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혁명소설

  강욱철이 직접 쓴 ‘미국 군대를 향한 포고문’은 김승국의 많은 지적이 있었다.
  강철파 근성이 드러난 포고문이었다. 너무 강경하고 무대뽀식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때가 때이고 시간이 급박하여 원문대로 통과가 되었다. 물론 황웅권 이문성의 동의가 있었다. 어쨌든 뭉툭하고 무작스럽게 생긴 무쇠몽둥이 같은 미8군에 대한 포고문이 그대로 인쇄가 되었다.

  -남조선 강점 미국군대에 대한 포고문 제1호-
  1. 남조선 전역에 걸쳐 주둔한 모든 미국군대는 우리 민족군대가 봉기한 오늘로부터 3개월(90일)이내에 일체의 전쟁무기와 함께 우리 영토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한다.
  2. 앞으로 미국과는 호혜평등 상호존중의 UN헌장의 원칙을 지킬 것이다. 군대가 주둔하지 않아도 인적교류, 물적 통상의 원활을 기하고 투자 자본과 정당한 금융 이윤은 차질없이 보호될 것이다.
  3. 미국군대가 철수를 지연하거나 속임수를 써서 전략무기 따위로 우리 민족군대의 대혁명사업에 장애를 놓을 경우, 우리 민족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며 우리 민족군대의 가차없는 응징에 직면할 것이다.
  4. 민족군총사령부의 포고문 제 1호를 접수와 동시에 남조선 주둔 미군사령관은 즉시 백기 투항할 것을 명령한다. 백기투항의 경우, 미국군대의 비무장철수의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만약 이를 거부하거나 저항수단이 동원될 경우 본관은 인내의 한계를 서둘러 단축하고 예하 기동타격군으로 하여금 미군섬멸작전에 돌입할 것을 명령할 것이다.
단기 4302년 9월 일
조선반도 남녘 민족군총사령관 강욱철

  민족군총사령부 직할 총포관리 소대가 총류탄 발사기 5문을 이미 막사 앞에 배치 도열 중에 있었다. 대 미군포고문을 발사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었다. 탄착점이 1미리도 착오 없음이 세 번에 걸친 실험으로 그 정확도가 입증 확인 된 바 있었다. 천재적인 두뇌를 자랑하는 국립대학 물리화학과 출신 정삼수중위의 지휘 아래 특별 제조된 총류탄 발사체의 변용이였다. 한 무더기에 3천5백 장씩 일만칠천오백 장의 포고문이 들어 있었다. 미8군사령관 관사를 아주 하얗게 덮어버릴 만한 규모였다.
  전국 각 도별 지방조직 민족군 지대들의 거사 활동 사항이 속속 민족군총사령부 통신망에 급전(急電) 보고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원래 학생봉기의 요람인 김시현동지의 전남 광주지대 소식이었다. 무등산 근거지를 출발한 지 두 시간여 만에 도청을 비롯한 도경찰국과 전시내를 완전 장악했다는 급전이었다.
  이어서 민족통일역량의 활화산이었던 경북대구지대의 통쾌한 활동상이 보고되고 있었다. 신영찬동지의 지휘 아래 동촌미군비행장을 무혈점령하고 여세를 몰아 영천 주둔 미군 병참부대를 포위 기습타격 부대장 스미스대령의 항복을 받았다는 보고였다.
  원주 춘천지대, 대전지대, 전주지대, 목포, 군산, 청주, 인천, 수원지대들이 시각을 다투어 모두 승전보를 전해오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강욱철은 살판이었다. 세상 살 맛이 생겼다.
  “아, 그런데 부산소식이 와 없노? 부산소식이?...
  뭐시라! 출동거리가 멀어 늦어진다꼬?”
  강욱철은 마음이 급해서 통신병을 재촉하였다.
  “부산은 하야리아 부대를 비롯해서 미군부대가 웡캉 많아서 민족군지대 병력이 엄청 모자란닥카네예!”
  통신병의 짜증 섞인 재보고였다.
  “아 그라믄 울산 현대조선소 노동특공대 안 있나?
  퍼뜩 연락캐서 지원 받으락캐라! 앙?”
  부산 총포창 근무경력에 강욱철의 얼치기 부산 사투리가 제법이다.
  “부관! 부관!” 
  6.3때 장안대학 지리학과 2학년 청솔동지회 회원이었던 김현준군을 부르는 것이다. 김현준은 6.3때도 강욱철의 측근이었고 지금도 강욱철의 최측근 부관이었다.
  금방 옆에 있었는데 볼 일 보러 갔는지 김현준이 안보이는 것이다. 사람이야 보이든 말든 급한 김에 명령부터 내리고 보는 것이다.
  민족군총사령부 발표문이 KBS 전파를 타는 걸 보면, 김승국은 자기 임무를 신속하게 이행 완료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청와대를 점령한 황웅권의 2차 보고가 궁금한 것이다.
  “시간은 다 돼가는데, 청와대가 어찌 됐나? 응, 청와대가?...
  빨리 보고 독촉해라! 김현준부관!?”
촌각을 다투는 일이었다. 강욱철의 고함소리가 다급했다.

