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경제미디어 비평/4.17~21] 보수언론들은 “FTA에 당당히 임하라” 말할 자격 있나?

▲ 사진제공: 뉴시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한미FTA 개정 추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도 해석과 의견이 분분한데요, 보수언론들은 이것이 마치 한미FTA가 매우 성공적인 협상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 오더라도 할 말은 하면서 당당하게 임하면 된다는 논조를 보였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19일 사설에서 “5년 전 한미FTA 체결이 한국경제를 거덜 낼 것처럼 반대투쟁을 선동하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나. 한미FTA는 한국 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개방해서 망한 분야는 하나도 없다”라며 “한미FTA 개선이던 재협상이던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다는 당당한 원칙으로 임하자”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은 19일 사설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미FTA에 대해 ‘미국 수출업체들에 새로운 시장 접근의 기회를 창출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역시 주형환 산업부 장관에게 '한미FTA는 양국의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무역과 투자, 일자리에 기여해왔다‘고 말했다”라며 “한미FTA를 재협상 테이블에 올린다면 우리는 그 동안의 수치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일방적인 통상압력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당당하게 협상하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일본도 7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들고 미일방위조약 약속을 얻어냈다”라며 “정부는 더 이상 팔짱만 끼고 있지 말고 한미FTA가 한미 양국에 ‘윈윈’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문재인 대선후보는 2012년 대선 때 한미FTA가 한국에 불리한 독소조항이 많다며 재협상을 주장했다. 문 후보는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재검토를 요청한 지금은 어떤 입장인지 밝히기 바란다”고 지적했습니다.

먼저 한국경제신문은 반대 투쟁하던 사람들 다 어디 갔냐고 하는데 그 사람들 지금도 열심히 분석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FTA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미FTA의 효과에 대해서는 지난달 한미FTA 발효 5년을 맞아 진보진영도 많은 반론을 제기했습니다(관련기사 : http://www.minplu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09). 보수언론들은 진보진영의 지적들에 대해 마치 투명인간인양 논리적 반박은 내놓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면서, 자기들만의 통계로 일방적인 찬양만 하기 바쁩니다.

어쨌든 보수언론들의 주장은 FTA 재협상 요구가 들어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조건이 우리한테 훨씬 유리한데 왜 굳이 재협상을 하느냐는 말은 절대 하지 않네요. ‘당당하게’ 임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동아일보는 스스로 한미FTA를 안보문제와 연관시키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우리가 양보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그 말대로 FTA가 안보를 구걸하기 위한 선물 보따리라면 할 말은 하면서 당당하게 협상한다는 것이 과연 성립될까요? 이렇게 같은 사설 안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보여주고 있네요.

한미FTA가 정말 우리 경제에 유익한 협상이라면 재협상에 응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폐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도 기존 협정이 성공적이라서가 아니라 만만한 상대에게는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겠다는 심보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퍼주고도 미국이 퍼달라면 또 퍼줘야 하는 상황을 더이상 ‘윈윈’ 따위로 합리화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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