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3대 관전 포인트
-김호서, 임정엽 후보 ‘비리 혐의’ 어디까지 폭로할까?
-무소속 임정엽, ‘민주당 탈당’ 역풍 막아낼까?
-드라마 같은 ‘진보당 현상’,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더불어민주당의 무공천 결단과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새로운 쟁점이 생겨 이목을 끈다.

전주을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김호서, 임정엽 후보 ‘비리 혐의’ 어디까지 폭로할까?

▲무소속 임정엽, ‘민주당 탈당’ 역풍 막아낼까?

▲드라마 같은 ‘진보당 현상’,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호서 후보의 선거사무실 외벽 현수막(왼쪽)과 무소속 임정엽 후보의 기자회견 장면(오른쪽).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호서 후보의 선거사무실 외벽 현수막(왼쪽)과 무소속 임정엽 후보의 기자회견 장면(오른쪽).

김호서 폭로전, 어디까지 깔까?

자칫 맹숭맹숭할뻔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민주당 탈당’을 둘러싼 무소속 후보 간의 난타전이 거세지면서 혼전 양상을 띤다.

무소속 김호서 후보는 사무실 외벽에 “알선수재, 폭력범죄자, 철새정치인 접근금지”라는 현수막을 걸어 지지층이 겹치는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겨냥했다.

김 후보가 임정엽 후보를 ‘철새 정치인’으로 몰아붙인 이유는 임 후보의 잦은 탈당 전력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임 후보는 7번을 탈당 또는 당적 변경 전력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며 민주당으로 정치에 입문한 임 후보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전주시장 선거에 출마하려 했으나,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당한다. 이에 임 후보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2016년 총선 출마를 위해 임 후보는 국민의당(대표 안철수)에 입당해 보지만, 민주당 안호영 후보에 밀려 낙선한다.

지방선거가 있던 2018년, 임 후보는 절치부심 끝에 민주평화당을 창당해 전북도지사 공천을 받는 데는 성공하지만, 이번에도 민주당 송하진 후보에 큰 표 차로 떨어진다.

2020년 민생당을 탈당한 임 후보는 다시 무소속으로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 선거구에 출마하는데, 민주당 안호영 후보에 막혀 또 낙선한다.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며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의 위력을 절감한 임 후보는 결국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022년 지방선거를 준비한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로 전주시장에 출마하려던 계획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된다.

선거 초반 출마예정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공천을 낙관했지만, 민주당 전북도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아 컷오프된다. 당시 민주당 전북도당은 임 출마예정자가 아태재단 근무 당시 건설업자로부터 1억 5천만 원을 받아 알선수재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과 등을 문제 삼아 부적격 판정을 내렸으며 중앙당도 이를 최종 확정했다.(☞관련 기사 보기 )

2023년 이번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고심 끝에 무공천을 결심했다. 그러자 임 후보는 민주당을 다시 탈당,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기에 이른다.

이를 두고 김호서 후보는 임 후보를 ‘정치 철새’라고 맹비난하며, ‘알선수재’ 후보라는 딱지까지 붙였다.

특히 김 후보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임 후보는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 때문에 불가피하게 탈당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전주을 재선거에 설사 후보를 공천했어도 2022년과 마찬가지로 임 후보는 컷오프 대상이었다는 것이 김 후보의 주장이다.

실제 민주당의 공직선거후보자 검증 기준이 2022년과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김 후보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

김 후보는 또 임 후보의 폭력전과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임정엽 후보는 2010년 완주군수 책자형 선거공보물 후보자정보공개자료를 통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1982.8.29.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에 대해 “대학 학생회장 때 대표로서 책임진 일”이라고 소명한 바 있다. 그런데 2014년 전주시장 출마 때는 MBC전주방송국이 주최한 후보자 초청 TV토론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는 것을 구하려다가 그런 일이 있었고”라고 해명했고, 당시 책자형 선거공보물에도 “여학생이 불량배에게 성추행 당해 이를 구하기 위한 정당방위 차원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임 후보가 폭력 전과에 대해 해명이 오락가락하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전주=뉴시스] 김민수 기자= 김호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예비후보가 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선관위에서 제공한 범죄경력 조회서를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전주=뉴시스] 김민수 기자= 김호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예비후보가 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선관위에서 제공한 범죄경력 조회서를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임정엽, ‘민주당 탈당’ 역풍 막아낼까?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여러 선거에 출마한 덕에 높은 인지도라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높은 인지도는 임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뜻도 되기에 확장력 면에서 자칫 약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선거 초반 강력한 경쟁 후보였던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정 의원의 당선을 막기 위해 임 후보를 지지했던 민주당 지지층의 이완 현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임 후보의 지지도가 ‘30%대 박스권에 갇히느냐, 치고 올라 가느냐’ 여부는 민주당 탈당에 따른 역풍을 막을 수 있냐에 달렸다.

임 후보는 줄곧 당선되면 바로 민주당 복당을 공언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병도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선될 수 있는 많은 후보들이 지금도 민주당을 지키고 있다”라며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의 복당 불가 입장을 밝혔을 때도, 임 후보는 ‘도당의 원칙적 입장일 뿐’이라며 복당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 내 ‘탈당 역풍’이 만만치 않다.

21대 총선에서 전주을 민주당 예비후보였고, 이번 재선거에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만 아니었다면 공천이 유력했던 이덕춘 변호사는 KBS 전주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은 국민과의 약속, 깨끗한 정치를 위한 당의 올바른 결단”이라면서, “이상직 의원 때문에 흐려진 민주당 이미지를 회복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을 내려놓는 이런 혁신과 개혁으로 민주당이 거듭나는 모습을 보인다면 내년 총선에서 전주시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해 줄 것”이라면서 “광주가 민주화의 상징이라면 전주는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덕춘 변호사는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에 ‘정치 철새’라는 비판이 가해지는 것과 관련해 “철새는 갔다 와야 철새인데, 갔다가 못 올 것이기 때문에 철새가 아니라 단지 가출일 뿐”이라면서, “사리사욕과 권력욕에 빠져 상황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이런 탈당 후보들 때문에 민주당의 무공천 결단이 평가절하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같은 ‘진보당 현상’,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선거가 무소속 후보 간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가운데 전주시민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진보당의 참신한 선거운동이다.

새벽 4시 경매시장에서 출발해 버스 종점, 종교시설, 아파트 입구, 상가 골목까지 주민이 있는 곳이라면 진보당 당원이 안 가는 곳이 없다.

처음 “저러다 말겠지”라며 눈길도 주지 않던 전주시민은 이들의 활동이 두 달 내내 이어지자 이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전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A씨는 “매일 휴지 줍고 인사하고 다니는 진보당을 하루에 열 번도 더 본다. 후보 가족이라도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담배 필 때는 당 점퍼를 벗고 구석에 가서 안 보이게 피더라, 돈 받고 알바하는 사람은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들의 절박함이 강성희 후보와 아무런 인연 없는 나를 감동시켰다. 진보당에 좋은 일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처음 진보당을 ‘금은방’ 내지 ‘빵집’으로 알던 전주시민들이 “이번엔 진보당이 민주당이여”라고 할 정도다.

진보당이 내 건 현수막 내용을 초등학생이 외우고 다닐 정도이니 지금 전주에 부는 진보당 바람을 짐작할만 하다.

진보당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강성희 후보 지지로 이어진다.

진보당의 정당 지지도는 여론조사 상에 잡히지도 않았다. 지금 강성희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선권 안에 진입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드라마 같은 ‘진보당 현상’이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한번의 바람으로 그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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