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1)

미국 대선 개표가 한창이다. 6천2백만 표에 달하는 우편투표가 남아 있지만 출구조사와 격전지 개표 결과,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예상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선에 실패한 4번째 미 대통령에 트럼프의 이름이 걸리게 될 것이라던 예측은 빗나간 듯 보인다.

선거 직전 조 바이든 후보에 11%P 뒤진 여론조사를 뒤집고 트럼프가 승기를 잡은 이유는 ▲3분기 경제성장률 33.1%로 7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트럼프의 국정 지지도가 상승했고, ▲대선 이슈가 코로나19에서 헌터게이트와 바이든의 화석연료 실언으로 옮아갔으며, ▲선거 유세와 TV토론에서 트럼프가 압도했기 때문이다.

미국 3분기 GDP 성장률 33.1%, 73년 만에 최고치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3.1%를 기록, GDP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지난 2분기만해도 –31.4%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데 비하면 실로 경이적인 기록이다.

물론 지난달 29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이 지표는 속보치로 이후 발표될 잠정치와 확정치에서는 해당 수치가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발표는 미 대선에 영향을 미쳤고, 트럼프의 국정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에서 헌터게이트로 옮아간 대선 이슈

대선 초반 트럼프가 고전한 이유는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따른 실업률 증가와 경제 악화 등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화당 트럼프 캠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난 뉴욕, 캘리포니아, 브루클린 등의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임을 부각하는 한편 트럼프 자신이 코로나19를 딛고 일어서는 장면을 연출, 화를 복으로 전환했다.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의 코카인 흡입과 문란한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의 코카인 흡입과 문란한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

때를 같이해 상대 후보 조 바이든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당시 둘째 아들 헌터로부터 우크라이나 기업인을 소개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직위를 이용해 헌터가 재직 중이던 우크라이나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시켰다고 주장해온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부패의 실체가 드러났다면서 공세에 나섰다.

바이든 캠프는 이미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음모론’에 불과하다며 반박했지만, 대선을 20일 앞두고 ‘헌터 게이트’로 비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특히 헌터의 코카인 흡입과 문란한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까지 공개되면서 기독교 신자, 여성, 고령 유권자의 표심이 트럼프 측으로 상당히 기울어졌다.

바이든, 화석연료 실언도 악재

지난달 23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바이든이 “저는 석유 시추 작업(브래킹)을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공언하자, 트럼프는 “브래킹 반대했을 당시 찍힌 동영상도 있는데요?”라고 반문했고, 이에 바이든은 “이 자리에서 그 영상을 공개해 보라”며 항변했다.

하지만 2019년 6월 31일 CNN에 출연한 바이든이 “석탄과 브래킹을 포함한 화석 연료를 금지할 계획이며 정부 보조금까지 끊어버리겠다”라는 내용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바이든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트럼프, 선거 유세와 TV토론의 압승

코로나19 확진 판결 10일 만에 다시 선거 유세에 나선 트럼프는 하루에 4~5곳을 돌며 마치 락공연을 방불케하는 대규모 유세로 바람몰이를 이어가며 건재를 과시했다.

반면 바이든은 대선토론을 준비한다며 거의 안 나타나거나, 기껏해야 코로나 대비 자동차 유세가 고작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세와 TV토론이 거듭 될수록 바이든의 노화된 저질 체력이 드러나고 치매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오히려 표를 깎아먹었다.

박빙의 승부에서 트럼프가 승기를 잡은 또다른 이유는 미국 금융자본을 비롯한 군수자본이 트럼프의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중국과 미국 간 벌어진 무역전쟁을 비롯한 대만 갈등 등에 깊이 관여한 이들이 중국에 이미 약점이 잡힌 바이든에 적잖은 불안감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한편 트럼프는 공언한 대로 모든 우편 투표 개표를 기다리지 않고 대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여 선거 결과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결과 불복 사태가 발생해 사법부로 판단이 넘겨질 경우 지난달 26일 배럿 대법관 인준에 따라 대법관 비율은 6:3으로 트럼프에게 유리하지만 당분간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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