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경제미디어 비평/3.13~17] 한미 FTA 5년 맞아 ‘효과’ 띄우기에 올인

▲ 사진제공: 뉴시스

지난 14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이른바 조중동은 물론 경제신문들은 이날 일제히 한미 FTA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 윈윈 협상이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은 아예 한미 FTA 협상을 주도했던 김종훈 당시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회장의 공동기고까지 실으며 'FTA 어천가' 부르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최근 세계 교역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미 간 무역은 견실한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양국 중소기업을 포함한 제조업, 서비스, 농업의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양국 기업 간 결속도 강화됐고, 양국 간 투자도 커지고 있다.”

“또 양국의 경제 분야 협력은 주요 20개국(G20) 회의, 세계무역기구(WTO)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같은 국제 무대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전략적 의미도 크다. 양국은 안보 분야에서의 강한 동맹에 더해 경제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둥을 세운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협력에 굳건한 기초가 되고 있다.”(3월14일 김종훈-웬디 커틀러 매일경제신문 공동기고)

한국경제신문도 14일 <수입 폭증, 농업 황폐와, 맹장수술 100만 원? FTA 반론 모두 거잣>이라는 기사에서 한미 FTA 관련해 국내에서 나온 우려가 모두 괴담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기사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대미수출이 3.4% 증가하는 동안 수입은 오히려 3.0% 줄었고, 농수산물 수출도 되려 80% 늘어” 등등의 근거를 내놓았습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기사에서 “(한미 FTA 관련 괴담은)모두 과장과 허위, 무지에 기반을 둔 망상이었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 제품 미국 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주류 언론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인터넷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이 15일 방송분에서 조목조목 반박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불편한 진실’은 다양한 시각에서 아주 설득력 있는 분석을 했더군요.

1) 먼저 정부가 발표한 한미 FTA 발효 이후 수출이 급성장한 국내 주요 대미수출 10개 품목 중 5개는 한미 FTA 이전에 이미 관세가 폐지됐거나 협상대상 품목이 아니라고 합니다. 정부와 언론의 주장대로라면 이런 항목들의 수출이 정체되거나 줄어든 상황에서 FTA 협상으로 관세 혜택을 받은 품목만 수출이 늘어야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불편한 진실’ 진행자들은 대미수출 호조는 FTA 효과라기 보단 2012년 이후 미국 경기가 꾸준히 회복된 영향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럽게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같은 기간 미국의 다른 주요 교역 대상국들도 모두 우리와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대미 수출이 늘었다는 주장도 이전부터 제기된 바 있죠.

2) 우리나라는 비싸게 부품을 수입해 조립만 한 뒤 싼값에 완성품을 수출하는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품은 주로 일본에서 수입해 완성품은 주로 미국에 팔지요.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교역 흑자는 약 23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대일본 무역적자는 233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니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대미수출 규모가 아무리 커져도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거지요. 게다가 한국의 대미수출의 63%가 단순히 한국 모기업에서 미국 자회사로 수출되는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3) 대미 농축산품 수출 증가도 대부분 기업형 농·축산업으로 거둔 성과도 소규모 한우 축산 농가는 계속 줄어든다죠. 대미 농·축산물 수출 상황이 그렇게 좋다면 축산 농가가 줄어들 이유가 있을까요?

4) 한미 FTA 발효 이후 가장 폭발적으로 수출이 늘었다는 자동차도 사실 2012년이 아닌 2016년부터 예외적으로 관세가 철폐됐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관세가 철폐된 이후엔 오히려 수출이 줄었다고 하네요. 게다가 현대자동차의 매출이 1% 증가할 때 1차 협력사의 매출은 0.43%, 2차 협력사는 0.05% 매출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설사 한미 FTA의 성과가 있다 해도 현재의 구조에선 일부 재벌만 이익을 독점하게 되는 거지요.

5) 한미 FTA 이후 맹장수술비가 1천만 원까지 오른다는 것도 ‘괴담’이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적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사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영리병원을 기회만 있으면 도입하려고 하니 언젠가 현실화된다면 그때 가서 맹장수술비가 1천만 원이 되는지 따져봐야겠지요.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한미 FTA의 효과가 컸다고 칩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는 이 시점에 이렇게 요란하게 효과를 홍보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이런 요란한 보도들을 근거로 “봐라, 한미 FTA가 불공정 협상임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재협상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죠? 언론도 문제지만 여기에 동조하는 정부 관료들에 대해 ‘불편한 진실’ 진행자들은 이렇게 쏴붙였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관심병 종자’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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