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특별기획] 국가보안법과 대선(29)

한반도의 군사, 경제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전면전쟁 가능성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흥정하는 모습이지만 남한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이런 변화에는 능동적으로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위태롭지 않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한반도와 그 주변의 변화에 대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국가 공동체 차원에서 시의적절한 대응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국가의 자주권 회복, 미국의 횡포 등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 주눅 든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진정한 독립이라는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가보안법에 억눌리고 용공조작의 공포에 젖은 남한의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진영 등은 공안당국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검열에 분주하고 익숙하다. 전문적인 학문 분야가 아닌 경우 언론이나 시민사회에서 한반도 현실분석과 미래 전망을 할 경우 북한의 정치, 외교 국방, 분야는 100%로 부당하고 도발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북한의 어떤 면은 괜찮고 칭찬 받을 만하지 않느냐’고 했다가는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관계당국이 주목하는 대상이 되거나 큰 변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 ‘찬양, 고무, 동조’로 몰리는 것이다.

영악한 지식인이나 전문가는 결코 북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식의 ‘실수’를 하지 않는다. 남한에서의 입신출세를 위해서는 반북, 멸공통일이라는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 그들의 상식이다. 국내 수구 보수 정치인 가운데 그런 사람이 적지 않다. 정치, 경제 등에서 혀를 내두를만한 정치적 수완을 뽐내다가가도 북한 문제만 나오면 갑자기 IQ 두 자리 소유자처럼 돌변한다. 국가보안법에 세뇌된 대중, 유권자를 의식한 잔머리 굴리는 모습이다.

2016년에 이어 2017년 남한 경제를 강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몰고 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경우를 보자. 사드의 남한 배치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된 2015년을 전후해 나오기 시작한 중국의 반발과 보복 경고는 상식적인 시각으로 보아도 대비가 필요했다. 중국이 자국 언론을 통해 이런 저런 실력 행사를 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경고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남한이 입을 타격이 불가피해 보였다. 중국의 노골적인 한국에 대한 압박은 과거와는 달랐다. 사드를 계기로 중국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행동을 할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측에서 중국의 사드에 대한 보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소수의 학자와 정치인들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사드는 대북 방어용이고 그 반대세력은 불순세력이라고 외치면서 ‘교통정리’를 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한미 정부가 사드의 남한 배치를 전격 결정한 두 달 뒤인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 실험 사실이 알려지자 “김정은의 광적인 핵 실험 강행”이라면서 “남한 내부의 사드 도입에 대한 반대는 대안 없는 정치 공세다. 야권의 사드 반대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다. 국내 불순 세력이나 사회 불안 조성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한국일보 2016년 9월 10일>. 대통령이 종북 공세라는 수구 진영 전가의 보도를 뽑아들고 야당 등에 대한 입단속에 앞장선 것이다.

박근혜가 말한 불순세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안당국은 잘 알고 있고 그것은 국가보안법의 칼을 준비하라는 명령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경고에 신경 쓰고 대비하자’고 했다가는 ‘사드 반대 => 북한 동조’라는 단순 셈법에 의한 공격을 자초하는 것과 같았다. 박근혜의 발언은 사드에 대해 반대와 같은 잡소리를 내지 말라는 정권의 살벌한 경고였다. 이승만 정권이 만들어 놓은, 국가보안법에 의한 공포정치가 재연된 것이다. 박근혜의 엄포성 발언이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 반대 경고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 결과는 어떤가.

박근혜가 파면, 구속된 시기를 전후 해 사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무대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남한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 되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교묘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속수무책 날 벼락을 맞은 듯 비틀 거렸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들의 고충에 대해 제 손가락처럼 아프다는 식의 뜨거운, 진정 아파하는 반응을 보이거나 화끈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국내 언론도 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하기보다 중국을 나무라는 보도에 열을 올렸다.

중국의 보복으로 피해를 보는 한국 기업, 한류 산업의 답답한 입장은 박근혜의 갑작스런 개성공단 폐쇄로 날벼락을 맞은 현지 진출 국내기업의 그것과 흡사했다. 중국 보복 대상이 된 한국기업이나 한류 스타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일부의 피해는 당연한 것 아니냐 하는 태도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반공주의를 최우선시 하면서 강조한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라는 군부독재 사고방식과 오십보백보다.

사드 배치 강행과 중국, 러시아, 북한의 강력 반발 그리고 한반도 두 진영에서의 선제타격 주장이 일상화되면서 수십 년 묵은 정전체제의 모순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정전협정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한국 수구 세력이 벌이는 대미군사 종속 관계가 중국 변수의 변화로 충격을 받고 있다. 두 군사 대국의 틈새에 끼어버린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남한 정치권과 언론, 관련 전문가 집단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하겠다.

