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북한(조선)의 키워드 ‘정면돌파전’ 10문10답(10)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원회의 결정 관련, 10문10답을 마련했습니다.[편집자]

1. 정면돌파전은 새로운 길인가?
2. 정면돌파 정신이란?
3. 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인가?
4. 정면돌파전이 경핵병진전략과 다른 점은?
5. 북이 알아차린 “미국의 본심”이란?
6. 북의 외교군사적 공세는 어떻게 진행될까?
7. 북이 경제체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8. 북이 주요 경제부문에서 제기한 과제는?
9. 과학기술과 자력갱생의 관계는?
10. 왜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을까?

 

▲ 지난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사실상 2020년 신년사에 해당하는 5차 전원회의 결정 보도문에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다. 지난 2년 동안 실무회담을 포함하여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민족의 염원과 환호가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혹자는 아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이제 북미간 최후결판을 보고 통일대성전으로 가는 마당에 문재인 정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식의 분석도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북이 “우리민족끼리”노선을 단 한 번도 버린 적이 없고, 오직 전민족적 대단결의 힘을 통해서만 자주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략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만약 앞의 주장들이 성립하려면 지난 5차 전원회의에서 ‘우리민족끼리 노선’부터 바꾸는 결정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다는 말은 없다.
그렇다면 북은 왜 문재인 정부가 매우 섭섭하게 생각할 정도로 혹독하고 야멸차게 남측 정부를 대하는 것일까.

자업자득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할 수는 있지만, 뭐라 할 말이 있는 입장이 아니다. 무엇보다 4.27판문점선언, 9.19평양공동선언 이행을 대놓고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4.27판문점선언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 확인”,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 등을 합의하였다.  9.19평양공동선언에서는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들을 합의하였는데,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잘 이행하는 것”, “연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하는 것 등을 합의했다.

그런데 북은 문재인 정부가 합의이행은 고사하고 오히려 합의에 역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한미워킹그룹에 막혀 개성사무소 하나도 억지로 열었고, 철도 도로연결사업은 조사하는 척 하다가 말았으며, 개성공단, 금강산 문제는 말도 못 꺼내고 있었다. 게다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을 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한미연합훈련은 이름만 바꾸어 계속되고, F35A 등 전략자산 반입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하겠다”고 한 것은 하나도 이행을 안하고 “안 하겠다”고 한 것만 계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북미대화 중재자니, 촉진자니 하면서 북미대화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입장을 들고 나와 북에게 조정을 시도하는 어설픈 짓을 하는 것이다. 이러니 미국이 하노이에서 회담을 결렬시키는 짓도 하는 것이고, 오히려 북미회담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보고 있다. 같은 민족이 칼끝 위에서 진행하는 북미핵담판에서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북에서 남측 정부에게 북미회담에서 빠지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다른 하나는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조건없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재개’, ‘한미연합훈련중단, 전략자산 반입중단’을 직접 언급하며 경고하고,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을 이행하는 전민족적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기하였다. 그러나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의 걸림돌은 미국이었고, 이것을 돌파하려면 문재인 정부는 중재자, 촉진자 입장을 버리고 당사자 입장에 서야 했다. 때문에 북은 2019년 내내 문재인 정부에게 “당사자”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평양과 백두산에 갔을 때는 미국을 버리고 김정은 위원장과 바람이 났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지난 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했을 때는 문재인 정부가 반역을 꿈꾸고 있다고 판단했을 터이다. 결국 미국이다. 한미동맹의 덫이다. 문재인 정부가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 발자욱이라도 나아가려면 결국 미국을 상대로 정면돌파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신년사에서 지난 남북관계를 너무 북미관계에 종속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성찰적 내용을 담은 것은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작게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달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무조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하고 미국에 통보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이후 남북관계의 하나의 징표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철도, 도로연결,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의 돌파구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 이것 역시 새로운 기준이 아니라 4.27판문점선언, 9월평양선언의 합의사항이다. 북은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보고 이후 남북관계를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내부와 주요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상한 경향이 하나 있다. 아니 역대 정부 남북사업 관계라인에 모두에게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남쪽에서 ‘앞에서는 약속하고 뒤에서는 결국 아무 것도 이행하지 못해도 북은 다 이해한다’는 식의 태도이다. 북이 말로는 세게 남측을 비판하지만 한국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아무 것도 못한다는 것을 북도 다 안다는 식이다. 그래서 말만 세게 할 뿐 다시 만나면 이야기가 또 된다는 식의 태도이다. 바로 여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항상 시련과 난관이 생기면 돌아갈 궁리만 하고 미국의 벽도 못 넘어서는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사고방식을 완전히 걷어내거나 그런 사고에 물젖은 자들을 모두 쳐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자주적 외교의 문지방을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려면 외교전선에서 철학과 신념이 투철해야 한다. 이 정도 해야 정면돌파는 아니더라도 실리라도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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