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미국의 경제위기 탈출법(1)

지난 30여 년간 미 달러제국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저금리에 기초한 풍부한 유동성과 글로벌 공급망에 기반하여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가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이는 곧 신자유주의 체제의 중심, 미국의 일극 패권국가로서의 지위 상실을 의미한다.

위기를 타개하고 몰락하는 패권을 회복하기 위해 미국은 전세계를 향한 폭력적인 탈출법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3가지 위기 탈출법이다. 첫째는 경제제재이고, 둘째는 새로운 블럭화를 통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재편, 그리고 세 번째는 인플레이션 수출이다.

미국의 세 가지 위기탈출법을 3회에 나누어 살펴본다.

 1. 인플레이션 수출은 미국의 일상적 방법

달러체제 하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은 일상적, 구조적 현상이다. 미국이 어마어마한 달러를 발행하여 유포시키고 있음에도 미국 물가는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하나의 메카니즘이 작동한다. 바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작용이다. 대미수출국들은 미국에 상품을 수출한다. 그런데 미국은 달러를 프린트하여 해외상품을 구매한다. 반면 미국에 상품을 공급하는 수출국들은 값싼 노동력에 기반하여 상품을 공급한다. 지난 30년간 중국, 인도, 베트남, 한국 등이 그 역할을 하였다. 결국 미국은 이들 나라에서 저물가(디플레이션)를 수입하고, 달러를 발행하여 인플레이션을 수출하였다. 이것은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얻게 되는 미국의 이득이다.

2. 강달러 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 수출

그런데 최근 나타난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은 양상이 좀 다르다. 그리고 심각하다. 과거 저금리 시대와 달리 미국의 금리를 올려 “강달러”가 형성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해 미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4차례 연속 0.75%p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3.75~4% 구간에 도달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미국처럼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수 없었다. 유럽은 정부부채와 경기침체가 우려되었고, 일본은 국가부채 문제가 특히 심각했으며, 한국은 가계부채가 문제였다. 이에 따라 “킹달러”가 형성되었고, 미국 이외 나라들의 환율이 급상승하여 달러 대비 자국 돈가치가 급락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지난 9월 27일 달러인덱스는 114선을 넘어섰는데 이는 2002년 5월 16일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달러인덱스란 달러를 주요 6개국 통화(유로, 일본엔,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에 대비한 가치를 평가한 것인데, 작년 말 95 수준이던 것이 올해 가파르게 상승하여 9월 114에 이르렀다가 11월 현재 107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파운드화에 비해 37년, 엔화에 대해서는 24년 만에 최고치이며, 유로화에 대비해서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동일가치로 교환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한 때 1,400원대에 이르면서 급격하게 요동치는 중이다.

달러강세는 미국내 수입물가를 낮추고 유가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는다. 달러만 나홀로 강세인 ‘킹달러’ 현상은 미국으로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미국 달러 가치가 1% 높아지면 미국 내 수입물가는 0.3% 낮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달러가치는 올해 초 대비 10%나 올랐다. 미국은 수입물품에서 3%의 물가하락 효과를 본 셈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수입물가가 폭등하여 자금이탈과 금융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달러로 석유를 결제하는 나라의 경우 가뜩이나 원유가가 오른 데다가 달러가치 상승으로 인해 이중으로 부담이 올라가게 된다. 한국의 경우 2021년 전체 수입 중 달러표시 거래는 80.1%가 넘는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갔다. 결국 한국은 원자재가 인상에 강달러로 이중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 근본요인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수출이다.

3. 역환율 전쟁의 부메랑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일반적인 통화정책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금리인상은 특별한 문제가 있다. 하나는 미 연준의 정책적 오판의 결과라는 점이다. 미 연준은 물가폭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았다가 뒤늦게 급격하게 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강달러를 의도적으로 추구한다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며 금리인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고, 바이든은 다른 나라의 고통은 “세계 나머지 문제”라며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태도는 부메랑을 부르고 있다.

모든 나라가 역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전까지는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돈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높이려는 환율전쟁을 벌였는데, 이제는 강달러에 맞서 자국화폐의 가치를 높이려는 역환율 전쟁에 나섰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엔화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일본이 보유한 막대한 외환보유고, 즉 미국 국채를 팔아 엔화를 방어하고 있다. 일본은 1달러에 150엔까지 추락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약 40일간 9조 1500엔(약 87조원)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미국 국채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이 양적긴축에 들어가면서 미연준도 국채를 팔고 있다.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일본도 엔화방어를 위해 미 국채를 팔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역환율전쟁에서 미 국채를 팔고 있다. 이렇게 되니까 가장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그리고 국채 매물은 증가하는데 구매자는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강달러가 가져오는 미국에 대한 부메랑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미국 양적완화, 막대한 달러 발행과 인플레이션 수출로 먹고살던 미국의 달러제국 체제에 대한 부메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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