최근 동북아 정세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중국이고 당분간 그렇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덩치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은 북미간 문제라면서 북한과 한미 모두 한발씩 양보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자고 주장한다. 중국은 동시에 사드를 계기로 한국이라는 약한 고리를 상대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일정 부분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남한은 미국의 품에 안긴 종속적 입장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 변화에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남한은 군의 전시작전통제권조차 미국에 넘겨준 꼴이라 군사적 주권을 포함한 주권국가로써의 위상을 상실한 채 속수무책의 모습으로 사드 사태에 임하고 있다. 남한의 수구 보수 세력은 사드에 반대하는 것은 반미이면서 친북이라는 식의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펴고 있고 이에 대한 야권이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론이나 대안 제시 등은 미흡하다.

만약 사드에 대해 동북아의 전반적 정세와 남북 관계 등을 충분히 참작해서 활발히 논의하는 것과 같은 공론의 과정을 거쳤다면 중국의 보복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박근혜의 ‘불순세력’ 발언이 모든 것을 가로막았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부가 졸속 결정 등을 반성할 일이지, 종북 프레임을 들이댈 일이 아니다”라고 질타하면서 대통령이 안보를 국내 정치용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야당은 그 이상 나가지 않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국운이 걸린 사드 논의가 중단되는 매카시즘 적, 불통정치가 가능한 풍토에 익숙해진 체질 탓일까. 아니면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진실에 대해서도 일단 침묵해야 한다는 정치공학의 포로가 된 것인가. 대선에 출마한 야권 출신 후보들은 사드 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거나 반대와 찬성을 오락가락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일 뿐이다.

국내 수구 보수 세력은 남북이나 동북아 문제 등이 발생하면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남한의 풍토를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는데 익숙하다. 정파적 이익만을 챙기려 할 뿐 민족의 장래라든지 남한이 자주적 국가로 떳떳하게 자리 매김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체질이다. 박근혜가 국제사회가 조롱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파면, 구속되었지만 ‘좌파가 정권 잡으면 나라가 거덜 난다. 박근혜를 석방해야 한다’는 식의 망발을 하고 있다. 이승만이 국가보안법을 만들면서 생긴 한심한 부류가 21세기에도 대로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수구 보수 세력이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서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친미 = 반북’이라는, 반공이 최고선이던 시대의 구역질나는 작태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들이 박근혜의 범죄 사실에 눈을 감은 채 헌법재판소의 결정 등을 정면 반박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에도 어긋난다.

남측의 국가보안법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킨다. 동시에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나 주장을 내놓는 것도 불온시 하기 때문에 남측의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등은 북한에 대해 가치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하는 것은 자칫 종북이나 친북으로 몰리고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 받는다는 공포가 지배한 결과다. 사드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조기 대선이 실시되지만, 사드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국 주도로 실시되며 이 조약이 존속하는 한 제2, 제 3의 사드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한다. 19대 대선 후보 가운데 이 문제를 정식 거론한 경우는 아직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불평등 조약으로 미국이 한반도 방어를 구실로 미제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미국은 슈퍼 ‘갑’이 된다. 남한은 미국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형편없는 ‘을’의 존재에 불과하지만 어느 대선 후보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사드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같이 거론하면 이 조약의 불평등한 점을 말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한미동맹의 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고 이는 혹시 반미, 친북으로 몰릴 구실이 될까봐 두려워한다. 종북으로 지탄받게 되면 선거에서 질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정권 교체를 부르짖는 쪽을 지배하고 있다. 정권 교체 요구가 대세이니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입조심을 한다.

남한의 보수적 정치권이나 주류언론은 한미 두 나라가 마치 대등한 군사적 주권 국가라도 되는 것처럼 한미 군사관계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거나 보도한다. 이런 태도는 사드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나 언론보도에서 반복되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심각한 대국민 사기 행각이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도 많은 비판과 주문을 쏟아냈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 성을 지적하거나 그 개폐를 주장한 것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일부 진보 언론도 거의 문제 삼지 않았다. 정권 교체에 장애가 될 일은 삼간다는 변명이 작은 목소리로 나오고 있다. 이를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가 어떤 시각으로 볼까를 생각하면 진땀이 솟는다. 사드에 대한 정상적인 문제제기는, 사드 배치의 불합리성과 함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 조항도 포함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야 제2, 3의 사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정치권이 표 계산으로 비겁해진다 해도 시민사회단체가 진실을 알리면서 정치권을 질타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시민사회단체 등은 사드 관련해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 발표와 함께 사회운동을 열심히 벌인다. 그러나 거기에 한민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심각하게 종속되어 있다는 지적은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과 국방부가 2017년 4월 26일 새벽 심야에 기습적으로 성주 골프장에 사드장비를 반입할 때 한국 경찰 8,000여명이 주민 수 백명을 마구잡이로 진압하는 동안 미군 차량들은 성주 골프장이었던 사드 배치 부지로 진입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가 ‘심야 군사작전 사드장비 반입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즉각 내놓은 성명의 주요 내용을 보자.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대통령 선거의 핵심 쟁점인 사드 배치를 막무가내로 진행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는 명백한 선거개입이며 국민들의 선택권을 가로막는 국민주권 파괴행위이다.

