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방역과 자본주의 방역 (7)

미국의 보건위생 관리들은 원래 반테러 관원, 군사기획자, 항공당국자와 마찬가지로 특수 유형의 공무원으로 분류된다. 그들의 직업경력은 모두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 환경 속에서 쌓여진 것들이다. 또 이 부문은 바이러스 유행에 대비한 ‘무기고’가 매우 강력해서 제대로만 작동된다면 새로운 병원체라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제때 작동되지 않았을 경우 한 사회 전체는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보건복지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리들은 매일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면밀히 주시한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을 습격했을 때, 미국 보건복지부 상황은 응급물자 비축이나 실험실 관리 등 여러 면에서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선, 평소에 응급 물자 비축이 턱없이 모자라 미국 대부분의 의료 보건시스템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할 무렵 보호 장비를 별반 갖추지 못했다. 미국은 사적 의료영역이 발달한 반면, 사회적 인프라에 해당하는 공중보건의료 부문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앞서 방역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보여준 것처럼, 이 분야의 예산은 다른 분야에 비해 적었다. 다른 한편, 미국은 주식시장 등 금융 및 IT정보통신 산업이 매우 발달한 반면, 전통적인 제조업은 공동화 되어서 긴급 상황이 발생 할 경우 자국 내에서 마스크, 방호복 등 기본 장비를 제대로 공급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 같은 취약점이 이번 방역과정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다음으로, 실험실 관리에 있어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연방식품의약국(FDA)'의 한 관리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실험실 관리자에게 여러 가지 심각한 실책 사항을 알려 주었는데, 실험실이 ‘무균조건’ 표준에 부합치 못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CDC가 정부기구가 아니고 일반 사업조직이었더라면 이미 실험실 문을 닫게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2월 늦게, 미국 관리들은 CDC 실험실이 기본적인 질량통제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징후를 발견했다. 2월 27일 여러 위생 관리들과의 전화회의에서, FDA의 한 고위 관리는 CDC의 거듭된 실수에 대해 맹비난했다. 제프리 슐렌 FDA 장비 및 방사위생 담당관은, 만약 민간 실험실과 똑 같은 심사를 받는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폐쇄 시키겠다'고 질병예방통제센터에게 말했다."1)

또 이번 방역의 전 과정을 살펴 볼 때, 전염병 상황에 대한 CDC의 형세판단은 정확하지 않았다. 2020년 2월 중순 전염병전문가 파우치와 질병통제예방센터장 레드필드는 '상황실'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현재까지 아직 사람들을 걱정케 할 만한 사람 간 전염이 미국에서 출현한 증거는 없다고 백악관 관리들에게 말했다. 파우치 등은 2월 중순에도 사람 간 전염을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이미 2020.1.20. 그것이 확인되었으며, 중국 정부가 곧 바로 우한봉쇄 조치를 내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는 미국 방역 정보수집체계에 있어 일정한 문제가 존재함을 뜻한다. 그들은 왜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지 않았을까? 파우치는 나중에 그들이 이해하는 것이 많아지게 됨에 따라 자신들의 관점도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중에 볼 때 당시 이 바이러스가 공동체 속에 이미 뿌리를 내렸다는 점은 확실하며, 그러나 설령 이 나라 최고 전문가일지라도 그러한 위협이 미국에 존재한다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거의 갖고 있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CDC의 가장 심각한 실패는 초기에 ‘진단 키트’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별반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전염병의 발발을 막거나 대유행의 속도를 늦추는 일은 무엇보다 우선 사람들을 감염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부류로 신속하게 구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선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전국 각지의 실험실에 신속히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미국 방역기관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 것은 다른 어떤 실패보다도 더 큰 직접적인 대가를 지불케 했다. 미국은 대통령에게 직접 책임이 있는 정책결정 과정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방역의 실천과정에서도 큰 실책을 범했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처럼 의료기술과 연구 능력이 세계 최정상에 있는 국가에서 어떻게 이 같은 실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미국의 고위 위생관리들은 전염병은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다른 모든 감염 사례처럼 아마도 미국 내에선 규모가 제한적일 것이며,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자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 키트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으며 한 마디로 안이했다고 할 수 있다.

