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2)

한국경제에 다양한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간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노동과 진보진영에서는 정부가 친기업으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단기 현안도 중요하지만 근본에는 경제패러다임 문제가 깔려있다.

그래서 다양한 진보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앞으로 소개하는 글들이 현장언론 민플러스의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벌개혁을 포함한 한국경제 패러다임 형성과 관련하여 진보 내부의 시야와 안목을 넓히는데 기여하길 바란다.

먼저 페이스북에서 제조업 부흥‧진흥 전략을 강조해 온 정승일 박사의 해당 글들을 필자의 허락을 얻어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

1.제조업을 부흥시켜야 경제가 산다
2.중국제조업전략, 남북경제협력과 제조업
3.무엇이 착한 기업인가? ‘흑묘 백묘' 정신
4.제조업 성장의 정체와 서비스 성장의 이면
5.주주자본주의 확산과 3세 경영의 함수관계
6.제조업에서 독일‧미국과 영국의 차이

<필자 정승일>

-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이사
- 저서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

 

 중국의 야심찬 제조업 진흥에 대한 적극적 대비 필요
• 우리도 적극적인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
• 미국, 유럽에서 ‘산업정책’, ‘제조업 르네상스’는 새 시대 담론
• 남북 평화경제와 공동번영 준비를 위해 적극적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필요

중국의 야심찬 제조업 진흥에 대한 적극적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집중지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벨트와 구미‧대구‧경주 벨트, 남해안 벨 트(광양-순천-목포 등) 그리고 인천-경기서부 벨트와 충남-군산 서해안 벨트의 지역 경제가 쇠퇴하고 일자리가 줄어들며 그 지역 서비스업(자영업 포함) 일자리도 동반 쇠퇴하는 가장 큰 이유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국 제조업 육성 전략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스스로 기술력과 제조 공정을 갖춘 전자-IT산업과 항공우주산업, 건설업, 기계산업, 철강산업과 화학산업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과 인터넷, 전기차와 고속철, 통신장비, 비행기와 로켓 관련 산업과 기술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반도체와 핸드폰, 배터리 기술 및 산업에서도 우리 기업 들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이렇듯 제조업 전 분야에서 중국의 제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을 바짝 뒤쫓아 오거나 이미 우 리를 앞질러 가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

2015년에 발표된 중국 정부의 <중국 제조 2025> 계획이 그 목표 달성에 성공할 경우 중국의 제조업은 기계와 자동차, 전자,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 제약과 바이오 등 대부분의 핵심 전략 분야에서 한국의 제조업을 앞질러 갈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7년 뒤인 2025년까지 일어날 대사건이다.

더구나 2017년 가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명확하게 정식화한 ‘중국몽(中國夢)’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30년 뒤인 정부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자기 나라의 산업과 기술, 과학과 문화, 경제와 문명의 수준을 세계 1위로 높이고자 한다. 만약 그 목표가 달성될 경우, 그리고 우리나라가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제조업은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몰락하게 될 것이다.

▲ 2016년 12월 1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의 중국중형기차그룹 공장에서 조립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사진 : 뉴시스]

우리도 적극적인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의 제조업 부상과 이를 위한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미래기술-미래산업 투자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시장 원리에 맡기자’로 국한된다면 한국경제는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조업 부흥을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 산업정책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나서지 못한다면, 지방 정부라도 열심히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제조업 밀집 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이 아니라 주로 비수도권에 소재하며, 따라서 제조업의 쇠락과 몰락은 서울 등 수도권이 아니라 비수도권 경제와 그 일자리에 가장 큰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산업정책’과 ‘제조업 르네상스’는 새 시대의 담론이다.

미국은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 담론에 가장 회의적이고 비판적이었던 나라이다. 자국의 제조업 쇠퇴에 대해서도 ‘별 걱정할 것 없다’는 태도가 대다수 경제학자와 경제정책결정자의 생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조업 육성론은 박정희식 중상주의", "제조업 육성 등 산업정책은 관치경제 또는 관치금융+재벌경제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는 비판론과 회의론이 지난 20년간 지배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그리고 중국의 제조업 부상은 이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았다. 미국의 오바마 연방정부는 2012년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명칭으로 미국 현대사상 처음으로 미국판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을 기획했다. 그리고 2016년의 임기 말까지 그것을 잘 준비하고 집행했다.

그렇지만 너무 늦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의 제조업 쇠퇴 지역인 러스트 벨트 (Rust Belt)에서 일어난 거대한 역풍의 바람을 획득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다.

한국판 러스트 벨트가 부산-울산-경남과 군산, 인천-경기서부 등의 제조업 밀집 지대이다. 만약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너무 늦게 제조업 르네상스 계획을 수립하여 이들 제조업 밀집 지역과 산업공단들이 한국판 ‘러스트 벨트’로 쇠락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4년 후 대통령 선거에서 커다란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오바마‧힐러리 민주당의 전철을 반복할 우려가 크다.

남북한 평화경제와 공동번영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조선) 역시 현대적 기술과 설비를 갖춘 가진 제조업(공업)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따라서 북측 당국이 남측당국에 가장 기대하는 경제협력 역시, 초기에는 철도-도로-발전-통신 등 인프라의 구축에 대한 지원과 협력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쪽에서 발전한 제조업이 북측 제조업과 다양한 상호 합작 또는 상호 협력을 통해 현대화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남측의 제조업이 나날이 쇠퇴한다면, 그리하여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바빠서 북측 제조업에 대한 장기‧초장기적 관점의 협력과 합작에 나설 여력이 부족하다면, 남측으로서는 그처럼 당혹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 경우 북으로서는 남이 아니라 중국의 제조업과 협력하고 합작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다. <중국 제조 2025>와 <2049년까지 중국몽 실현> 전략에 내재된 중국의 제조 업 수준 급상승 가능성을 고려할 때, 북측 당국으로서는 그러한 선택이 보다 나은 북측 제조업 현대화 전략일 것이다.

제조업이 발전하면 기술과 과학, 문화와 문명의 수준이 동반해서 높아진다. 이에 반해 서비스업 등 여타 산업은 이러한 동반성장 효과가 훨씬 약하다.

그러므로 제조업(공업)은 한 나라 국민경제의 심장이다. 따라서 북의 제조업이 남의 제조업이 아니라 중국의 제조업과 더욱 긴밀하게 결합될 경우, 북측 경제의 심장이 남측이 아니라 중국 과 결합되는 셈이다. 이것은 남북 경제적 교류와 장기적인 경제 공동체 구축에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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