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미국의 경제위기 탈출법(3)
경제블록과 가치동맹
중국·러시아·브릭스의 협력 강화
한국경제 전망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6월 베이징에서 제14차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화상으로 인사하고 있다. 시 주석은 '고급 동반관계 육성 및 브릭스 협력의 새로운 여정'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회원국 간 교류가 심화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2022.06.24.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6월 베이징에서 제14차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화상으로 인사하고 있다. 시 주석은 '고급 동반관계 육성 및 브릭스 협력의 새로운 여정'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회원국 간 교류가 심화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2022.06.24.

4. 경제블록과 가치동맹

세계화의 핵심기구로 미국이 주도했던 UN과 WTO가 이제는 미국의 방해로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강력한 기능은 무역분쟁에 대한 조정인데, 이는 1심을 거쳐 최종 상소중재재판소에서 결정한다. 그러나 미국은 상소위원 공석이 생길 때마다 신규선임을 반대하여 2018년 9월부터 분쟁조정기구의 기능이 정지되었고, 2019년 트럼프가 모든 상소위원 임명동의를 거부하여 상소중재재판소가 셧다운 상태에 빠졌다. 핵심 기능이 마비된 WTO는 이후 해체되거나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협력 증진과 세계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UN도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세계 주도국가로 돈·인력·기술 기여 등을 통해 세계의 보건·환경·빈곤·이민·평화 등을 위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치경제적 쇠락으로 이런 역할을 할 여유가 없는 상태이다. 또한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이해를 우선적으로 관철해야 하는데, 다자기구인 UN의 절차가 번거롭고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에 미국은 UN의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UN 운영비용의 약 40%를 부담했던 미국은, 운영 예산의 22%를 차지하는 회비를 체납하여 UN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기존 국제기구들을 대체하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미국EU무역기술위원회(TTC) 등의 경제블록이다. 이는 가치동맹에 기초한 무역규범으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의 경제를 봉쇄하는 역할을 한다. 가치동맹은 인권, 민주주의, 독재 등을 기치로 해 미국의 잣대로 경쟁국들을 평가하고 제재한다. 미국 주도 경제블록은 경쟁국가들에 대한 배타적인 블록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 원리와 배치되며, 시대착오적이며 평화를 파괴한다.

미국의 가치동맹은 그들이 평소 주장해 온 자유무역과 시장질서에 배치된다. 자국 경기회복을 위해 관세와 환율 조정 등의 보호무역으로 타국의 경제를 희생시키는 근린궁핍화정책과 같다. 그러나 근린궁핍화정책은 경쟁국 간의 상호 보복조치로 국제무역이 쇠퇴하며, 무역상대국의 소득감소는 자국의 수출감소를 초래하므로, 자유시장 논리로 볼 때도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올해 2월에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는 ‘아태지역 폐쇄적 블록화·진영화 반대’, ‘자신의 민주적 기준을 타국에 강제하고 평가권을 독점하며, 배타적 블록과 편익의 동맹을 수립하는 것 반대’, ‘민주와 인권을 구실로 한 내정간섭 반대’, ‘문화와 문명의 다양성과 다른 나라들의 인민자결권을 존중할 것’ 등을 공동성명으로 발표하였다.

중국은 ‘자유무역과 시장질서’, ‘UN·WTO 주도’, ‘국제법 기반’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의 ‘착취적 패권’에 맞서는 중국의 핵심 키워드는 ‘다극체제’이다.

5. 중국·러시아·브릭스의 협력 강화

미국의 신냉전 경제블록에 참가하는 주요 국가들은 EU, 일본, 한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대만, 싱가포르 등에 그쳐 미국 패권의 쇠퇴를 보여준다.

미국 제재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는 ‘석유·가스 등 경제협력’, ‘달러 결제시스템을 대체하는 CIPS(위안화 결제시스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남아공화국, 브라질 등 브릭스 국가들은 중국과 교역을 확대하였고 이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사우디아리비아, 이집트 등은 브릭스 참가 의사를 밝혔다.

반미 색채가 강한 상하이협력기구는 26개국을 포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이다.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이란 등 9개국이 정회원이며 벨라루스, 몽골, 아프가니스탄은 옵저버로 참가하고 있고 스리랑카,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캄보디아, 네팔, 이집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몰디브, 미얀마, 아랍에미리트 등 14개국은 대화 파트너이다.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위안화로 석유를 결제하며 중국과 협력하고 있고,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겠다는 입장이다. EU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만 지원하는 것에 대응하여, 유럽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전기차 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남미(멕시코 포함), 아시아, 아프리카의 대부분 나라들도 미국의 경제블록과 중국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6. 한국경제 전망

한국은 대중국 수출 비중(홍콩포함)이 30%인데, 산업별 대중 수출 비중(%)을 보면 반도체(60, 홍콩포함), 정밀기기(43), 정밀화학(41), 유리(39), 석유화학(39), 디스플레이(33), 통신기기(28) 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가 넘는다.

대중국 수입 비중도 큰데, 요소수처럼 중국에 80% 이상을 의존하는 수입 품목이 1,850개나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미국의 요구에 따라 대중국 수출통제 제재에 참가했을 때, 한국경제가 입을 충격은 치명적이다.

전기전자 중심의 전략산업에서 중국 수출통제에 임했을 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어 연 84조 원의 부가가치가 감소된다.

▲ 전략산업 부가가치 감소(단위 : 조 원),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2022)에서 재가공.
▲ 전략산업 부가가치 감소(단위 : 조 원),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2022)에서 재가공.

전 산업에서 중국 수출통제에 나설 경우, 한국이 입는 피해는 연 160조 원(GDP의 6.6%)으로 GDP 대비로는 대만(9.5%) 다음으로 크다.

▲ 전 산업 부가가치 감소(단위 : 조 원),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2022)에서 재가공
▲ 전 산업 부가가치 감소(단위 : 조 원),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2022)에서 재가공

러시아 경제제재 역시 한국에 에너지 조달의 어려움 등을 가져다준다. 품목별 대러 수입 비중(%)을 보면 나프타(23.4), 원유(6.4), 유연탄(16.3), 천연가스(6.7), 무연탄(40.8) 등이다.

이와 같이 중국·러시아 경제제재 참여는 한국에 커다란 손실을 주며, 미국의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뿐이다.

국익 차원에서 한국은 중국·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필요가 없으며, 중립적인 외교통상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제 글로벌 공급망과 부채경제에 기반한 세계화가 막을 내리고 있어 식량과 에너지, 부품소재 등 핵심산업을 자립하지 못하면 지속성장이 어려워질 것이고, 부채경제로 유지해온 부동산·주식 등에 의한 경기부양책도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최근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미국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올해 미국 국채를 약 1,000억 달러 매도하였고, 일본도 엔저 방어를 위해 1년 만에 약 1,2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등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 다음으로 연준은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 달에 900억 달러의 국채를 처분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도 금리인상으로 채권을 매입하지 않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를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고, 국채를 연준과 다른 나라 국가들이 매입하여 달러 체제를 유지해 온 ‘부채의 화폐화’를 위협하고 있다.

인도, 사우디아리비아, 튀르키예 등 한때 친미 국가들마저 세계화 시대의 마감을 예측하고 국익을 찾아 중립적인 외교통상을 추진하는 때에, 한국은 언제까지 흘러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목을 매며 미국의 눈치만 볼 것인가? 자주적 관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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