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위원들 10년째 동결 주장… 최임위 결론 못내 한주 연장

▲ 법정기일 마지막 날인 28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선 최저임금 1만원 문화제가 열렸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가 법정시한을 한 시간 넘겨 29일 새벽 1시에 끝났다. 10시간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달 4일 3시에 다시 회의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내년도 최저임금안 확정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시급으로 표기할 것인가, 월급으로 표기할 것인가. 둘째, 전 업종에 적용할 것인가, 예외업종을 둘 것인가. 셋째, 최저임금을 과연 얼마로 정할 것인가이다.

노측 “월급 표기” vs 사측 “시급 표기”

표기방식이 쟁점이 된 이유는 주휴수당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55조는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하루치의 임금, 즉 주휴수당을 지급하게 돼있다. 하루 8시간씩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5일 40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는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8시간을 더 근무한 것으로 임금을 계산하는 것이다. 문제는 시급만으로 최저임금을 표시할 경우 주휴수당을 계산에서 빼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 고용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44%, 사용자의 60%가 주휴수당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노동자위원들은 시급으로 표기하지 말고,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환산액으로 표기하자고 주장했다. 그러자 사용자측은 월급으로 표기할 경우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업장이 늘어난다며 반대했다. 결국 표결을 통해 시급으로 하되 월환산액을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노측 “모든 업종” vs 사측 “6개 업종 예외”

사용자측은 PC방, 편의점, 주유소, 경비원, 이·미용업소 등 6개 업종은 최저임금 미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업종을 두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측은 한번 차등 적용되면 이 업종들은 저임금이 고착된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사측이 제시한 6개 업종은 여성노동자가 많은 업종으로, 여성차별 문제로까지 제기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측의 공익위원도 객관적 통계나 기준 없이 차등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안건 또한 표결에 붙여져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노측 “1만원, 209만원” vs 사측 “10년째 동결”

노측은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주40시간, 소정노동 209시간, 주휴수당 포함)’을, 사측은 ‘시급 6030원(전년 대비 동결)’을 제시했다. 사측의 동결안에 대해 정부측 공익위원마저 “물가 인상률조차 반영하지 않은 삭감안”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정안 제출을 요구했다. 결국 사측이 인상안을 마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법정시안을 넘겨버린 시점에서 얼마로 결정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자·사용자·정부위원이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는 지난 4월6일 활동을 시작해 28일까지 7차에 걸친 전원회의와 현장 방문, 생계비전문회의, 임금수준전문회의를 거쳤다. 임금안이 합의되면 8월5일 공포해 2017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다.

27명의 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실제 급여로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안현정 홈플러스노조 부산본부장을 인터뷰했다.

▲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으로 활동한 안현정 홈플러스 부산본부장이 1만원 피켓을 들고 있다.

-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해주세요.

“내 월급을 지금까지 이렇게 결정했구나…. 막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자리에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저 말곤 아무도 없어요. 그래놓곤 너무 무책임하게 함부로 말하는 거예요. 특히 사용자위원들이요. 물가는 올랐는데 동결하제요. 제가 기가차서….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당신들 시급 한번 까봐라. 얼만지. (시급)6030원, 한 달에 126만원으로 한번 살아봐라.’ 저에겐 500만 명의 임금을 결정하는 절박한 교섭인데, 그들은 그냥 임금 동결안에 손들기 위해 나온 거수긴 거예요. 정부측 공익위원들도 대학 교수님들이던데 복잡하고 어려운 자료 들고 와서 뭐라 뭐라 하시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도 없고…. 남의 교섭 자리에 와서 관련도 없는 엉뚱한 논문 발표하고 있잖아요. 열 받게. 그러니 새벽 5시까지 16시간 회의했는데 다음날 신문에 ‘아무것도 논의 못해. 사라진 16시간’ 이렇게 나오는 거죠.”

- 최저임금이 왜 1만원이어야 하나요?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하면 얼마쯤 받아야할까요? 최소한 200은 받아야 되잖아요. 안 그래요? 200만원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1만원이에요.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제가 물어본 적이 있어요. ‘손님, (마트에서 일하는)저희들 한 달에 얼마쯤 받을 거 같아요?’ 하면, 보통 ‘180? 200?’ 이렇게 대답해요. 이 정도 노동하면 그 정도 받아야 한다는 거죠. 복잡할 게 없어요. 노동부에서도 한사람이 먹고사는 최저생계비가 156만원이라고 했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두 명이면 200만원 넘어요. 최·저·생·계·비·만요.”

- 위원회 논의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 전망하세요?

“지난 총선 때 정당들마다 1만원 약속했잖아요. 정의당은 2019년까지,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2020년까지. 하물며 새누리당까지 9000원 공약했어요. 그런데 사용자들만 동결하자는 거예요. 10년째 일관되게…. 10년이면 강산은 변해도 사용자는 안 변하나 봐요. 전망은 모르겠어요. 싸워야죠. 될 때까지.”

- 위원회 활동이 처음이라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요.

“최저임금위가 있는지 저도 작년에 알았어요. 14년째 최저임금 받고 살면서 이걸 몰랐던 거죠. 알고 보니 이게 1988년부터 있었다하네요. 사실 최저임금에 따라 자기 월급이 결정되는 노동자가 500만 명이 넘는데, 이런 위원회가 있다는 것도 잘 몰랐던 거잖아요. 알기만 하면 다 들고 일어날 텐데(웃음). 암튼 어깨가 무거웠어요. 위원회에서 현장방문을 갔는데 상담하러 나온 노동자들이 졸여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나도 마트노동자다. 최저임금 받는다. 편하게 이야기하자.’ 그랬더니 그제서야 얘기하는 거예요. 하나같이 이런 위원회가 있는지도 몰라요. 암튼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안현정 노동자위원이 위촉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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