구원(2020),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과 전략」
국립중앙의료원(2019), 「2019 공공보건의료 통계집」
국회 예산정책처(2021), 「2021 경제․재정 수첩」
보건복지부(2020), 「2019 보건복지통계연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2017), 「OECD 국가와 비교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방안」
OECD(2019), 「2019 Government at a G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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