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민심의 현장
- ‘무조건 민주당’은 전주 자존심 건드는 것
-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거운동
- 진보당에 끌리는 이유

오는 4월 5일 예정된 재보궐 선거. 전주을(서신·삼천·효자) 지역은 전국 유일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무공천과 정운천(국민의힘) 의원의 불출마로 민심이 요동치는 가운데, 지난 17일 후보 등록 결과 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23일 본선 선거운동을 앞두고, 초반 승기를 잡은 건 강성희(진보당), 민주당을 탈당한 임정엽(무소속) 후보다.

▲ 진보당 강성희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가 16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진보당 강성희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가 16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무엇보다 8%대에서 15%대 돌파, 지지율이 수직상승 중인 진보당의 대약진이 무섭다.

본선을 앞두고 이번 주말을 거쳐 또 한 번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지지율 20%는 거뜬히 넘을 것이라는 게 강성희 선본의 예측이다.

전주을에 부는 ‘진보당 바람’ 실체는 무엇이고, 결말은 어떨까? 민플러스가 전주를 찾아 직접 들어봤다.

“무조건 민주당”은 전주 자존심 건드는 것

전주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그러나 요즘 주민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은 “여긴 ‘내 편’이 없어”다. ‘호남은 민주당’이란 등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속된 말로 “속옷 색깔 같다고 내 편이다?”, “민주당 흉내 내면 당선된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 듯 하다.

“앞뒤 보지않고 민주당만 찍는다는 편견은 전주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는 소리다”라며 언짠해 하는 기색도 보인다.

효자1동에서 20년 넘게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두고 “기회주의자”라고 혀를 찼다. 7번의 탈당 또는 당적 변경에 놀라는 눈치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그는 “전주을 재선거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이상직 의원직 상실)이 무공천 결단을 내렸”는데, 당을 탈당한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로 나오자 “이건 아니”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정운천 의원이 우리 가게에 찾아왔을 때도, 나는 ‘정치 똑바로 하라’고 면박을 줬다”면서, “이젠 서민들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 내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엔 진보당 강성희만한 인물이 없다”고 여러 차례 읊었다.

택시를 운전하는 B씨 역시 “민주당이라 찍어준 게 아니라 인물이 민주당 후보밖에 없으니 찍어 준 것”이라면서, “인물만 되면 꼭 민주당이 아니어도 밀어준다”며 강성희 후보에 관심을 가졌다. 1억 가까운 연봉을 내려놓고, 택배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해 택배 일을 하며 노조를 만든 강 후보를 두고 “사리사욕이 없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임정엽, 김호서 후보를 겨냥해 주민들은 “민주당 아닌 것 같은데, 왜 민주당이라고 하냐”는 비판이 높다. 과일가게 A대표의 말대로 “철새 정치”에 대한 반감에 더해, “원래는 같은 당이었다가 공천이 안 되자 무소속으로 나와 서로 헐뜯는 모습”에 대한 거부감의 반영이다.

▲ 택배노동자들과 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강성희 후보.
▲ 택배노동자들과 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강성희 후보.

진보당에 끌리는 이유

탈당 후 무소속 후보가 난무해진 전주을 선거. 무소속 후보 간의 혼탁 선거 기미에 진보당 강성희 후보에 대한 지지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진보당을 알리는 문자를 200명에게 보내면 예전엔 10명에게 답이 왔어요. 이젠 50명에게 답문이 옵니다.” 강성희 후보 선거 관계자의 말이다. 거리에서 진보당 당원들을 만난 주민들은 ‘강 후보의 명함을 받고 싶다’면서 자신의 연락처를 찍어주기도 한다.

본선을 앞둔 시점에, 유권자들의 의사 표현도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지율이 15%대였을 때 만해도 갈팡질팡하던 눈빛이, 이젠 달라지는 게 보여요. ‘강성희 엄지척’에, 당원들 손잡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강 후보 내가 많이 알리고 있다’는 직접적인 표현도 많이 하십니다.”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버금가는 활동으로 지지를 표하기도 한다. “저희보다 먼저 알고 ‘경쟁(상대) 후보는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정보를 주시는 분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처음 ‘진보당’을 ‘금은방’으로 알던 전주시민들이 진보당을 이렇게까지 지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주을에서 ‘정치교체’, ‘정치혁명’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진보당을 주민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소개한 분이 계셨어요. 90평 집에 살면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신다는 분인데, ‘은행 대출금리 때문에 회사가 힘들어졌고, 난방비 폭탄으로 150만 원이 넘는 난방비를 내게 됐다’고 하면서, ‘내가 중산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서민들은 정말 피나게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보당 지지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대출금리 인하 운동에 나서고, 난방비 폭탄을 꼬집는 진보당을 많은 주민들이 지지하는 이유다.

본지가 선본 사무실을 방문한 날, 진보당에 입당한 신입 당원들도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들이 진보당에 가입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집은 1채씩만 가져야 한다는 진보당 정책과 내 생각이 딱 들어맞았다”며 이날 신입 당원이 된 C씨. “그간 ‘예산 몇천억 확보’라고 자신들의 업적을 떠들던 의원들은 많았지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체감하는 정치는 없었다”고 비판하면서 “이자 장사로 돈을 버는 은행들의 문턱이 서민들에겐 너무 높다. 이걸 깨보자는 진보당”에 신뢰를 보낸다. “강성희는 아직 잘 몰라도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진보당을 믿는다”면서 “강성희에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도 밝힌다.

