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4)

조 바이든을 한국 언론에서 자꾸 당선인으로 표현한다. 대선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바이든이 당선인은 아니다.

‘바이든 당선인’이라고 쓰면 명백한 오보다. 미 국영매체 미국의소리(VOA)도 지금까지 바이든을 전 부통령으로 부른다.

미국 언론도 잘 쓰지 않는 ‘당선인’ 표현을 한국 언론이 굳이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바이든이 당선인 아닌 이유

바이든이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해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요건을 갖췄지만, 미국의 대선 관련 규정과 지금까지 관례 등을 토대로 볼 때, 바이든은 현시점 당선인 신분은 아니다.

한국은 개표 후 중앙선관위에서 당선인을 확정 발표하지만, 미국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에도 ‘당선인’으로 불리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충족 조건이란? ▲당선을 공식화할 수 있는 각 주의 인증 ▲상대 후보의 패배 인정을 말한다.

현재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우편투표’로 인한 부정 의혹과 각종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고, 또 1%P 미만의 차이를 보인 일부 주에선 재검표가 이어지면서 각 주 의회 차원의 공식 인증이 늦춰지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니 당선인 신분을 얻을 수 없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 2000년 앨 고어 후보가 불복해 플로리다에 대한 재검표를 요청하는 바람에 선거가 끝난 6주 동안 조지 부시는 당선인으로 불리지 못했다.

굳이 당선인으로 표현하는 이유?

당선인이 아닌 바이든을 자꾸 당선인으로 부르는 이유는? 바이든이 당선되길 바라는 간절함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선거 전에 이미 각종 여론 조작으로 바이든 당선을 기정사실화 한 미국 일부 언론 보도를 비판 없이 베껴 쓴 국내 여러 언론들의 처지에서 보면 만약 트럼프가 판을 뒤집는 일이 발생할 경우 지금까지의 모든 보도가 거짓이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바이든을 당선인으로 부르는 단순한 오보에 그치지 않는 데 있다.

마치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이라도 한 것처럼 과거 행적을 미화하고, ‘김대중 대통령 넥타이’ 일화까지 만들어 연일 찬양 보도를 쏟아낸다.

반면 트럼프를 향해선 확인도 안 된 이혼설을 흘리는가 하면, 대선 불복에 대해 ‘몽니’, ‘도박’ 등 악의에 찬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남의 나라 선거 보도를 일주일 넘게 도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고의적인 오보를 통해 마치 바이든 지지자를 결집하려는 행태까지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트럼프의 준비된 반격

지난 7일 바이든이 ‘나홀로 승리’를 선언한 그 시각 트럼프는 골프를 즐겼다.

이틀 후 트럼프는 예고한 반격을 시작했다. 우편투표로 뒤집힌 5개 주에 부정 투표 소송을 제기하고, 1%P 미만으로 진 2개 주에 재검표를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불복 캠페인에 나섰다.

바이든이 군대를 동원해 백악관을 접수하겠다고 엄포하자, 트럼프는 선거전 자신을 배신한 국방장관을 경질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트럼프의 불복을 지지하는 대열도 줄을 이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며 불복에 동참한 펜스 부통령

“트럼프 2기 행정부 준비 완료”를 선포한 폼페오 국무장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

“불법적 표가 개표돼선 안 된다”며 우편투표 부정 소송을 지지하고 나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거물급 정치인.

반면 조기에 출범한 바이든의 정권인수위는 미국 연방조달청(GSA)장이 “바이든의 당선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예산을 풀지 않아 시작부터 발목이 잡혔다.

어쩌면 바이든은 언론이 떠벌린 승리에 취해,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이란 사실과 미 국회 상원과 하원, 그리고 연방대법관의 과반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언론의 착각

대법원과 국회에서 아직 결론하지 않은 문제를 자꾸 언론에서 확정해 발표하자 매코널 원내대표는 “분쟁이 있을 경우 법원이 처리할 것이고, 언론이 대선 승자를 결정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미국 주류 언론의 착각은 자신들이 조장한 여론대로 세상이 돌아갈 것이라는 환상에서 비롯됐다.

한국 언론의 착각은 미국 대선을 한국 대선인 줄 알고 지지하는 후보에 열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착각에서 깨어나면 보인다. 미국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누가 당선되느냐가 아니라 미국식 자유주의가 얼마나 썩었느냐를 보는 재미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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