CDC는 원래 1940년대 미국 남부의 말라리아 발생을 통제하기 위해서 설립한 기구이다. CDC는 그간 에볼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그리고 H1N1 바이러스와 같은 중대 전염병에 대한 진단 키트 개발에서 항상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CDC는 원래 전문적으로 진단 키트의 대량 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CDC의 그간의 성공은 잠재적 위기에 직면하여 CDC가 사설 실험실, 학술기관, 병원 등 검사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다른 글로벌 위생조직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체제적 오만감을 부추겼다.

물론 일부에선 CDC의 검사 능력이 불충분하다는 우려를 일찍부터 제기했다. FDA(연방식품의약국)의 전담 요원인 스티븐 하인은 2020년 2월 초 민간의 사설 진단과 제약회사에 도움을 호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으며, 자신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기도 하였다. 하지만 FDA 관리들이 이 같은 건의를 상급기관인 미국 보건복지부 지도층에 문의했을 때, 후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들이 항상 업무 중심에 서있도록 CDC가 테스트를 전담케 하였으며, 기존 독감 추적용 실험실 네트워크에 의존해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보건복지부 내에 일종의 관료주의와 부문 이기주의가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지가 입수한 ‘진단 키트’ 개발 전략을 요약한 문건에 따르면, 실무그룹 회의에서 아자르 보건장관과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장은 애초 1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해서 이 계획을 지원하려 했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다. 2020.2.6. 세계보건기구에서 세계 전역의 실험실에 25만개의 진단 키트 운송 계획을 발표했을 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몇몇 국립 위생 실험실에 90개의 진단 키트를 배포하였을 뿐이다.

이와 함께 국립 실험실은 또 한 가지 문제점에 봉착했다. 반수가 넘는 실험실 시험에서 그 결과가 정확하지 않게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자체 개발한 검사 키트를 통해서는 환자를 정확히 진단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효과적인 검사 수단의 부재는 방역 관리들이 언제 어떻게 방역 검사를 실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있어 더욱 제약을 가하였으며, 미국 전역의 검사를 지연시켰다. 최초의 방역당국 지침은 대단히 느슨하게 내려질 수밖에 없었는데, 각 주는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심환자)에 대해서 이전에 전염병이 많이 발생한 지역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에 대한 검사를 장려하지 않을 정도로 되었다. 검사 수단이 이처럼 부족하니 주정부가 소극적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고위 방역 책임자들이 전염병의 진짜 규모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게끔 만들었다.

2020.2.29. 워싱턴 주의 한 남자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최초의 미국인이 되었다. 그때서야 같은 날 FDA는 개인 실험실도 자신의 진단 수단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시 4 주간의 귀중한 시간이 낭비된 후의 조처였다.

