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을 신설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전문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함입니다.
많은 기고를 기대합니다.
한국에서도 올해 1월 20일 첫 확진자를 시작으로 악성 바이러스인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브리핑과 뉴스는 매일 방송과 지면을 장식한다.

10월 15일 현재 코로나19 사망자는 439명으로 하루 평균 사망자는 대략 1.6명이다. 방역 당국의 노력과 전 국민적 협조로 다른 나라에서 방역체계가 무너져 다수 사망자가 나온 것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사망하신 분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며 그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는 국가적 재앙이다. 하루빨리 악성 바이러스의 확산을 종식해 더는 코로나19로 희생되는 분들이 없어야 하겠다.

한편, 한국에서 하루 평균 7명의 사망자를 내는 무서운 재앙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산업재해다. 2001년~2018년 사이에 42,632명, 매년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 하루 평균 7명이다. 이 숫자도 특수고용노동자, 공무원, 사학연금 대상 노동자는 통계에서 제외된다. (※ 참고 : 민주노총 자료)

산업재해로 인해 오늘도 7명의 노동자가 출근 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코로나19와 대비조차 할 수 없는 사망자를 내고 있는데 언론은 조용하기만 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는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 고(故) 김용균노동자 1주기 추모대회가 열린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고(故) 김용균노동자 1주기 추모대회가 열린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018년 12월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김용균(24세) 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국민의 삶을 밝히는 전기를 만들면서도 정작 김용균 씨는 일터에서 발밑을 밝힐 최소한의 전기도 그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어두운 곳에서 홀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전 사회적인 추모 분위기가 일어났고 언론도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러나 구의역 김 군의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와 마찬가지로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곧 언론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2020년 8월 3일 검찰이 태안화력의 원하청 법인, 원하청 대표이사를 포함한 16명을 산업안전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했다. 사고 후 2년 가까이 지나서야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2020년 9월 10일 김용균 씨가 변을 당했던 태안화력에서 또 하청업체와 계약하고 일을 하던 특수고용 화물노동자가 2톤짜리 스크류에 깔려 사망했다. 

표1. [코로나19와 산업재해 비교]

위 표는 코로나19와 산업재해의 양상과 관심도를 비교해보기 위해 필자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다.

코로나19와 산업재해가 일상적으로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산업재해가 일하는 사람들 즉 노동자에 국한되는 사안이며 처벌 수위나 관심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코로나19는 전 국민적인 위협으로 관심도가 높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산업재해가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 수위나 관심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 사회는 노동에 대한 홀시, 노동문제에 대한 무관심, 노동자의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가 만연하다. 산업재해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그 어떤 이해관계에도 흔들릴 수 없는 가장 존중해야 할 가치다. 그런데도 노동 존중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제대로 된 산업재해 대책을 내오지 않고, 정치인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놓고 서로 이해관계를 따지며 옥신각신하고 있다. 사회의 아픈 곳을 드러내고 치유하며 정론을 펼쳐야 하는 언론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산업재해 해결을 정부와 정치인, 언론의 역할에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으로 보인다. 노동자의 문제는 당사자인 노동자의 힘으로 해결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과 진보 진영이 주도한 국민동의 청원으로 전태일 3법 중 하나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상임위에 회부됐다. 30일간이라는 제한이 있고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야 청원이 가능한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민동의 청원 달성의 의미는 민주노총과 진보 진영의 조직력이 살아있고 지도부의 호소에 따라 언제든지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스스로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국회에 상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가능하게 하도록 진보민중진영과 함께 대중적인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더는 조용한 재앙이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과 진보민중진영의 대중적 투쟁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 통과를 넘어 참다운 노동 중심, 노동 존중의 사회로 나아가는 사회적 의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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