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는 전쟁인가 학살인가
“이남 지역의 민간인만 100만 명이 희생되었다는 주장은 가끔 조롱의 대상이 된다”

저자 신기철 소장이 <전쟁의 그늘> 머리말에서 제일 처음 한 말이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이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도 전쟁 시기 학살의 규모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신기철 (재)금정굴인권평화재단 인권평화연구소 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전쟁의 그늘>은 “거짓 기록에서 찾은 6·25전쟁 잔혹사”에 대한 발로 뛴 조사의 결과이다.
이 책의 4장까지는 2019년 8월부터 연말까지 “전쟁인가 학살인가”라는 제목으로 민플러스에 연재된 바 있다. 그러나 연재보다는 연구사업에 좀 더 집중하려는 저자의 노력의 결과물이 이제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전에는 <6·25동란>이라고 불리웠던 이 전쟁에 대해 저자는 “정말 전쟁이었을까”하는 의문을 던진다.
6·25전쟁에 대한 많은 기록들은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차 있다.
무엇보다 가해자 개인들의 회고록 등에 합리화된 범죄의 재구성 기록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기록물들이다. 당시 권력집단들에 의해 공식기록으로 남아있는 국가기록물들이 오히려 6·25전쟁에 대한 진상을 거깃과 왜곡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말이다.
6·25전쟁은 자기 측 군대에 의해 국민들이 조준 학살당한 사례가 훨씬 더 많은 전쟁이었다는 것이 진실이다. 이남은 물론 이북에서도 전쟁과 전혀 무관한 여성과 노인, 아이들이 크게 희생당했다. 이 책은 바로 이 <전쟁의 그늘>에 대한 저자의 집요하고 피타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대한민국 비상경비총사령부 정보처조차 1950년 6월25일부터 10월31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이남에서 벌어진 민간이 학살 피해자가 106만 명을 넘어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1950년 한 해 국군들의 피해(전사 또는 실종)는 9만 명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를 입증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눈꼽만치도 없다.
<전쟁의 그늘>은 먼저 국군 후퇴 시기에 발생한 민간인 피해를 1장에서 6장까지 살펴본다. 육군본부 등 각종 공식 군사기록물들에서는 ‘후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전투’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학살인 경우로 의심되는 전투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공격전투가 있었다는 정황들은 대체로 배낭을 멨다거나 모자를 썼다든가 이북 사투리를 썼다든가 하는 정황들이다. 그리고 인민군이 진입하지 않은 시기의 전투기록들은 사실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전쟁의 그늘>은 전투의 이름으로 해안 지역 주민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상륙작전으로 발생한 학살사례들이다. 7장과 8장의 기록된 인천상륙작전과 관련된 학살의 증거들이 피를 뿜으며 재조명되고 있다.

<전쟁의 그늘>은 이른 바 ‘수복’하면서 벌어진 전투라고 기록된 곳에서도 수없이 나타난다. 충청 영호남 지역에서는 토벌작전으로 나타났고, 일시적 이북 점령기 학살로 나타났으며, 수도권 지역에서의 부역자에 대한 보복학살로 나타났다.
이 책, <전쟁의 그늘>은 국가기록물들이 비록 “전투”라고 주장하지만, “민간인 학살사건”이거나 “피란민이 희생된 것”으로 확인되거나 추정되는 사건들에 대한 탐문조사 연구서이다. 강토 곳곳에 피에 흥건히 젖어있는 학살의 기록들이다.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과거 학살진상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개인의 노력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