▲ 강성희 후보 활동 모습. [사진 : 후보 선본]
▲ 강성희 후보 활동 모습. [사진 : 후보 선본]

“진보당은 가족 같애…”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거

이날 신입당원 C씨를 진보당으로 이끈 사람이 있다. “진보당과 내가 ‘코드’가 딱 맞아서 2주 전에 진보당에 가입했다”는 60대 신입 당원은 이날 지인 명단을 선본에 내밀었다. 자신이 이들에 대한 진보당 지지를 책임지겠다는 표현이다.

이들과 함께 사무실을 방문한 또 한 명. 자신을 보수정당 지지자라고 말한 그는 “눈에 띄는 후보들이 없다. 진보당의 ‘정성표’가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표? 진보당 당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진보당 지지자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진보당의 바람은 어쩌면 이들로부터 시작됐다.

건설현장에서 일한 당원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임금이 없다. 그러나 전주에 내려와 진보당을 알리고 있다. 돌봄노동자도 휴직하고 한달음에 전주로 왔다. 강성희 당선을 위해 “짐 싸서” 온 사람들이 자그마치 200명(평일)이 넘는다. 주말엔 당원 1천 명이 찾아온다.

“진보당이 다니는 거 보면 가족 같애….”

새벽 4시 경매시장부터, 종교시설, 학교 앞, 상가, 그리고 골목골목, 이들이 안 가는 곳은 없다.

택시 운전기사 B씨는 “매일 휴지 줍고 인사하고 다니는 진보당을 하루에 열 번도 더 본다. 마치 후보 가족같이 하더라. 담배 필 때는 당 점퍼를 벗고 구석에 가서 안보이게 피더라, 돈 받고 알바하는 사람은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들의 절박함이 아무런 인연 없는 나를 감동시켰다. 진보당 후보 이름도 모르지만, 이번엔 진보당에 좋은 일 있을 거다”고 말했다.

이들로부터 시작된 진보당 바람은 2주 전부터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의사표시, 당원 가입은 물론, 진보당을 선택해줄 지지명단을 스스로 작성하는 것이다. 선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2주 전부터 자발적으로 ‘지인들에게 진보당, 강성희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주민들의 뜻이 물밀듯 들어온다”고 했다.

지난 두달 간 이렇게 진보당을 알린 사람들이 200명이라고 가정하고, 이들이 만난 주민 중 100명씩의 지지를 얻었다면, 진보당 지지는 족히 2만 표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전주에서 통하게 될지 모른다.

▲ 주민과 대화하는 강성희 후보. [사진 : 후보 선본]
▲ 주민과 대화하는 강성희 후보. [사진 : 후보 선본]

“이번엔 현수막 뭐 걸어?”

‘진보당 새바람’의 단적인 예는 전주 곳곳을 뒤덮은 ‘현수막’에 있다. 지난해 옥외광고물법이 바뀌면서 정치 관련 현수막 게시도 자유로워졌다. ‘현수막 정치’ 시절이 온 것.

난무하는 현수막에 눈살을 찌푸릴 만도 한데, 진보당 현수막에 대한 반응만은 뜨겁다. “속 시원하다”, “역시 진보당”이라는 말을 듣는다.

삼행시를 활용해 게시한 “윤 검찰왕국, 썩 물렀거라, 열받아서 못살겠다”는 현수막에 어떤 주민은 “‘썩을×’라고 써야 하지 않겠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

“나라 팔아먹은 일본 1호 영업사원! 월급은 일본에서 받아라!”는 현수막을 본 초등학생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니네 나라로 가라”는 말로 답변한다. 진보당이 현수막을 걸면 “와~ 또 진보당이다”라는 소릴 듣고, “현수막 보고 지지정당 정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선거 관계자는 “괴물 정부 탄생, 윤 정부의 실정에 제대로 대항할 수 있는 정당이 진보당이라는 것을 주민들이 알아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진보당이 내건 현수막.
▲ 진보당이 내건 현수막.

‘됐으면?’에서 “된다!”

현수막 하나에도 민심을 술렁이게 만드는 전주는 바야흐로 선거 국면이 곧 시작된다. ‘진보당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아직 더 가야 한다”는 겸손한 답변이 돌아온다.

본선을 앞두고 치열한 선거운동이 전개되면 진보정당을 공격하는 18번이 있다. 바로 ‘종북’ 공세다. 진보당을 두고 하는 ‘종북몰이’를 차단하는 것도 이제 민심이 되는 것일까? “종북몰이하는 건 다 윤석열 패거리들이여~”라는 말로 왜곡·비방 선거의 싹을 자르고 있는 것도 지역 주민들이다.

선거 관계자는 진보당의 상승세를 보면서 “소싯적 진보정당을 지지했던 주민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동당 시절 당원이었던 사람들이 진보정치의 부활을 기다렸다는 듯이, 최근 진보당 당원들을 만나 “이번엔 해야 한다”고 말하는 주민을 여럿 만났다는 전언이다. ‘됐으면?’에서 “된다!” 나아가 “걱정 마시여”라는 목소리가 늘었다고 했다.

본지 신년 대담에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전주을 재선거 강성희 후보 당선이 최고의 총선 전략”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현역 비례 국회의원 정운천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전주을에서 ‘1석의 기적’을 꿈꾸는 진보당. 진보당의 절실한 꿈이 현실이 되는 결과는 4월 5일에 나온다.

▲ 2월13일, 진보당 4.5 국회의원 재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사진 : 진보당]
▲ 2월13일, 진보당 4.5 국회의원 재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사진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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