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4)

한국경제에 다양한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간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노동과 진보진영에서는 정부가 친기업으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단기 현안도 중요하지만 근본에는 경제패러다임 문제가 깔려있다.

그래서 다양한 진보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앞으로 소개하는 글들이 현장언론 민플러스의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벌개혁을 포함한 한국경제 패러다임 형성과 관련하여 진보 내부의 시야와 안목을 넓히는데 기여하길 바란다.

먼저 페이스북에서 제조업 부흥‧진흥 전략을 강조해 온 정승일 박사의 해당 글들을 필자의 허락을 얻어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

1.제조업을 부흥시켜야 경제가 산다
2.중국제조업전략, 남북경제협력과 제조업
3.무엇이 착한 기업인가? ‘흑묘 백묘' 정신
4.제조업 성장의 정체와 서비스 성장의 이면
5.주주자본주의 확산과 3세 경영의 함수관계
6.제조업에서 독일‧미국과 영국의 차이

<필자 정승일>

-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이사
- 저서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

<편집자 주> 이 글은 4대 재벌이 원하청 관계에서 착취가 심하고, 부동산, 캐피탈 등 비생산적 요소에도 많은 개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중심으로 봐 주었으면 한다.

• 2000년대에 들어 하위 재벌그룹 계열사들, 기술혁신에 기반한 기업성장 한계에 직면
• 심각한 사회경제적 갈등이 일어나는 분야가 내수업종, 특히 내수 서비스 업종
• 규제 완화, 독과점, 정경유착, 민영화 등의 정부정책으로 쉽게 수익을 창출하는 지대추구

▲ 진에어 직원들이 만든 '진에어 갑질 불법비리 제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사진 : 뉴시스. 진에어 오픈채팅방 캡쳐]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등 4대 재벌그룹의 전체 매출 및 수익에서 수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더구나 4대 재벌그룹의 수출 제조업체들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익과 그에 기반한 풍부한 내부유보금 그리고 그 내부유보금을 재원으로 하는 설비투자 및 R&D 투자는 이들이 한국 경제를 리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4대 재벌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재벌그룹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이들의 매출액 대비 기술혁신 투자 비율이 20년째 거의 정체상태이다. 비재벌 대기업들(소위 '중견기업') 역시 비 슷하다.

1998년 이후부터 5~30위급의 재벌그룹들에서 매출액 대비 R&D 투자의 비중은 1% 내외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는 2000년대에 들어 이들 하위 재벌그룹 계열사들에서 기술혁신에 기반한 기업성장이 일정한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내수 서비스업 및 내수 제조업에 주력해온 것이 5대 이하 재벌그룹 계열사들이다. 이들은 신 자유주의적 규제완화와 민영화 등의 정부 정책 변화(구조개혁)의 결과로서 손쉽게 돈을 버는 길을 택했으며, 굳이 힘들게 글로벌 수준의 R&D 등 기술혁신이 중요한 수출 제조업 분야로 새로이 뛰어들기를 겁내고 있다.

특히 이들 재벌그룹의 2세, 3세 후계자들은 규제완화와 민영화, 그것을 위한 정경유착(부정부 패)으로 용이하게 지대추구에 나설 수 있는 이런 업종에서 손쉽게 실적을 내고자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경제적 갈등이 일어나는 분야가 내수업종, 특히 내수 서비스 업종이다. 금융서비스업(보험, 신용카드, 리스 등), 소매업(백화점 및 대형 할인점), 운 송업(육로 운송 및 물류), 방송업, 교육업 및 의료 서비스업 등의 서비스업은 주로 국내시장에 매출이 발생하는데, 이들이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자영업자(동네 빵집 등)와 충돌하고, 국민(교육‧의료, 방송 등의 경우)을 위한 공익성과 충돌한다.

이들 업종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엄격한 규제를 받았다. 왜냐하면 이들 내수 서비스 업종은
국민들의 일상적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으로, 이들 내수 서비스 업종에서는 수출 제조업에서와는 달리 규제 완화(탈규제)와 독과점, 정경유착, 민영화와 자유시장화 등의 정부 정책 변화로 쉽게 수익을 창출하는 지대추 구(rent-seeking)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생태보호를 위한 규제를 폐기하거나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한 규제를 폐기할 경우 부동산업자 및 금융투자업자들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 부동산 관련 규제의 폐기 및 사유 화 역시 건설 및 여타 부동산 분야에서 쉽게 큰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 교육 관련 규제 역시 비슷하다.

한국 경제에서 가장 자주 그리고 대규모로 부정부패 스캔들과 독과점(담합) 사건이 발생하는 분야 역시 (수출제조업이 아니라) 금융, 건설‧부동산 서비스업과 그리고 식음료(설탕)와 석유화 학(휘발유) 등이었다. 내수업종, 특히 내수 서비스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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