[소결]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 방역실패와 관련하여 국가의 역할이 미진했음을 여러 측면에서 확인하였다. 대통령은 최고지도자로서 인민의 생명보다는 당쟁 속에 빠져서 선거에만 관심이 있었으며, 유관 기관들은 서로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시스템의 난맥상을 보였다. 직접 방역을 담당하는 기관은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막상 필요한 검역수단을 제때에 제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미국 사회를 이끄는 또 다른 집단인 의회와 언론은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의회 역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스캔들, 러시아 선거개입 문제 등을 둘러싼 당쟁에 몰입하였다. 특히 다가오는 중간선거와 대선에서 공화-민주 양당은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이전투구를 벌였기 때문에, 행정부보다 전혀 상황이 나은 편은 아니었다. 또 코로나사태를 이용해서 자신의 사리사익을 챙기기에 바쁜 의원들도 꽤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미국 양당 국회의원들과 관련된 아래 기사는 참고할 만하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이자 공화당원인 리처드는 정기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한 하원 측 보고를 들었다. 2월 상중순경 미국 (코로나) 감염 폭발과 주식시장 붕괴 전에 대중들에게는 코로나19 사태를 미국이 막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대량의 주식을 매각했다. 다수 미국 하원의원들이 미국 언론을 통해 주식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케리 하원의원은 트럼프 정부 특별 경제 태스크포스팀원이다. 이들 의원들은 내부 거래로 주식을 매각하고 대중에게는 감염 현황을 감춘 것은 아닌지? 만약 내부 거래가 사실이라면 왜 문책 당하지 않는 것인지?” (“미국 정치인에게 던지는 질문 10가지…세계도 알 권리가 있다!”, 인민망 한국어판, 2020.5.2.)3)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미국이 자랑하는 매스컴의 역할이다. 이들 역시 언론이 마땅히 발휘해야 할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미국 언론들은 두 진영으로 갈리었으며, 전반적으로 反 트럼프 정서를 갖고 있던 주류 언론들이 여론을 주도했다. 하지만 집권세력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의도를 너무 분명히 한 채 방역문제를 다루었기에, 미국 전체를 아우르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 미국 언론들은 다른 서구 언론들처럼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우한이 봉쇄되었을 때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였다. 이 기회를 틈타 '권위주의 국가'의 방역 실패를 운운하면서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열을 올렸으며,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환구시보는 독일 <빌트>지의 '마녀사냥식 공세'에 응답하면서 다음과 같이 반문했는데,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우한 봉쇄가 이루어지기까지 독일은 아직 단 한 건의 확진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영국과 이탈리아도 없었으며, 프랑스는 1월 24일 첫 확진 사례가 보고되었고 그것은 유럽에서의 첫 확진 사례였다. 그때까지의 전 세계 형세는 매우 양호하였으며, 중국만이 유일한 주요 전쟁터였다. 만약 각국이 1월 23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발생사건을 중시하고 발견된 모든 발병 사례에 대해 전염 연결고리와 밀착 접촉자를 엄격히 추적해 즉각적인 격리조치를 취했더라면, 이후 유럽 국가들이 하나 둘씩 함락되지는 않았을 것이며 미국이 하루에 수천 명씩 죽어나가는 상황은 더더욱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빌트>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들은 왜 유럽의 방역전문가를 인터뷰하지 않았으며, 왜 유럽인들에게 전염병이 유럽에서 대폭발할 것이라는 경종을 힘껏 울리지 않았는가? 유감스럽게도 당시 적잖은 서방언론들은 우한 봉쇄를 비웃으며 ‘반인권’적이라고 비난했다."4)

필자가 보기에 이 같은 지적은 워싱턴포스트지를 포함해 다른 미국 언론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 사정상 본 연재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방역에 있어 민주주의, 경제적 불평등 측면, 그리고 중국•미국 양국 방역이 각각 본질에 있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방역의 성격을 갖는 부분에 대해선 필자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이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문 주석

1) “초기 관건적 70일 낭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 2020.4.4. 이 부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미국 실험실 유출설과도 연관이 있다. 미국 정부는 2019년 7월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미군 최대 생물학무기 기지 ‘포트 데트릭’을 갑작스럽게 폐쇄 조치하여 일부 언론의 구설수에 올랐다.

2) 위 기사.

3) http://kr.people.com.cn/n3/2020/0502/c203282-9686430.html.

조선일보 역시 최근 관련기사를 올렸다. 그 기사에 따르면, 미 의회는 2020년 이후 여야 49명의 의원과 182명의 보좌관이 관련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에는 전염병의 심각성과 밀접히 연계된 정보를 접한 뒤 3명의 공화당 의원과 1명의 민주당 의원이 보유하고 있던 헬스케어 주식을 매도한 걸로 알려져 뭇매를 맞기도 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자산은 1억1470만달러(약 1372억5000만원)에 달하는데, 그녀는 특히 주식 투자수익률이 높아 ‘주식의 여왕’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힘 받는 美 국회의원 ‘주식거래 전면금지’ 여론”, 조선일보, 2022년2월10일 참조)

4) 환구시보 사설, 2020.4.20.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중국에 돌리면서 소위 ‘배상운동’을 전개할 듯한 의도를 내비췄다. 독일 언론 <빌트>지는 이에 편승해서 중국이 독일에 배상해야 할 ‘청구서’ 목록을 열거하였는데, 본문에서 인용한 환구시보 사설은 이에 대한 반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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