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3)

한국경제에 다양한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간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노동과 진보진영에서는 정부가 친기업으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단기 현안도 중요하지만 근본에는 경제패러다임 문제가 깔려있다.

그래서 다양한 진보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앞으로 소개하는 글들이 현장언론 민플러스의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벌개혁을 포함한 한국경제 패러다임 형성과 관련하여 진보 내부의 시야와 안목을 넓히는데 기여하길 바란다.

먼저 페이스북에서 제조업 부흥‧진흥 전략을 강조해 온 정승일 박사의 해당 글들을 필자의 허락을 얻어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필요하다>

1.제조업을 부흥시켜야 경제가 산다
2.중국제조업전략, 남북경제협력과 제조업
3.무엇이 착한 기업인가? ‘흑묘 백묘' 정신
4.제조업 성장의 정체와 서비스 성장의 이면
5.주주자본주의 확산과 3세 경영의 함수관계
6.제조업에서 독일‧미국과 영국의 차이

<필자 정승일>

-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이사
- 저서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

• 대기업은 '못됐고', 중소벤처기업은 '착하다'고?
• 중소벤처기업이 착하다고?
• 중소벤처기업을 도와주고 키우는 궁극적 이유‧목적은...

쇠퇴해가는 제조업을 부흥‧진흥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면, '맞아, 그런데 이번에는 (못된)대기업이 아니라 (착한)중소벤처기업 위주로 제조업을 재편해야 돼'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진보진영 내에서. 그런데 반드시 그런가? 대기업이건 중소벤처기업이건,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이 칭찬받아야 하지 않을까?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4월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청 무역협회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1) 대기업은 '못됐고', 중소벤처기업은 '착하다'고?

말은 정확하게 하자. 대기업이 못된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오너' 패밀리가 못된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오너‧패밀리를 견제하는 경제민주주의를 하면 된다. 

더구나 경제민주화의 경우에도 오너‧패밀리 견제를 명분으로 엉뚱하게 대기업의 실물투자 확대(그래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데)를 중장기적으로 방해하는 '주주민주주의'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그러나 지금까지는 주주민주주의가 대세), 직장민주주의‧산업민주주의 방향의 경제민주화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4대 재벌, 10대 재벌그룹에서 노동이사제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는 '모든 민간 대기업(종업원 300명 이상)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하는 대통령을 당선시켜야 한다. 

지난 5월27일 경향포럼에서 스티글리츠, 하르츠가 말했듯이 대기업 이사회에 '노동이사'가 진출할 경우 회사 노동자들은 '자기 일자리 보존과 확대'에 가장 큰 이해관계자이므로 (주식투자자‧펀드와는 달리) 우리나라 대기업‧재벌그룹 계열사들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실물투자‧미래투자=일자리 창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부분 사내유보금(현금성 유보금)이 쌓이는데도 적극적인 미래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주식투자자‧펀드들의 '주주가치 극대화'(Maximization of shareholders values) 요구 앞에서 혹시나 ('쥐꼬리 만한 지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재벌 3세, 4세 후계자들이 편법으로 차지한)경영권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오너‧후계자들은 적극적인 미래투자를 하다가 실패해 욕먹고 경영권 상실하느니 안전하게 주식투자자‧펀드들의 요구와 타협한다. 그게 현실이다. 

(2) 중소벤처기업이 착하다고? 

먼저, 중소벤처기업의 대부분은 노동권‧인권의 사각지대이다. 근로기준법 위반만 아니라 성희롱 사건의 대부분이 중소벤처기업과 자영업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대기업과 달리 중소벤처‧자영업은 '사회적 감시'('사회적 통제 social control'의 일종)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녀도 쉽지 않다. 그리고 회사 규모가 작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으니 노동조합(산별‧지역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중소벤처 '기업주'들이 착하다고? 글쎄... 필자가 아는 (물론 성공적인)중소벤처기업 기업주‧경영자의 다수가 서울 강남 등에 부동산을 보유하고(따라서 이들은 종부세 인상 등 부동산 시장 규제에 격렬하게 반대), 자식들은 미국 등에 유학시키고 있으며(따라서 이들은 '사교육 억제', '공교육 강화'에 반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한마디로 말해서 '정치경제적'으로 자유한국당 또는 (많이 왼쪽으로 나아가 봐야)바른미래당 성향이다. 

물론 의식‧양심 있는, 이야기가 통하는 소수의 중소벤처 기업주들(과거 386)은 그렇지 않은데, 그런 이들은 별로 많지 않다. 

우리가, 즉 민주공화국이 중소벤처기업을 도와주고 키우는 궁극적 이유‧목적은 결코 중소벤처 '기업주', 그리고 중소벤처기업이 예쁘고 '착해서'가 아니다. 중소벤처 '기업'과 그 '기업주'가 착하고 선량해서가 아니라 그 기업들이 '미래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민주공화국이 미래의 산업+일자리를 키우려면 지금부터 신성장 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신성장 산업‧업종의 경우 대규모 장치‧설비(=대자본=대기업)가 아니라 작은 '규모'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아직 '기술적 불확실성+시장의 불확실성‘이 해당 산업‧업종에서 심각하기 때문에 섣불리 자본‧설비‧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우리에게도 '흑묘 백묘' 정신이 필요하다. 대기업이건 중소벤처기업이건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이 '착한 기업'이다. 

그리고 여기서 '좋은 일자리'란, 월급 많이 주고 주5일+하루 8시간 근무 원칙을 칼 같이 지키며, 성희롱‧인권침해‧노동권 침해 없고, 그러면서도 품질‧기술력‧생산성이 높아서 회사‧일자리의 안정성이 10년, 20년 잘 지켜질 것 같은 그런 일자리를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요즘 20-30대 청년들이 한결같이 원하는 일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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