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로 되돌아보는 통일원로의 삶(5)

▲ 고 박순경 선생
▲ 고 박순경 선생

한 평생 신학과 평화통일운동 그리고 진보정당을 위해 헌신해 오신 박순경 교수께서 지난 24일 오전 9시경 노환으로 별세하셨다. 장례식은 10월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원초(原草) 박순경 선생 통일사회장>으로 거행되었다.

▲ 고 원초 박순경 선생 통일사회장
▲ 고 원초 박순경 선생 통일사회장

“박순경 교수”하면 <신학자>와 <평화통일운동가> 그리고 <통합진보당 엄호 지지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신학자>로 백세를 앞두는 연세에 운명하는 그날까지 조직 신학 집필을 멈추지 않은 영원한 신학자였다. 

『통일만세(도서출판말)』에서 교수님은 “글 쓰는 걸 하지 않으면 이제 무얼 하겠어. 숨이 넘어갈 때까지 글을 써야 해. 이젠 기도하고 글 쓰는 것밖에 못 하잖아, 나가서 활동할 수도 없고, 구약편과 신약편은 내가 쓰는데, 집필계획의 마지막 셋째 부분인 성령론에 기초한 교회, 민족, 세계의 구원 문제를 김애영 박사가 완수하도록 특별히 성령께서 도와달라고 빌어, 내가 살아생전에 신약까지는 쓰고 싶어.”라고 말씀 하신다.

특히 교수님은 칼 바르트 신학의 전문가였다.
교수님은 공산주의와 기독교, 남과 북의 만남을 절대적인 명제로 내세우는 것은 칼 바르트와 연관되어 있으며 항일민족운동사에도 직결된다고 말한다.
바르트는 1915년 스위스 사회민주당에 가입한 후 행한 연설에서 “진정한 크리스천은 그가 기독교의 개혁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사회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 공산주의를 악마로 혹은 반공주의를 구원의 천사”로 규정짓는 것을 거부하였다.

또한 “바르트는 ‘교회는 동과 서, 사회주의 공산 권력과 자본주의 서방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교수님은 ‘교회는 반공 서양과 남과의 유착관계로부터 해방되어 남과 북 사이에서 참된 민족화해를 위해 사역해야 한다’고『통일만세』에서 역설하신다.

<평화통일운동가>로 그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한 금기어인 주체사상을 조선로동당 창건 55돌 기념행사에 참가한 후 『월간 말(2000년 12월호)』 인터뷰에서 ‘주체사상 이해해야 통일의 길 열린다’라고 말씀하며 이후 6‧15공동선언 이행에 전념한다.

“주체사상입니다. 전체 인민대중을 주체사상이란 유일사상체계 속에 묶어 세우고 자신들의 지도자, 즉 수령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기에 가능한 거죠. 이번에 그 실체를 똑똑히 볼 수 있었어요. 이 엄연한 현실을 남쪽 사람들도 이젠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북체제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그들의 주체사상을 이해하지 않고선 통일의 길은 열리지 않습니다.
냉전과 분단시대에 주체사상은 금기 대상이었습니다. 서구의 자유주의 시각으로 보면 주체사상과 그 핵심내용이라 할 수령론은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악’의 상징이었습니다. 기독교 시각으로 봐도 그것은 우상숭배와 다름없었죠. 하지만 독재자, 우상이란 자연사물의 신격화와 1인 전횡자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규정을 가지고 북을 들여다봅시다. 과연 북의 현실이 그런가. 현실은 그렇질 않습니다. 수령이 1인 전횡자였다면 그토록 인민들이 열광하고,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초토 위에서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겠습니까? 
수십 년간 외세의 침략위협에 맞서 수령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할 수 있겠습니까? 
또 다른 사회 같았으면 벌써 몇 번은 무너졌을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위기를 헤쳐 나왔겠습니까? 
주체사상은 북의 혁명과 건설 과정의 총체성을 담보하는 사상입니다. 그들이 구현한 이 유일사상체계를 우리도 이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 2012년 7월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재야 원로 82명이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후 단체사진 [사진 - 전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실]
▲ 2012년 7월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재야 원로 82명이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후 단체사진 [사진 - 전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실]

<통합진보당 엄호 지지 활동>은 교수님의 이력에서 볼 수 있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고문을 역임하셨다.

특히 2012년 소위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과 2013년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사건’에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구명 운동과 당을 엄호 지지하며 진실규명에 앞장섰다.
특히 교수님은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알고 계시는 여성계, 정당, 교계, 제시민사회단체 등을 연락하며 자식처럼 이석기 의원 구명에 몸을 바쳤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저지를 위해 가지고 계시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였다.
최근 교수님을 마지막으로 뵌 분이, 아마 유언이라 생각드는 말씀으로 이석기의원과 진보당에 대해서 당부하였다고 한다.

존경하는 박순경 교수님!

교수님은 가셨지만 우리는 교수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교수님의 조국과 민족 그리고 통일에 대한 신념은 여기 모인 우리들의 가슴속에 살아있고 영원히 불타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교수님이 못 다한 꿈을 우리는 반드시 쟁취 할 것입니다.

조국은 기억하리라!
선생님의 이름과 걸어온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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