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결사반대 제175회째 김천시민촛불집회

▲ 김천 사드반대 촛불집회에서 11일 촛불로 'NO 사드'와 대보름 달을 만들었다.

대보름날이다. 집회장에는 ‘NO사드’와 ‘보름달’ 촛불이 켜졌다. 칭찬 1호였던 남면 두 여인 중 한 명이 없기에 “짝지는 어디 갔어요?” 물었더니 “오늘 생일이라 아들네 갔어”했다. 앞에 앉은 한성호님이 “아니, 내일 나오면 탄핵해야겠어.” 농을 했더니 “안 그래도 사드 집회 나가야 된다고 안 한다 했더니 아들이 그럼 집으로 온다 해서 할 수 없이 갔어”하고 감싸주었다.

그러는 동안 지신밟기가 시작되었다. ‘사드배치 결사반대’, ‘평화는 이 땅에’, ‘사드는 미국으로’, ‘평화 오라’는 만장이 앞서고 풍물이 뒤따른다. 아이들도 신이 나 따라다닌다.

풍물이 끝나고 오늘의 사회자 김동기 YMCA 이사가 우리의 소원을 큰 소리로 외쳤다. “사드야 가라! 사드야 가라! 사드야 가라!” 내 앞 자리에 앉은 분들은 둥그렇게 모여 막걸리도 한 잔 나누면서 “사드 가고 잔치 하는 분위기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 하며 웃으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 정월 대보름을 맞아 촛불집회에 앞서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가끔 운영팀이 돌아다니면서 즉석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집행부에서 ‘어르신과 천사들 또 우리 모두 한 해 건강하고 사드반대 하자’고 마음모아 직접 준비한 오곡밥도 돌렸다. 시장에서 안 사고 쌀은 정아무개님이 20킬로 제공하고, 200인분을 함수연님이 하루 종일 집에서 준비하고 포장을 해서 돌린 것이다.

‘그네는 아니다’ 율동. 어른 넷, 아이 다섯이 함께 했다. 우리 아이들은 성주 아이들과 달리 놀이방에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나와서 뛰어다니는 걸 좋아한단다.

서울에서 온 렛밴드. ‘나의 노래가’, ‘네 꿈을 펼쳐라’, 그리고 김광석 노래 메들리를 불렀다. 몇 년 전 방천에 있는 ‘김광석 거리’를 간 적이 있다. 거기에 김광석 약력이 간단히 적혀 있었다. 5살 때인가 교원노조로 해직된 아버지가 가족들을 이끌고 서울로 이사했다고 간단히 적혀 있는 걸 보는 순간 가슴이 아팠다. 고단했던 삶이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4.19혁명 이후 교사들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 자신들을 반성하며 바른 교육을 하고자 교원노조를 조직했지만, 5.16 쿠데타로 무너지고 많은 교사들이 감옥에 가고, 수년간 해직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 대다수가 대구경북 교사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하긴 수유리 4.19 묘역에 김천고 학생들이 많이 묻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 율동맘과 아이들의 공연이 펼쳐 졌다.

오늘 박사모 차가 두 대 서울로 갔다는 소식은 매우 절망적이다. 사드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김천 시민으로서 그를 막기 위해 평화광장에서 저항하는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마지막 앵콜곡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창원 대학생 겨레하나 소속 학생들이 나왔다. 오늘 농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집회에 나왔다. “사실 처음 사드배치 발표를 보면서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데모 한 번 안 하시고 사시던 분들이 똘똘 뭉쳐 싸우는 걸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그 뜨거움이 우리 머리, 가슴, 발을 움직여 여기까지 왔다. 오늘 감천, 농소면을 돌면서 사드 막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힘내서 싸우자 홍보했더니 호응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제는 끝났다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 지친 분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생각해서 열심히 홍보했다. 우리의 힘으로 뚫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힘으로 사드를 막아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런 힘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하고 구호를 재미있게 했다.
“쫌 가라, 미국 사드!”
“우리는 강하다. 사드배치 저지하자!”
젊은 피를 본 어른들의 반응이 뜨겁다. 19일 다시 오겠단다.

