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1)

한국경제에 다양한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간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노동과 진보진영에서는 정부가 친기업으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단기 현안도 중요하지만 근본에는 경제패러다임 문제가 깔려있다.

그래서 다양한 진보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앞으로 소개하는 글들이 현장언론 민플러스의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벌개혁을 포함한 한국경제 패러다임 형성과 관련하여 진보 내부의 시야와 안목을 넓히는데 기여하길 바란다.

먼저 페이스북에서 제조업 부흥‧진흥 전략을 강조해 온 정승일 박사의 해당 글들을 필자의 허락을 얻어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

1.제조업을 부흥시켜야 경제가 산다
2.중국제조업전략, 남북경제협력과 제조업
3.무엇이 착한 기업인가? ‘흑묘 백묘' 정신
4.제조업 성장의 정체와 서비스 성장의 이면
5.주주자본주의 확산과 3세 경영의 함수관계
6.제조업에서 독일‧미국과 영국의 차이

<필자 정승일>

-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이사
- 저서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

 

  • 소득주도성장론의 취약 지점을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으로 보완해야 
  • 제조업 쇠퇴를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한국 경제 치명타 
  •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지방 경제도 쇠퇴 
  • 혁신성장 프레임만으로는 부족 

■ 소득주도성장론의 취약 지점을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으로 보완해야  

저소득층의 낮은 소득(노동소득과 사회이전소득)을 높이기 위하여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노동권-노동조합권을 강화하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최하위 소득계층(빈곤 노인 등)의 생계를 도울 수 없기에 반드시 노인복지, 아동복지 등 사회복지와 그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또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점진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를 계속 늘려야 하고, 이에 필요한 공공일자리를 OECD 수준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이 모든 전략의 구현에 필요하다면 부자증세‧대기업 증세와 더불어 보편증세(중산층 증세)도 전략적으로 구상해야 하고,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전략을 기획해야 한다. 

그러나 소득분배 및 소득재분배 정책만으로는 왕성한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는다.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만으로도 크게 부족하다. 민간기업 부문에서 왕성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시간 단축 등의 정책 시행으로 퇴출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래야만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정치경제적으로 별 논란 없이 안착된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져야, 그 일자리에서 세금(소득세, 법인세 등)과 사회보험료(4대 사회보험)등 복지국가의 발전에 필요한 세원이 늘어난다. 

대량의 왕성한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벤처 창업 및 벤처 투자확대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대중소 기업간 상생정책만으로도 부족하다. 그 정책들만으로는 조선과 기계, 자동차, 철강, 화학 등 기존의 주력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 충격을 보완할 수 없다. 제조업 일자리 1개가 사라지면 비제조업(서비스업 포함) 일자리 2~4개가 동반해서 사라진다고 한다. 거꾸로 제조업 일자리가 1개 새로 증가하면, 비제조업(서비스업 포함) 일자리가 2~4개 새로 생겨난다. 하지만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 파급 효과로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진 않는다. 

따라서 기존 제조업을 고도화-고품질화하는 제조업 진흥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으로 보완되어야 하고, 제조업 일자리를 보존하고 또한 더욱 늘리는 전략이 함께 준비되어야만, 현재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더욱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 제조업 쇠퇴를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한국 경제 치명타 

다수의 저임금 일자리와 소수의 고임금 일자리로 양극화되게 마련인 서비스업과 달리 제조업은 다수의 중•고 임금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제조업 일자리가 점차 사라질 경우 중산층의 근로소득이 줄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다. 또한 기술혁신의 80% 이상이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현실에서 제조업이 퇴조할 경우 ‘혁신성장’ 정책의 실질적 구현 역시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수출 제조업의 쇠퇴는 무역흑자 폭을 줄일 것이며 그것은 가뜩이나 위태로운 한국경제의 거시경제적 취약성을 급격히 악화시켜 1997년 환란과 같은 경제위기 발발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지방 경제도 쇠퇴 

최근 수년간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축인 제조업이 쇠퇴하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해운업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부산-울산-경남과 군산, 인천 등지에서 좋은 일자리감소와 소득감소, 인근 자영업자들의 몰락 등을 초래하고 있다. 대구와 구미‧경북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제조업의 쇠퇴가 일부 업종,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데 있다. 이미 많은 조사와 연구들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반적 쇠퇴를 경고하고 있다. 1970~80년대에 그 기초가 만들어진 자동차와 철강, 화학, 전기, 기계, 전자 및 IT 등 거의 모든 수출 제조업에서 한국의 국제경쟁력이 2009년경부터 쇠퇴하고 있다. 

아직 쇠퇴 조짐이 보이지 않는 거의 유일한 업종은 반도체 및 반도체 연관산업이지만 중국의 야심찬 정부 주도 반도체산업 육성을 고려할 때 그것마저 5년 뒤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 혁신정책 또는 혁신성장 프레임만으로는 부족 

OECD와 KDI 등이 지난 20년간 설파해온 기존의 혁신주도성장(Innovation-driven growth), 혁신정책(Innovation policy) 담론은 첨단기술 및 첨단기술 산업의 육성에 집중한다. R&D 집약도를 매우 중시한다. 

물론 그런 정책, 그런 담론도 여전히 필요하다. 과학기술 집약도가 매우 높은 반도체‧전자와IT(인공지능 등 소위 4차산업혁명 기술 포함)와 BT(바이오‧제약), NT(로봇, 정밀기계, 정밀소재) 등의 기술과 산업을 키우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R&D 집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들, 대표적으로 조선업과 기계공업, 자동차‧전기 및 그 부품산업, 화학산업, 철강산업 등의 기존 수출제조업은 이와 같은 혁신성장, 혁신정책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이와 함께 기존의 제조업 밀집 지역들 역시 정부(지방정부 포함) 정책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다. 지난 20년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혁신성장 또는 혁신정책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지역경제 및 한국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제조업, 즉 굴뚝산업의 쇠퇴와 그 일자리 감소에 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혁신성장‧혁신정책 프레임이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를 적극적인 산업정책으로, 적극적인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으로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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