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유족 앞에서 2차 가해성 발언
음모론으로 수사받은 조합원, 무혐의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라"
'검찰, CCTV 사진 유출 경로 수사 안 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출범 국가보훈위원회에 참석, 얼굴을 만지고 있다. ⓒ 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출범 국가보훈위원회에 참석, 얼굴을 만지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목을 잡아 계양을에 묶어두겠다던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기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 고 양회동 열사 분신에 대해 했던 2차 가해성 발언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건설노조는 원 후보가 장관 시절 음모론을 펼친 것에 대해 사과를 촉구했다. 원 전 장관은 양회동 열사의 분신 당시 자신의 SNS에 “노조 간부가 말리지 않고 한참 동안 바라만 봤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있었다”며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분신 방조’ 음모론을 띄웠다.

이 같은 음모론이 제기되자 경찰은 수사에 돌입했고 지난 14일 해당 조합원은 혐의없음, 각하 결정을 받았다. 이에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원 후보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나선 거다. 

26일 건설노조는 국회 소통관에서 '원희룡 전 장관은 열사와 유족, 분신방조죄로 수사 받은 조합원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 김준 기자
26일 건설노조는 국회 소통관에서 '원희룡 전 장관은 열사와 유족, 분신방조죄로 수사 받은 조합원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 김준 기자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라”

정부는 지난해 건설노조를 향한 대대적인 탄압을 벌이며 ‘건폭’이란 프레임으로 노조를 압박했다. 원 후보도 장관 시절 이런 정부의 기조를 등에 업고 대정부질문에서 위 SNS 글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에게 “내 말에 무슨 문제가 있냐”며 적반하장으로 응수했다. 현장에는 고 양회동 열사의 가족도 방청하고 있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이를 지적하며 “경찰이 자살 방조 정황이 없다고 일축했는데 그래도 인정 안 한다는 거냐” 물었고 원 후보는 “여러 가지 진술들이 보도된 것을 종합해 보면 본인은 결정적인 시간대에는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넘어가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은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라”며 일제히 반발했고, 108명의 의원이 성명을 통해 원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원 후보는 자신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 함께 있던 간부가 왜 보고만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일축했지만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성 발언이었다.

원 후보가 지목한 간부는 강원건설지회 부지회장을 맡은 홍 씨다. 홍 씨는 “(양 열사가) 형님하고 막걸리 먹고 싶다고 마지막 말을 하고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2미터 앞에서, 그래서 제가 새까맣게 탄 걸 봤다”고도 울먹이며 말했다.

원 후보가 제기한 음모론에 홍 씨는 결국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고, 14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원 후보에게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하지 않았냐” 물으며 “진실이 밝혀졌으니 당장 열사와 유족에게 사죄하고 인간으로서 도리를 하라”고 촉구했다.

수사기관 내부 자료 유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당시 조선일보가 보도한 의문의 CCTV 장면도 문제가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며 “양 지대장이 분신하자 A 씨는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몸을 돌려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10초 동안 휴대전화만 들여봤다”고 주장했다. 또 ‘독자제공’이라는 출처로 현장 CCTV 사진을 게시했다.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는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CCTV 녹화영상과 조선일보 기사에 사용된 사진을 감정했다. ⓒ 건설노조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는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CCTV 녹화영상과 조선일보 기사에 사용된 사진을 감정했다. ⓒ 건설노조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는 해당 사진이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종합민원실의 CCTV 화면이라는 감정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해서는 안 되는 수사기관 자료를 누군가 언론사에 유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노조는 CCTV를 조선일보 기자에게 제공한 자를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로 고소·고발했지만, 검찰은 1년 다 돼가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누구를 수사했는지 알려줄 수 없다”며 건설노조 측 변호인과의 소통을 회피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수사기관 내부에서 개인정보법 위반이라는 범죄 행위가 있었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 물으며 “자신이 아는 법률 상식에 의하면 이런 수사는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데이터에 접근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로가 많다”며 “(지금 상황은) 수사를 안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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