새롭게 칭찬 릴레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첫 번째는 남면의 두 여인, 누구보다 일찍 와서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앉은 분들. 원래 네 분이었는데 나이 드신 두 분은 겨울 들어 쉬게 하고 두 분만 나온다. 두 번째는 늘 “투쟁! 우리가 주인이다!”고 외치는 한성호님과 그 부인. 부부는 매일 집회에 참석하고, 서울 집회나 롯데마트 앞 1인 시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오늘은 칭찬릴레이 3번째, 주인공은 맛깔지게 욕 잘하는 할머니. “시민 여러분 저 달님 보세요”해서 보았더니 정말 둥근 보름달이다. “이 자리를 피해도 편하도 안해요. 몸이 아주 아파서 못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다 마음 가지면 아픈 것도 없어져요. 지금 대통령과 국민이 전투를 하고 있어요. 대통령은 돈이 많고 국민은 겨우 벌어 생활하고 사는데. 달님 이 정부와 국민의 싸움 빨리 해결해주세요. 대통령 망할 X은 내려와야 해요. 탄핵됐는데 방 안 빼고 앉았어. 미안하다고 빨리 나와야지 왜 그 자리에 앉았어. 지 혼자 망하지 왜 국민들 애를 먹이요? 한 이틀 못 와 애가 터졌다. 간다, 가서 죽으려도 가자는 마음으로 온다. 생명 걸고 해야죠. 정성이 지극하면 몸이 좋아진다. 저승사자도 우리 못 데리고 간다. 열심히 하자. 간부들이 건강해야지 걱정이다. 우리가 싸워야지. 국회의원, 시의원, 시장 왜 들어앉았나? 저도 시민인데 나와야 되지. (여기) 나온 사람들을 시의원, 도지사 시키자.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정치를 바로잡고 죽읍시다.” 그야말로 사이다 발언~ 환호와 박수.

구미서 온 김병기님이 “멋진 음악으로 힘찬 응원”을 하겠다며 ‘잃어버린 우산’을 색스폰으로 연주했다. 자주 온다고 앵콜은 사양한단다. 평화나비합창단이 ‘민들레처럼’, ‘동지가’를 불렀다. 오늘은 많이 나왔고 소리도 잘 나왔다.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데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 몸 부딪히며 살아야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최용정 공동위원장이 나와서 오늘 삼동연수원에서 있었던 원광대병원 봉사활동에 대해 보고를 했다. 안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추적검진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시간을 못 내던 차였다. 초음파 검사하고, 다행히 깨끗하다는 진단을 받아 안심을 했다. 돌아오는 버스를 타는데 사람이 너무 없었다. 운곡 아지매가 “오늘 마을 잔치라 혼자만 살짝 나왔다. 그냥 토요일이면 모르겠는데 오늘 보름이라서...”라고 했다.

교무님의 말씀. “많이 오셨으면 했는데 많이들 안 오셔서... 만족하셨나요?(예!) 마음먹고 준비했다. 오늘 200여 명 다녀갔다. 170여 일 동안 바닥에서 힘드셨으리라 생각해서 원광대병원에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져서 이분들에게 감사하다. 박수 한 번!”
“마음은 따뜻하게 모든 액운 물리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드는 미국으로 가져가라! 우리는 필요 없다. 다 가져가라!”
“우리더러 돈 받는다고 한다. (지 돈 내고 집회 오는 우리들에게!) 별 소리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한결같다. 생존권을 달라. 우리는 이 소중한 땅을 잘 지키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한반도, 전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여 이 찬 바닥에서 외치고 있는 것이다. 보름을 맞아 우리 다함께 원만한 마음으로 끝까지 미워하지 말고 평화를 외치자. 더욱더 건강하시고 평화를 외칩시다.”

율동맘 셋이 나왔다. 왜 아이들이 따라 나오지 않는지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발랄한 대중가요에 맞추어 율동을 한다. 끝나고 앵콜이 나왔다. 어른 다섯, 아이 다섯이 어우러져 ‘바위처럼’을 한다. 대학생들의 추임새가 더 흥을 돋군다.

이제 우리 율동팀은 율동맘과 평화나비율동팀, 평화 천사 이렇게 세 팀이란다. 구호로 오늘을 마무리했다. “결사항전 결사투쟁, 사드배치 막아내자!” 추위 속에서도 늠름하게 촛불을 지킨 자랑스런 김천 시민들, 보름날 175번째 촛불은 이렇게 지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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