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특별기획] 국가보안법과 대선(31)

▲ 사진출처 국방부 홈페이지

꽃게잡이철을 맞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남조선 괴뢰들은 최근 열흘 동안에만 하여도 81차에 연 101척의 괴뢰 해군 함선들을 우리측 영해에 들이밀었다. 이같은 침범 사례는 지난달과 비교하면 약 2배에 달한다. 긴장감이 항시적으로 배회하고 있는 조선 서해 열점 수역에 또 다시 군사적 충돌 위험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는 최근 꽃게잡이철 우리 해역을 침범한 중국어선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해경 경비정 5척의 함포 운용 및 정비교육 등을 실시한 바 있다(KBS 2017년 4월29일).

중앙통신은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이 수역에서 괴뢰 해군 함선들의 기동이 불법어선 단속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측 영해에 대한 저들의 침범행위를 합리화해보려고 꾀하고 있다"면서 "괴뢰 해군 함선들의 무분별한 침범행위는 3국 어선들의 비법(불법)어로 활동을 막는다는 미명 밑에 '북방한계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우리의 군사적 대응을 유도해내는 방법으로 안보위기를 조성하려는 불순한 속내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 군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수년 전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의 원인이 된 바 있다. 서해 NLL은 한미와 북한 간에 합의를 보지 못한 해묵은 문제로 이를 해결치 못할 경우 제 2의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할 우려가 크다. 서해 NLL은 정전협정에 규정된 합의 사항이 아니고 유엔군이 임의로 설정한 것으로 북측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여러 가지 형식으로 해왔다. 서해 NLL 문제는 해묵은 남북 두 진영 간 과제다.

그러나 서해 NLL에 대해 남측에서는 남측의 주장만이 정답인양 강조된다. 북측의 주장은 억지, 도발을 위한 거짓말이라는 식으로 배척된다. 서해 NLL이 남북의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남북은 물론 국제법 학자들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남측 정부는 남측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남측에서는 그것이 정답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유엔사령부가 서해 NLL에 대해 북측에 통보했을 당시 북한 측의 분명한 이의 제기가 없었고 20여 년간 관행으로 준수해 왔으며,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1조의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침해할 경우 명백한 정전협정 정신 위반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입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자칫 북한에 동조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국가보안법 저촉 여부가 거론되지만 서해 NLL에 대한 역사적인 과정을 살피면 그 실상이 확실해진다.

우선 NLL은 유엔과 북한이 합의하지 못한 채 유엔이 일방적으로 선포했다는 사실이다. 즉 1953년 정전협정 발효 당시 육상의 군사분계선(MDL)은 합의되었으나, 해상군사분계선이나 육상군사분계선의 해상으로 연장선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정전협정 협의 과정에서 해상 경계선에 관해 연안수역의 범위를 둘러싸고 3해리를 주장한 유엔군 사령부와 12해리를 주장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유엔군 사령관은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한 사이에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동해 및 서해에 해군과 공군 초계활동을 제한할 목적으로 북방한계선을 설정했다.

이승만 정부는 정전협정 발효 직후인 1953년 8월 정전협정을 무시하고 서해안에서 북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려 시도하자 유엔군사령부는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군사령부는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영해 기준 3해리를 기준으로 삼아 연평도·백령도 등 5개 도서와 북한지역간의 중선을 서해 NLL로 정했다.

북한은 1953년 유엔의 서해 NLL 설정 이후, 6.25전쟁에서 괴멸된 북한의 해군력이 복원되기 까지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서해 NLL은 사실상 서해상의 남북간 해상분계선으로서 기능했다. 그러다가 북한은 1973년 12월에 개최된 346차 및 347차 군사정전위원회에서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 경계선의 연장선 이북 수역은 자신들의 해역이라고 주장하면서 서해5도에 항행하는 남측 선박은 자신들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공식 제기했다.

그러나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 부칙 제61항을 이유로 받아드리지 않았다. 부칙 제61항은 “본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 사령관들의 호상 합의를 거쳐야 한다. 본 정전협정의 각 조항은 쌍방이 공동으로 접수하는 수정 및 증보 또는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일방적인 선언으로는 수정과 증보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인데 유엔군은 자신들이 서해 NLL을 일방적으로 정한 것은 외면한 채 북한의 주장을 일방적인 것이라고 판정하는 기이한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반발해 1977년 7월 200해리 경제수역을 설정한 데 이어 8월에는 해상경계선으로 동해에서는 영해 기선으로 50마일을, 서해에서는 경제수역으로 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남북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구역은 해상 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는데 이는 정전협정 부칙 제61항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묵은 서해 NLL 논쟁에 대한 해법이 제시된 듯했다. 그러나 1999년과 2002년 연평도 인근에서 전투가 발생했다. 북한은 같은 해 9월 새로운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했고 이어 2000년 3월 하순엔 기존 북방한계선 대신, 자신들이 설정한 수로로 서해 5도를 통행하라는 ‘서해 5개섬 통항 질서’를 발표했다. 남측 정부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고, 그 후로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남북은 2006년 이후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남과 북이 각각 설정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해상에서 긴장이 계속 되었다. 남북은 2007년 10.4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을 이행할 수 있도록 협의하기 위해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북방한계선 재설정 문제를 논의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대화가 중단되면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다.

