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최저임금 당사자 간담회’ 참가 비정규노동자들 고충 토로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협상 시기가 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법정시한으로 이달 29일까지 의결을 마치고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안을 제출해야 한다.

올해도 사용자위원들은 미혼 단신노동자들의 실태생계비가 103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시간당 6030원으로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현행 최저임금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까? 민주노총이 실제 최저임금으로 살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인간관계 끊길 지경, 정말 ‘밥만 먹고’ 살아”

간담회 참가자들은 마트 노동자, 시간제 보습학원강사, 학교 야간당직자 등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의 처지는 각자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은 “인간관계 유지가 힘들고 문화생활도 거의 누릴 수 없다”는 것. 말 그대로 밥 먹는 것 말고는 쓸 돈이 없다는 얘기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일하는 이중원씨는 “경조사비도 아까워서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참석을 안 하게 되고, 모임도 회비가 없는 곳만 확인해서 가게 된다. 가족끼리 외식이나 영화 관람은 몇 달에 한 번 정도 하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학교당직기사인 오한성씨는 “정년퇴직하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이 일을 하게 됐는데 소득이 줄어드니 술과 담배 모두 끊었고, 책 한 권 사서 보기도 어렵다. 죽지 못해 사는데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빚 안 지고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 더구나 자녀가 있으면 교육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이런 비용은 빚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빚이 얼마나 될까?

시간제 학원강사인 조은별씨는 “집안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한 학기에 3~400만 원씩 학자금대출을 받으니 벌써 빚이 1천만 원에 가까워졌다. 결국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소노동자인 엄동호씨는 “저는 다행히 빚이 없는데 같은 일을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3분의 2 이상이 1천만 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용자위원들, 최저임금으로 한 번 살아보라”

마트노동자인 권혜선씨는 “최저임금 같은 것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남편과 사별하고 내가 가장이 되면서 뼈저린 문제로 다가왔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으로 한 번 살아보고 지금과 같은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간담회의 진행을 맡은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실장은 “지난 1988년부터 최저임금은 비혼단신생계비를 기준으로 책정돼 왔다. 그러나 그 동안 사회구조가 많이 변했으므로 기준이 바뀔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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