사드배치는 처음부터 적법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었다. 국방부는 처음부터 국민들과 적법절차를 무시하기 위해 온갖 변명을 일삼았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강변하거나, 주민들을 상대로 단 한차례의 설명회나 공청회를 갖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민주당 사드 특별위원회가 미군에게 공여한 행위가 「국유재산특례제한법」위반 소지가 있으니 검토하라는 기자회견을 하자마자 사드를 전격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적법절차 위반과 관련하여 법원에 계류중인 소송이 다수인데, 오늘 국방부는 행위는 법원의 판단 따위야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 성명은 ‘사드배치는 처음부터 적법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썼는데 이는 미국이 한국에 제 마음 먹은 데로 무기를 들여 놓을 수 있는, 세계 최악의 불평등 조약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사드 배치의 가장 강력한 한미 외교나 군사동맹 관계, 국내의 법적 근거가 되었다는 것을 외면한 것이다. 지난해 7월 한미가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한 이후 국내외에서 어떤 관련자도 범법자로 지목되거나 처벌 받은 사례가 없고 일사천리로 강행되는 것은 바로 이 조약 때문이다. 법적인 전문적 해석과 설명을 내놓아야 할 민변의 이런 태도는 다른 시민사회단체가 ‘사드는 불법으로 배치됐다’는 오해와 착각을 하게 만드는 원인의 하나가 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대선이 끝난 뒤 새 대통령이 사드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관계를 밝히면서 ‘할 일이 없다’고 한다면 국민이 얼마나 분노할 것인가. 이를 를 상상해 보면 대선 기간 동안에 진실을 알리는 노력이 절실하다.

사드 사태의 본질은 한국의 군사주권이 미국의 손에 있어 두 나라가 대등한 입장에서 군사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해묵은 구조적 대미 종속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이른바 군사적 예속이다. 이는 하루 이틀 전 문제가 아니고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따른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 4 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국의 육군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영문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로 되어 있다.

제 4조의 영문 표기를 보면 그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군의 한반도 방위에 필요한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미국의 권리(right)로 규정하면서 미국은 이 권리를 수용(accept)하고 한국은 수락(grant)하도록 되어 있다. accept와 grant 단어는 대가없이 받거나 주는 것을 나타낸다. 이 외교적 단어에 의해 한국의 군사주권에 대해 미국이 사전에 협의하나거나 동의를 구하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 4조의 한국어 표기를 보면 조항 맨 앞에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라고 되어 있어 한미 두 나라가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협의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는 이 4조의 이행을 규정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가리킨다. SOFA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 내에서의 미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및 동 부속문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SOFA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군사적 권리가 한국에서 잘 집행되도록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의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은 1950년대에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했다가 철수하는 등 자국 영토에서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조약은 국제법적으로 보아 한국의 군사적 주권과 관련해 불평등성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미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험성을 빌미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순환배치 방침에 의해 미군 군사력을 한반도에 원하는 만큼 배치한다. 미국은 수년전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즉각 개입하는 조치도 만들어 놓아 미국은 한반도에서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다운 공세적 태도를 취하면서 중국, 러시아 등이 반발하지만 깔아뭉개고 있다.

미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비정상적인 상황이지만 한미 군사동맹관계는 정권에 관계없이 굳건하다면서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과 함께 최신형 무인공격기 그레이이글(MQ-1C) 중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중국 등의 사드 반발에 대해 ‘너 까불지 마라’는 식으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 뿐 아니다. 미국은 한반도의 이른 봄 하늘아래에서 한미연례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최첨단 폭격기나 항공모함 동원은 물론 북한 최고 지도부 제거 훈련을 한다고 발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다.

중국은 사드에 대해 한류, 관광, 중국 진출 한국 기업 등을 상대로 보복 조치의 수위를 점차 높여왔다. 중국은 사드 배치는 중국 안보를 위협한다면서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적 타격 대상이 될 것이고 러시아와 공동 대응을 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에 대해 미국과 정면 대결을 피하는 대신 한국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한미 군사동맹의 한 축으로 약한 고리인 한국에 타격을 가해 한미 공조 체제를 변형 또는 약화시키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이 전체의 1/4에 달할 만큼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긴밀해져 중국의 경제 보복에 큰 피해를 입을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남한에 대한 경제, 문화적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핵과 미사일에 대한 유엔 제재에 동참하는 등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고지에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과 미사일은 미국의 대북 적대 행위에 대한 필요한 방어대책이라며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십분 활용했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과의 정치, 경제 관계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중국과 흥정할 가능성도 역시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수구보수 기득권층은 변화된 동북아 정세를 놓고 전통적인 한미군사동맹의 틀 속에 안주하면서 ‘미국이 무언가 해주겠지’하는 타성에 젖은 모습을 보인다. 변화된 동북아 상황 대비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진보 진영은 국가보안법의 프레임에 갇힌 타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한이 처한 사태와 내부 대응에서 대미종속과 국가보안법의 지배력이 확인된다. 나아가 자주권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했을 때 어떤 꼴이 되는지 지구촌을 향해 못난 모습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도 군사 주권이나 대외 종속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조차 나오지 않는 것을 외세가 어떻게 비웃을까를 생각 하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다. 국치가 무엇인지를 국가보안법과 함께 깊이 성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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