연평도 포격은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30분경 북한이 남한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의 대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가한 사건으로 해병대원 전사자 2명, 군인 중경상 16명, 민간인 사망자 2명, 민간인 중경상 3명의 인명 피해와 시설 및 가옥 파괴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한국 전쟁의 휴전 협정 이후 북한이 남한의 영토를 직접 타격해 민간인이 사망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천안함 사건에 이어 8개 월 만에 벌어진 이 포격 사건에 대해 남북한은 서로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

당시 남측 군은 서해 해상에서 '호국훈련' 일환으로 사격훈련을 실시했으며 북한은 그에 대한 대응타격을 경고한 뒤 남측을 포격했다. 남측은 서해 NLL 이남, 연평도 서남방으로 실시한 통상적인 사격훈련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사태 발생 당일 오전 '북측 영해에 대한 포 사격이 이루어질 경우 즉각적인 물리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던 상황이었지만 남측이 이를 무시한 채 해상 사격훈련을 강행해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남측에서는 이 사건이 전적으로 북측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남측은, 군이 연평도 일대에서 실시한 훈련은 단순히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사격훈련이며 사격훈련 방향도 NLL 남쪽을 향했고 사전에 군사훈련을 북측에 통보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의 남측에 대한 포격은 철저한 계획 아래 실시된 의도적 도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적 관점에서 연평도 포격전의 책임을 북측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정태욱 인하대 교수는 "연평도 포격 사건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남북의 군사적 대립이 만들어 낸 사건"이라며 "분쟁수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서해상에서 우리 군이 NLL을 관철시키려는 무력시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북측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통일뉴스 2011년 11월23일).

정 교수는 "우리는 연평도 NLL 이남에 쏘았다고 하지만 그 지점은 북한이 주장하는 영해의 범위 안에 놓일 수 있는 것으로 이는 북한의 영토에 대한 침략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영해를 북쪽으로 확대하고 그만큼 북한의 영해를 축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침략행위'는 타국의 영토보전을 침해하는 의도적인 사격, 특히 타국의 영토를 점령하려는 공격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상 처벌대상이며 이를 우리 군이 저질렀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어 "서해 5도 수역에서 실시되는 공격적이거나 과도한 군사훈련들은 모두 불필요한 도발이며 유엔헌장이 금지하는 '무력사용의 위협'일 수 있다"며 "실제 무력사용은 물론 무력사용의 위협도 단지 자위권 행사의 범위 안에서만 타당할 수 있을 뿐이다. 서해상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그러한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의 대상인 서해 NLL 지역에서 남측이 사격훈련을 한 것은 북측을 심각하게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북측이 해상이 아닌 연평도 육지에 포사격을 한 것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연평도는 지형적으로 육지에서 먼 지역으로 설령 군사적 충돌로 상황이 악화된다 해도 해당 지역에 국한되는 국지전으로 그칠 확률이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해 남북이 군사적 충돌이 발생 가능한 행동을 시도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지 민간인 안전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차원에서 유사한 행위는 절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해결방안은 두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군사력에 의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방법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원천적으로 남북 대결의 소지를 없애는 평화적인 방법이 그것이다. 어느 쪽이 상호 윈윈하는 방법인지는 자명하다.

한반도 후손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까라는 물음에 누구나 평화로운 한반도라고 답한다. 오늘날의 전쟁은 군과 민간을 가리지 않는 전면전의 형태로 한반도 같은 지형적 특성에서의 전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참극으로 이어진다. 전쟁의 위험을 해소해 평화가 가득한 미래를 물려주는 것이 현시대인의 책무다.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에서 오래전부터 남북간 군사적 충돌과 갈등이 그치지 않았듯이 현재의 군사대치 상태를 전면적으로 개선치 않는 한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남북은 6.25를 통해 전쟁의 참화를 경험한 뒤 전쟁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계속해 박정희 정권 하의 7.4공동선언, 노태우 정권하의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 김대중 정권하의 6.15공동선언, 누무현 정권하의 10.4선언을 만들어 냈다. 이상과 같은 역사적 노력들이 결실을 맺었다면 지난해의 연평도 포격 사건은 발생치 않았을 것이다.

정전협정은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은 상대를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항상 피 말리는 임전태세가 기본 전제가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의 무력 충돌은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한 비극은 상상하기에도 끔찍하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앞세울 경우 힘의 논리만이 지배한다. 국제법, 정상간 합의 등은 힘을 잃게 되고 응징, 타격, 섬멸과 같은 용어만이 힘을 발휘할 뿐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송두리째 제거할 최선의 방법은 평화협정이다. 평화협정은 군비축소 불가침조약 등을 통해 평화적 공존의 방법에 합의하는 것이다. 미국 등은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성공적으로 진전시키고 있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서 보듯 첩보위성, 첨단 정찰기 등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남북간 군비축소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 한국이 북한의 군사행동을 탐지하기 위해 첩보위성, 정찰기, 레이더 등을 상시 가동하고 있고 북의 미사일 실험 등도 즉각 탐지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감시체계를 가동할 경우 평화협정 등의 체결 이후 합의사항 이행 점검 등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전협정이 존속되는 한 남북은 전쟁에 대비하는 정책을 최우선시 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일차적으로 젊은 군인들의 희생으로 직결된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다툴 때의 해결방법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서로 원하는 것을 제시하고 조정하거나 타협하는 것이다. 서해 NLL의 경우도 보안법의 위세에 눌려 ‘북, 네가 문제야’라고만 외칠 일이 아니다. 차분히 대화하고 그리고 마찰과 충돌을 해소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해 해야 할 기성세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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