▲ 용산미군기지 전경
▲ 용산미군기지 전경

  이때였다.
  이태원 중간지점에서 보랏빛과 청색의 두 줄기 빛이 폭발음과 함께 밤하늘의 어두움을 가르고 솟아올랐다. 윤창현 부대와 고충석부대가 미8군기지 포위를 완료했다는 신호탄이었다. 동시에 기지 폭파 기습돌격 전투준비가 완료됐다는 신호인 것이다.
  이어서 강욱철 총사령관의 발아래서 민족군총사령부 직할부대의 전투태세 완비 응답 신호탄이 발사되었다. 샛빨간 불빛이 해방촌과 후암등 사이에서도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것이다.
  준비잇!
  발사!
  드디어 민족군총사령관의 미8군사령관에게 보내는 포고문이 발사되었다. 다섯대의 총류탄 발사대에 장착된 일만칠천오백 장의 포고문이 미8군사령관의 관저를 향해서 발사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민족군총사령부 직할부대의 고성능 마이크에서 미군부대 장병들에 대한 경고방송이 시작 되었다.

  - 용산기지 미국군대는 들어라!
  너희들은 지금 우리의 영용한 민족군 타격대에 의해 완전 포위 되었다. 지금 즉시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너희들의 사령관에게는 백기투항을 명령하는 포고문 제1호를 방금 총류탄 탄두에 실어 보낸 바 있다.
  즉시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우리가 동양인의 자비를 베풀어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현재 시각 04시 10분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 30분간의 여유를 준다. 우리 민족군대가 용산기지를 완전 수복 탈환완료예정시간은 05시까지이다! -

  그동안에 황웅권의 청와대 소식이 왔다.
  보고 지연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작전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끝이 났는데 단 한 가지 때문에 2차 보고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박정희를 잡아서 청와대 변소기둥에 묶어 놓았는데 심문을 해도 대답을 머뭇거리고 영 엉뚱한 소리를 하더라는 것이다.
  대 일본 제국에 대한 충성 하나와 천황폐하의 적자로 일생을 살아왔다. 요즘은 또 미국어른들을 모시다 보니 조선말이 잘 생각이 안 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인정 많은 황웅권 사령관이 일본어 통역을 불러오는 바람에 보고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다는 것이다.
  한가지 걱정을 덜은 강욱철총사령관은 전국 각지대의 승전보에 대한 축하 격려답신을 보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친애하는 각 지방 지대장동지, 그리고 각 지방의 민족군동지들의 빛나는 승리에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우리 민족군의 이번 거사는 오로지 갈라진 조국의 통일과 우리 국토를 불법 강점한 미국군대의 축출 응징에 그 목적이 있다. 아울러 우리민족의 자유로운 생존권을 보호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권리를 되찾는데 그 두 번째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외세의존 반통일 매국 행위자는 용서없이 과감하게 처단 발본색원해야한다. 반면, 반외세 통일지지 순수한 대다수의 애국적 인민에 대해서는 그 목숨과 재산이 철저하게 보호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군대는 절대다수의 애국적 인민대중과 함께 존재하며 인민대중을 위한 인민대중의 무력임을 명심하라.
  승리의 깃발은 우리 앞에 휘날린다.
  오로지 우리 민족군대는 자주평화통일 쟁취 외세 완전 축츨의 순간까지 거룩한 피를 흘려 싸울 것이다. 최후의 승리를 위한 가열찬 투쟁에의 길로 총진군하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영용한 민족군대 만세!
단기4302년 9월
조선반도 남녘 민족군총사령관 강욱철

  민족군총사령관의 승전 축하 격려 명령은 지채없이 전국 각지의 민족군지대에 타전 되었다.

  - 다시 한번 명령한다!
  너희들이 투항 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다!
  우리 민족군대는 20세기 국제관례에 의한 국제적 예의를 다 했다.
더 이상의 관용은 굴욕이고 치욕이다. 우리가 약속한 투항시간이 5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곧장 기지 내로 진입 할 수 있는 제1단계 조치를 시행하겠다.
  마지막 기회다!
  미8군사령관의 투항을 명령한다!
  우리 민족군대는 인간의 생명을 지상 최고 최귀의 가치로 존중한다. 따라서 미국군대의 개인 생명도 최고 최대의 가치로 보호될 것 이다.
무고한 부하들의 희생을 방지하기 위해서 마지막 기회를 메클레이드 사령관 그대에게 제공한다.
  메클레이드 사령관의 백기투항을 명령한다! -

  ...
  긴 침묵의 순간이 흐르고 있었다. 1초가 여삼추(如三秋)였다.
  ...탕!
  강욱철 총사련관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뻥! 뻥! 쿵쿵, 와르르... 쿵쾅, 와르르... 뻥! 뻥! 쿵쿵...
  땅이 울렁거리고 하늘 갈라지는 소리가 온 천지를 뒤흔들었다.
  번쩍거리는 섬광이 무섭게 너울거렸다. 한참동안 폭발음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쿵쾅거리고 뻥뻥거렸다. 사방에서 화염이 불타오르고 기지를 에워싼 민족군대의 함성이 하늘을 찌를 듯 울려 퍼졌다.
  서울 땅 한쪽을 아주 다 찾이한 광대한 용산기지 둘레의 미군방어벽이 일시에 무너져 내렸다. 5미터 거리마다 장치된 폭약무더기가 기지주위 장벽을 일시에 폭파 속시원하게 무너뜨려버린 것이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일본군대시절부터 금단의 땅, 치외법권의 땅, 양키들의 거대한 군사기지가 속살이 훤히 다 드러나 보이게 빨가벗은 맨몸뚱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혼비백산, 한번 한다면 결단코 실행해 보이는 민족군대의 매운 맛, 설마, 설마... 머뭇거리던 메클레이드 미군사령관의 턱주가리에 시원스런 카운터 펀치를 한 대 날린 것이다.
  “아,아! 나온다!
  저기.... 저기 봐라!”
  한강로 삼각지쪽을 맡은 윤창현 타격대 병사들이 제일 먼저 소리를 질렀다.
  “아,아! 보인다!”
  이어서 고충석 부대쪽에서도 병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백기다! 백기!...”
  총사령부 직할부대 병사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백기다! 백기!
  와아! 와아!”
  처음엔 눈을 의심하였으나 장벽 주위의 연기가 걷히고 동녘하늘의 여명이 점점 밝아지며 메클레이드 미군사령관의 모습이 더욱 환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닌가.

  - 민족군 총사령관 귀하!
  우리는 무조껀 항복을 결정하였다!-

  미8군사령부 스피카에서 흘러나오는 항복성명이었다.

  - 무력대결은 상호간의 손상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따라서 본관 휘하의 한국주둔 미 제8군 장병은 민족군총사령관의 제명령에 따를 것이다.
  제반 세부사항은 양군 참모장 회동에서 협의 될 것을 희망한다 -

서기 1969년 9월
아메리카 합증국 한국주둔 미 제8군사령관
육군대장 토마스 메클레이드
  
  “와아, 만세에!
  우리가 이겼다아! 만세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내 부르고 찾을 때는 보이지 않던 부관 김현준군이 만세를 부르고 뜀뛰기를 하고 야단 법석이었다.
  “외세는 가고, 통일이여 오라! 오 오, 통일이여!”
  용산 땅을 뒤흔드는 민족군대의 함성...
  민족군 총사령관 강욱철도 너무 가슴이 벅차올랐다.
강욱철은 만세를 부르며 환호성을 지르는 김현준 부관을 덥석 껴안았다. 그렇게도 그리던 통일, 남조선 해방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아이, 쿠쿠우... 강선생님...”
  이를 어쩌나, 매우 난처해하는 노처녀 정민순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욱철은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직 잠이 덜 깬 강욱철의 눈 앞에 노처녀 정민순의 찌프린 얼굴이 다가와 있었다.
  “아이구 이 거.....”
  강욱철은 너무 미안하고 황당해서 몸 둘 바를 모르고 쩔쩔 매야하는 판이었다. 부관 김현준군을 껴안은 것이 아니고 옆자리의 노처녀 정민순을 덥석 껴안아버린 것이다.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겸연쩍어서 어쩔 줄을 모르는 강욱철을 보고 노처녀 정민순이 되려 위로를 하는 것이다.
  강욱철,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너무 현실 같았다.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살아서 생생하고 너무 선명하게 살아있는 현실 같았다.
  그 게 꿈이라니...
  사람을 이렇게 속여 먹을 수도 있는 것일까. 강욱철은 어린애처럼 마음이 허전했다.
  손 안에 쥐고 있던 보물을 놓쳐버린 듯 아쉬운 것이다.
  꿈을 깨버린 게 원망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강욱철의 귀에선 아직도 쩌렁쩌렁 민족군총사령부의 마이크 방송소리가 울려대는 것 같았다.
  용산 주둔 미8군사령관의 투항을 명령한다!
  메클레이드 사령관의 백기투항을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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